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안의 클래식 친해지기] <18>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노예의 합창’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장

바벨론 왕위에 즉위한 느부갓네살은 강력한 국가 건설을 위해 남방정책을 펼친다. 유프라테스 강가 갈그미스 전투에서 애굽 군대를 물리치고 세 차례에 걸쳐 유대지역을 침공한다. B.C 586년 바벨론 군대는 예루살렘을 함락한 후 포로로 잡은 유대 왕 시드기야의 눈을 뽑아버리고 수많은 히브리인을 바벨론으로 끌고 간다. 포로로 잡혀온 히브리인들은 유프라테스 강가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린다. 그들은 고된 일을 하다가 잠시 멈추고 머나먼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

베르디(Giuseppe Verdi·1813~1901)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0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한 오페라 '나부코' 중 제3막 '히브리노예의 합창'의 연출은 일품이다. 성곽을 배경으로 수십 명의 합창단원(노예)이 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면서 먼 곳을 응시한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들의 표정과 시선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간절함이 베여있다.

이 오페라를 작곡한 시기의 베르디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부인 마르게리티가 세상을 떠나고 몇 달 사이에 어린 두 아이마저 사망하는 불행을 겪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잃은 베르디는 큰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 무렵 스칼라 극장 상임지휘자 메렐리가 베르디의 방에 들어왔다. 그는 오페라 '나부코'의 대본을 은근슬쩍 책상위에 던져놓고 나갔다. 베르디는 책상위에 놓인 낮선 대본을 펼쳐보았다.

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가서 산기슭이나 언덕에 앉아보라/ 따끈하고 부드러우며 흙냄새 나는/ 조국 땅, 산들바람 부는 곳에/ 요단강 둑에도 가보고/ 버려진 시온 탑에도 가보라/ 내 조국, 참 아름다우나 잃어버린!/ 추억이여, 참 아름다우나 비참한!

읽어내려 가는 동안 감정이 북받친다. 대본을 쥐고 있던 손이 떨린다. 히브리인들의 처참한 상황이 자신의 처지와 오버랩된다. 베르디는 홀린 듯 펜을 쥐고 오선위에 음표를 써내려 간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눈물이 오선지 위에 떨어진다. 그는 '나부코' 중 가장 먼저 '히브리 노예의 합창'을 작곡했다. 이 오페라는 베르디의 세 번째 작품으로 대성공을 이룬 작품이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구약성경 열왕기하에 나오는 바벨론 왕국의 통치자 느부갓네살(나부코) 왕이 유대민족을 침략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예루살렘에 인질로 잡혀있는 나부코의 딸 페네나를 구출하기 위해 바벨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침공해 페네나를 구하고 예루살렘을 유린한다. 페네나의 언니 아비가일레는 자신의 아버지 나부코와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사실을 알고 동생 페네나와 신경전을 벌인다. 또 자신이 사랑하는 이스마엘레가 페네나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심하게 질투한다. 아비가일레는 아버지의 정신이상을 틈타 왕권을 강탈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다. 그녀는 유대교로 개종한 페네나를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나부코는 정신이 돌아오고 유대의 신을 받아들인다. 그는 히브리 노예를 풀어주어 유대 땅으로 돌아가 무너진 유대 신전을 다시 세우라고 말한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아비가일레는 독약을 마시고 자결한다. 히브리 대제사장 자카리아는 나부코에게 "야훼를 받들어 모시는 당신이 왕 중에 왕이로소이다"라고 하면서 무릎을 꿇는다. 노예들과 신하들은 함께 느부갓네살 왕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의 막이 내린다.

대구시합창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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