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北에 두고 온 피붙이·지적장애 딸·어린 손자…잠들면 눈 뜨지 않길 바랄 뿐

갑작스러운 탈북…교통사고와 사기 피해로 희망이 절망으로
뇌졸중 판정까지 받으며 시도때도 없는 두통…돈 없어 치료 포기
손자 보면 아들 모습 겹쳐…아픈 몸 이끌고 매일 마트로 향해

박정임(가명·76) 씨가 누워있는 아픈 딸을 바라보고 있다. 김세연 기자
박정임(가명·76) 씨가 누워있는 아픈 딸을 바라보고 있다. 김세연 기자

매일 밤 박정임(가명·76) 씨는 머리맡에 둔 수면제를 두 세알씩 털어넣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잠은 쉽사리 들지 않는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두통은 그래도 견딜만하다. 눈을 감아도 북한에 두고 온 피붙이와 지적장애를 가진 딸, 철없는 어린 손자 생각에 잠을 청할 수 없다. 박 씨는 차라리 이대로 눈을 감은 채 뜨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열 살이 된 어린 손자는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매일 마트에 가자고 조른다. 박 씨는 북에 두고 온 아들들을 대신해 눈앞에 있는 손자에게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치면서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없게 됐다. 지금 박 씨의 유일한 소망은 손자가 무사히 중학교에 입학하는 모습을 보는 것 뿐이다.

◆남한에 왔지만 사기에 사고까지 불행 겹쳐

박 씨는 함경도에서 홀로 자녀들을 돌보다가 온 새터민이다. 지난 2007년 몰래 남한으로 먼저 넘어간 큰딸이 보내준 브로커를 통해 영문도 모른 채 지적장애를 가진 막내딸과 함께 남한으로 넘어왔다. 갑작스러운 탈북에 두 아들은 북에 남았다. 아들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지만 그래도 박 씨는 버텨야 했다. 책임져야 할 아픈 막내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 삶의 터전을 마련해나갔다.

하지만 박 씨의 마음 한 켠에는 늘 북에 남겨두고 온 두 아들이 있다. 어머니 주겠다며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 오던 착한 아들들이었다. 본인만 따뜻한 집에서 하얀 쌀밥을 먹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던 박 씨는 브로커를 통해 아들에게 돈을 보내려 했다. 집 보증금과 전 재산을 다 끌어모아 2천만원을 마련해 브로커에게 맡겼다. 하지만 브로커는 잠적해버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모은 돈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6년 전 박 씨는 유일한 안식처였던 교회에 다녀오던 길에 교차로를 넘어오는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길로 박 씨는 척추를 크게 다치면서 거동도 못 하는 신세가 됐다.

그즈음 지적장애 딸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자신의 몸만 추스르면 된다고 마음먹은 찰나, 사위는 1년 반의 짧은 결혼 생활을 뒤로 한 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거동조차 힘든데, 아픈 딸과 어린 손자까지

박 씨와 딸은 요즘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박 씨는 사고 후 화장실조차 혼자 가기 힘든데 지난해 뇌졸중 판정까지 받았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두통과 어지럼증에 벌써 다섯 번이나 쓰러졌다. 만만찮은 치료 비용에 검사를 받아보라는 의사의 권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진통제와 수면제로 버틸 뿐이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한 딸은 남편이 사망한 후 그 충격으로 증상이 심해졌다. 작은 소리에도 숨을 헐떡이고 두통을 호소하며 주저앉아 버린다.

모녀는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힘이 없는데 손자가 자꾸 눈에 밟힌다. 손자는 아빠와 어울려 노는 아이들을 종종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절대 엄마와 할머니에게 "아빠가 보고 싶다"고 내색하지 않는다.

손자와 딸 생각에 박 씨는 죽고 싶다는 말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손자만 바라보면 북에 두고 온 아들의 모습이 겹친다. 아들에게 전해주지 못한 엄마의 손길을 손자는 느끼게 해주고 싶어 아픈 몸을 이끌고 손자와 매일 마트로 향한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이들의 주머니는 점차 비어간다.

박 씨는 매일 죽는 날만 기다리는 기분이라고 했다. 침대에 누워서 눈물만 흘리는 생활이 박 씨가 그리던 남한에서의 삶은 아니었다.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삶, 더 나은 삶을 위해 감행한 '탈북'이라는 말이 박 씨에게 무색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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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 내역]

◆뇌손상 아들 홀로 돌보는 청각장애 엄마 류혜주씨에 2,101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남편은 폭력과 외도를 일삼으며 가족을 떠났고, 홀로 뇌손상 아들을 돌보는 청각장애 엄마 류혜주(매일신문 5월 10일 자 10면) 씨에 2천101만7천9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전우식 5만원 ▷방순옥 4만원 ▷김정수 3만원 ▷김혜경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유재혁 2만원 ▷김강현 1만1천원 ▷김진만 1만원 ▷이운대 1만원 ▷허영재 1만원 ▷최현희 3천원 ▷'신우연우드림' 5만원 ▷'예수사랑' 2만원 ▷'임상우*류혜주님께' 1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 ▷'류혜주지완이' 3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 재산 사기 당한 후 다시 일어섰지만 백혈병 진단받고 힘든 김동년 씨에 2,433만원 성금

30년간 공장에 다니며 홀로 모은 전 재산 후배에게 사기 당하고 다시 열심히 살아보려했지만 백혈병 진단 받고 일을 할 수 없는 김동년(매일신문 5월 16일 자 10면) 씨에 49개 단체, 208명의 독자가 2천413만6천22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맥스컴엔지니(이종현)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한라개발 50만원 ▷㈜태린(이정훈) 40만원 ▷㈜신행건설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크로스핏힘 23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 20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위드앤영수학원구지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 10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매일신문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투인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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