[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부부 관찰카메라 전성시대, 이대로 괜찮을까

‘우이혼’, ‘오은영 리포트’, ‘결혼과 이혼 사이’
자극적 리얼리티쇼의 시작…실제 영상서 도촬로? 불안감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TV조선 제공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TV조선 제공

바야흐로 관찰카메라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그런데 관찰카메라 중에서도 최근 유독 소재가 되는 게 바로 '이혼'이다. 한때는 연애‧결혼‧가족 등의 소재가 주로 다뤄졌지만, 어째서 이혼 같은 갈등 요소들이 관찰카메라의 주요 소재로 떠오른 걸까.

◆'우리 이혼했어요'가 연 리얼 드라마

TV조선이 2021년 1월에 시즌1 첫 방영을 시작했던 '우리 이혼했어요'는 여러모로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떠올리게 했던 관찰예능이었다. 제목부터 결혼을 이혼으로 바꿔놓은 듯한 파격을 선보였고,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이 콘셉트였던 '우리 결혼했어요'와 달리 이 프로그램은 실제 이혼을 콘셉트로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이혼한 부부가 며칠 간 한 숙소에서 함께 머물며 그간 쌓아뒀던 감정을 털어놓고 풀어가는 과정을 담는다는 건, 여타의 관찰예능과 확실한 차별화를 만들었다. 이영하‧선우은숙 같은 나이 지긋한 이혼 부부의 이야기에서는 갈등 속에서도 어떤 경륜이 느껴지는 관계의 변화가 담겼고, 최고기‧유예린 이혼 부부의 이야기에는 마치 다시 이어질 것 같은 뉘앙스에 딸 육아의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작지 않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물론 김동성‧인민정 이혼 부부처럼 출연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방송이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논란으로 한 회 만에 하차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즌1의 시도가 괜찮게 느껴진 건 '이혼'을 결혼만큼 또 하나의 삶의 선택지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고, 무엇보다 이하늘‧박유선 이혼 부부처럼 이혼 후에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걸 이 관찰카메라가 담아 전해줬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TV조선 제공
'우리 이혼했어요2'의 한 장면. TV조선 제공

논란도 있었지만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큰 성취를 거둔 '우리 이혼했어요'는 지난 4월 약 1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시즌2가 가장 먼저 전면에 내세운 이혼 부부는 일라이‧지연수였다. 일방적인 이혼 통보를 받았다는 지연수는 첫 대면 장면에서부터 냉랭하다 못해 살벌하게까지 한 분위기를 풍겼다. 함께 쇼핑을 하러 나가기 위해 차를 타는데 보조석이 아닌 뒷자리에 앉을 정도였다. 급기야 폭발한 감정은 "감정 쓰레기통", "하녀" 같은 독한 말로 튀어나왔다. 일라이는 자신이 촬영에 임한 것이 잘못이라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은 삽시간에 '싸움 구경'을 하듯 누리꾼들의 댓글로 가득 채워졌다. 일라이는 단 1회 출연만으로 이미지가 바닥을 쳤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아침에 '죽일 놈'이 되는 방송에 출연자가 출연했을 리가 만무했다. 아니나 다를까 2회 방영을 앞두고 그토록 죽일 듯이 감정싸움을 하던 일라이와 지연수가 서로를 안아주고 미안하다 말하는 장면이 예고를 탔다. 치열한 갈등 국면과 대립, 그리고 화해로 이어지는 '우리 이혼했어요'가 가진 서사구조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조작이 아닌 관찰에 의해 먼저 찍히고 사후 편집되는 것이지만, 편집 과정을 통해 그 서사에 뉘앙스를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관찰 예능에 나오는 출연자들도 자신이 하는 어떤 말이나 행동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그것이 어떤 파장을 만들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이혼을 소재로 하고 있으니 당연히 갈등 상황이 먼저 제시됨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지만, 그들도 알고 있다. 적당한 선에서의 화해와 갈등의 봉합이 그들 자신의 커리어나 이미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즉, 조작은 아니라고 해도 암묵적으로 이미 익숙해진 서사 구조 속에서 리얼리티보다 극적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 '리얼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 이혼했어요'는 그래서 '리얼'보다는 '드라마'에 오히려 방점이 찍혀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 드라마는 '사랑과 전쟁'류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오은영 리포트'의 한 장면. MBC 제공
'오은영 리포트'의 한 장면. MBC 제공

◆리얼리티쇼로 가는 부부 관찰예능

'우리 이혼했어요'가 이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이래, 이혼은 아니더라도 연예인 가족이나 부부의 갈등 요소를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MBC '오은영 리포트'도 그 갈래로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 부부의 갈등을 담아내는 관찰예능에 오은영 박사라는 '국민 멘토'의 솔루션을 더했다.

첫 회에는 배윤정‧서경환 부부가 등장했다. 아이를 낳은 후 가사와 육아 문제 때문에 소원해진 관계와 갈등을 관찰카메라로 들여다보며, 오은영 박사가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독박육아 때문에 힘겨워하는 배윤정과 도와주려 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서경환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처럼 보였지만, 오은영 박사는 그 육아만큼 잘못된 부분이 '소통 문제'라는 걸 짚어냈다. 즉 해외생활을 오래한 서경환이 한국말 표현에 익숙하지 않아 영어식으로 던지는 표현이, 배윤정에겐 비수처럼 꽂혀 감정 갈등으로도 이어졌다는 걸 그 관찰영상을 통해 찾아낸 것이었다.

이처럼 첫 회의 내용은 오은영 박사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육아 관련 상담이 더해지면서 이 프로그램이 관찰카메라의 자극이 아니라 상담과 솔루션에 맞춰져 있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줬다. 하지만 2회 예고로 등장한 김승현의 부모 김언중‧백옥자 부부의 짧은 영상은 논란을 야기할 정도의 큰 자극으로 대중들의 우려를 낳았다. 무엇 때문에 갈등하는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는 와중에도 욕설과 폭력이 이어지는 장면이 편집 없이 예고편에 등장한 것이었다. 물론 예고이기 때문에 다분히 시선을 잡아 끌기 위한 '낚시성 편집'이 들어갔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예고가 말해주는 건, 오은영 박사 같은 멘토를 세워 솔루션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이 언제든 자극적인 부부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관찰카메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결혼과 이혼 사이'의 한 장면. TVING 제공
'결혼과 이혼 사이'의 한 장면. TVING 제공

한편, 지난 20일 새로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 '결혼과 이혼 사이'는 그 어떤 부부 관찰예능보다 높은 수위의 영상들이 공개됐다. 욕설은 물론이고 아내에게 '아메바', '돌빡' 같은 폭언을 일삼는 남편이 등장했고, 나아가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어 심지어 폭력까지 이어지는 영상이 편집 없이 방영됐다. 그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는 김구라‧김이나‧이석훈‧김민정‧그리 등 모두가 충격을 먹을 정도의 자극적인 장면의 연속이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물론 이들 중에는 전직 아이돌, 현직 인플루언서가 있지만)이고 무엇보다 OTT 플랫폼이라는 점 때문에 이런 높은 수위가 가능했던 것이지만, 과연 이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관찰 영상들이 어디까지 그 내밀한 사생활을 보여줄 것인가가 자못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론, 수위도 자극도 높지만 '결혼과 이혼 사이'가 보여주는 부부 관찰카메라의 서사는 '우리 이혼했어요'와 그리 다르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즉, 초반에 상상을 초월하는 갈등과 대립을 보여주며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의 일상들이 공개되지만, 향후 이들에게 주어지는 어떤 미션들을 통해 진짜 현실 이혼을 실감하는 등의 과정을 겪으며 그 갈등이 봉합되거나 소통을 통한 화해를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갈등-대립-화해'로 이어지는 부부 관찰예능의 서사는 전형적인 드라마 서사 구조와 같다. 하지만 이러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실제 부부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이 자극의 차원 자체를 다르게 한다. 물론 훨씬 디테일한 감정이나 감성을 포착해내는 섬세한 연출이 들어가 있지만, 해외의 일반인 대상 리얼리티쇼들이 보다 자극적이고 내밀한 사생활 '도촬'을 향해 나아간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우리는 진짜 자극적인 리얼리티쇼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일까. 시청률과 화제성을 높여가며 점점 대세로 굳어가는 예능의 리얼리티쇼화가 야기하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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