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아침] 바보야 문제는 중소기업이야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It's the economy, stupid!)는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내세웠던 슬로건이다. 이를 통해 촌뜨기라고 불리던 젊은 아칸소주지사 클린턴은 국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를 파고들며 판세를 뒤집었다. 요즘도 이 표현은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겉도는 상황에서 문제를 콕 짚어 얘기할 때 사용된다.

새 정부도 전임 정부와 같이 일자리를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로 천명했다. 다만 양질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공공이 아닌 민간 주도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청년의 작년 첫 일자리는 거의 중소 업체였고, 첫 일자리 평균 급여는 213만 원이었다. 213만 원은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자료는 민간, 양질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에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성장 정체 중소기업의 비중은 2009년 20.4%, 2014년 26.3%, 2019년 30.9%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어떻게 우리 중소기업을 다시 성장시킬 것인가?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는 중소기업 스스로 성장에 대한 열망을 다시 불러일으켜야 한다.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고 중소기업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중소기업에 주는 보호나 특혜를 계속 받기 위해, 기업을 쪼개거나 일정 규모 이상으로 회사를 키우지 않는 기업들을 본다. 개인적으로 기업 경영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넘어지듯이 기업이 성장하지 않으면 기업은 넘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늘과 같은 시장과 경쟁의 경계가 무너지는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기에 우리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거나 느리게 죽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성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일자리라는 측면에서도 요즘 MZ세대들에게 최고의 가치는 성장이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에 청년들은 가지 않는다.

둘째는 스마트 팩토리를 넘어서는 디지털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은 보통 3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문서 등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Digitization, 자동화 등 프로세스 중심의 Digitalization, 그리고 고객 경험 등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위한 Digital Transformation이 그것이다. 그동안 우리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대표적인 지원 사업인 스마트 팩토리는 많은 부분 자동화에 머물렀다. 필자가 만났던 중소기업 대표는 약 40% 정도 생산성 향상이 있었다고 얘기했지만,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힘껏 달려야만 제자리인 무한 생산성 경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스타벅스는 긴 대기 시간을 매장 입장 전 사이렌 오더로 주문하게 해 고통이었던 고객의 경험을 바꾸고, 동시에 2021년 말 기준 한국에서만 2천500억 원의 고객 충전금이 쌓일 정도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했다. 디지털 전환은 고객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지향해야 한다. 독일도 스마트 공장을 통한 '생산성 향상' 관점이 아니라, 산학연 협업을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목하는 '미텔슈탄트(중견·중소기업) 4.0'이라는 디지털 전환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성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지식, 테스트 시설 등을 제공하는 중소기업 4.0 역량센터 및 테스트 베드를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음은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제도나 규제의 일률적 적용보다는 선별적 탄력적 적용의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업의 특성을 무시한 주 52시간제 일률적 적용, 가업 승계와 관련한 높은 실효세율 및 까다로운 공제 요건 등도 많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요즘 중대재해 처벌법의 경우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지만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의무나 책임을 규정한 조항들에 '충분한' '적절한' 등 추상적 표현이 사용된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고, 과도한 서류 부담도 중소기업에는 문제라는 얘기가 있다. 이런 제도의 개선을 통해 중소기업이 신바람 나게 뛰게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 운영에 여러 어려움이 많음을 알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혁파하고, 제도를 개선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지원해 다시 신바람 나게 뛰게 해준다면, 우리 중소기업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기업가 정신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성장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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