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플라스틱 쓰레기를 기름으로! 화학적 재활용법

화학공정 거쳐 플라스틱 액체화…오일 정제해 연료로 사용 가능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정책 수립·연구 지원·인식개선 필요

'플라스틱을 기름으로!'라는 말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쓰고 버린 비닐이나 플라스틱 병을 모아서 이것으로 기름을 만든다고? 얼핏들으면 믿거나 말거나 그냥 해보는 농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이미 이 기술을 개발했고 기업들이 대량생산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를 국가에서 만들어나가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생각보다 심각하다!

날이 갈수록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연간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1950년에 150만 톤이었는데 2018년에 3억4800만 톤으로 증가하였다고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서 밝혔다. 최근에는 연간 4억 톤 정도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재활용 비율은 저조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과 조지아주립대학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 톤 정도이며 이중 63억 톤이 쓰레기로 버려졌다. 이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 중 79%가 땅에 매립되거나 지상과 해양에 방치되었고 12%가 불로 소각되었으며 9%만 재활용되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DOE)는 2019년에 미국에서 8조6000억 원 가치의 플라스틱을 땅에 매립했다고 밝힌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냥 버리면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재활용하여 다시 쓰면 소중한 자원이 되는 것이 플라스틱 쓰레기다.

◆플라스틱, 오일에서 태어나 오일로!

원래 세상에는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이 없었다. 그런데 인류가 19세기에 화학합성법을 이용하여 신물질 플라스틱을 발명해냈다. 이후 지난 백년 동안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우리는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태생적 제조 과정을 보면 석유로부터 얻은 원료물질을 합성하여 만드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과정을 거꾸로해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면 다시 석유와 같은 기름으로 되돌아갈까? 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화학적 원리로 보면 가능한 일이다. 이 방법이 화학반응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이라고 불린다.

개념을 정리하면,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 방법은 크게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구분된다. 기계적 재활용 방법은 기계를 이용하여 플라스틱을 분쇄하고 녹여서 다시 재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분리수거하여 재활용하는 방법이 이 방법이다.

다음으로 화학적 재활용 방법은 열분해와 같은 화학공정을 이용해서 플라스틱 분자를 분해하여 오일로 만들어서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오일은 연료로 사용하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화학물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화학적 재활용 방법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이용해서 오일을 생산해낸 국내 최초 기업이 되었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열분해하는 방식으로 오일을 생산하였다. 또한 LG화학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이용하여 연간 2만 톤 규모의 오일 생산을 2024년에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이용해서 고순도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시험을 진행하여 지난해에 성공했으며 2024년부터 상용생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여러 국내 기업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이용하여 오일을 생산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을 오일로 바꾸는 비법은?

큰 통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넣고 밑에 불을 지펴서 가열하면 될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가열하면 녹아서 액체가 되지만 식으면 다시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되고 만다.

플라스틱을 오일로 바꿔주는 비법은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가늘고 긴 분자를 화학공정을 통해 짧게 잘라주는 데에 있다. 플라스틱 분자는 우리 머리카락처럼 매우 가늘고 길게 생겼다. 이 가늘고 긴 분자들이 매우 많은 수가 모여서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재료가 된다.

여기에 신기한 현상이 하나 숨어있다. 물은 0℃에서 고체인 얼음이 되고 100℃에서 기체인 수증기가 된다. 즉 온도에 따라 고체나 액체가 된다. 그런데 플라스틱은 온도가 아닌 분자의 길이에 따라 고체나 액체가 된다. 이제 눈치 챘을 것 같다. 플라스틱은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긴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분자를 중간에 잘라주면 액체인 오일이 된다.

이렇게 분자를 잘라주는 과정이 열분해나 가수분해 등과 같은 화학공정이다. 열분해를 이용할 경우에는 보통 350~500℃ 정도의 열을 가한다. 때로는 촉매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저널 오브 폴리머 사이언스 학술지에 2020년에 소개된 폴리에틸렌(HDPE)의 화학적 재활용 방법을 보자. 여기서 말하는 폴리에틸렌이란 수퍼에서 파는 우유를 담은 뿌연 플라스틱 통이나 비닐봉지 등으로 사용하는 흔한 플라스틱이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인 폴리에틸렌을 분리수거하여 모으고 오염물을 씻은 후 430℃ 반응조에 넣고 38분 동안 두면 오일이 만들어진다. 이때 수율이 85~90% 정도된다. 이렇게 얻어진 오일을 정제한 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이슈를 돌아보며

플라스틱 쓰레기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는 다각도로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마련하여 실천해야 한다. 정부와 기관 및 시민단체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 수립과 법·제도 마련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및 재활용 장려와 지원을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을 만들고 법·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둘째,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산업분야 지원이다.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과 같은 새로운 재활용 기술과 친환경 플라스틱의 연구개발 지원 및 개발된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지원과 기업지원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시민 인식개선과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다.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습관과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시민단체 활동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도 중요하다.

넷째, 지역 간 및 국가 간 협력 체계 마련과 실천이다. 플라스틱 관련 문제는 특정 지역이나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글로벌 이슈다. 따라서 국내 여러 지자체가 협력하고 다른 나라와도 협력하여 해결해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이러한 해결방안들을 서로 연결하고 확대 시행하여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해나갈 때다.

김영호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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