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맥도날드의 러시아 사업 철수

박태경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박태경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박태경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을 대표하는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구소련이 공식 해체되기 직전인 1990년 1월,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푸시킨 광장에 1호점을 개점한 이래 지금까지 32년간 사업을 영위해 왔다. 당시만 해도 구소련은 공산권 국가였기 때문에 그 한복판에 들어서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맥도날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1호점 개점 당일 맥도날드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 약 3만 명의 시민이 점포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은 소련의 개방과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알리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언급될 정도였다. 이처럼 맥도날드는 단숨에 러시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미 두 달여 전 러시아 시장 철수를 공식 선언한 스타벅스와 코카콜라보다 맥도날드 철수가 가지는 상징성이 더욱 큰 이유다.

러시아 내 850개 매장을 완전히 매각하는 이번 결정을 통해 맥도날드는 최대 약 14억 달러(1조8천억 원)에 달하는 회계상 손실 비용을 피할 수 없게 됐으며, 외화 환산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맥도날드가 러시아에서 고용하고 있는 6만2천여 명의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10만여 명도 고용 불안에 놓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내 사업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과 전쟁을 일으킨 국가에서 사업을 지속한다는 것은 맥도날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전 세계적인 비판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곳에서의 사업 지속에 따른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업은 태생적으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최근 기업 경영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ESG(환경·사회·투명 경영)에서 보듯이, 기업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얼마만큼 기여하였는지, 그리고 사회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였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소극적일지라도 단순히 제품만 좋으면 잘 팔리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진출해 있는 맥도날드가 러시아에서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한다면 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소비자들은 맥도날드가 추구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맥도날드의 기업 이미지 실추를 야기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물론 러시아의 모든 맥도날드 매장은 현지 기업에 매각돼 운영될 예정이기에, 맥도날드라는 브랜드만 사라지는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빅맥(Big Mac)과 유사한 햄버거는 계속해서 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맥도날드의 빅맥이 아니다. 소비자는 빅맥을 먹을 때 맥도날드를 먹는 것이지 햄버거를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왜 맥도날드가 러시아를 떠나는 결정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400여 개의 글로벌 기업이 공식적으로 러시아 사업을 중단 혹은 철수했다. 앞으로 기업 이미지를 더 각별히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소비재 기업들을 중심으로 철수 행렬에 동참하는 기업들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맥도날드의 이번 철수 결정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는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경쟁력 있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은 국가의 국민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국민들보다 훨씬 편리하게 많은 것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의 주요 국가만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은 쉽게 확인된다. 이제 러시아 국민들은 상당 기간 빅맥을 즐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가 지도자의 잘못된 결정이 이제는 자국의 선량한 국민이 누리던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마저 빼앗아 가고 있는 것이다. 언제쯤 다시 러시아에서 골든아치(맥도날드 로고)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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