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팔도 명물] 설 떡국에 넣어볼까…전남 장흥군 대덕읍 매생이

김보다 색 진하고 파래보다 부드러워…내저·신리·옹암마을 연간 1천여톤 양식
고혈압·골다공증에 좋은 고단백 식품…과거 천덕꾸러기 취급받다 '인생 역전'

건조, 냉동 등을 통해 언제나 매생이를 먹을 수 있지만, 제철에 나온 생매생이 맛은 잊을 수 없을 정도다.
건조, 냉동 등을 통해 언제나 매생이를 먹을 수 있지만, 제철에 나온 생매생이 맛은 잊을 수 없을 정도다.

추운 겨울, 입천장이 데이면서도 '호호 불면서' 맛있게 먹는 음식이 매생이다. 겨울 바다의 진한 향기를 안고 있는 매생이를 떡국에, 굴국에 넣어먹거나 전으로 만들어도 맛있다. 청정해역 득량만을 품고 있어 겨울철 별미가 가득한 정남진 장흥군은 매생이의 원조 고장이다. 이맘때면 김 보다는 푸른빛을 띠고, 파래 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매생이'가 제철을 맞는다.

◆인생역전 매생이

장흥에서도 대덕읍 내저마을은 1980년대 중반부터 매생이 양식을 시작해 원조 중에 원조로 손꼽힌다. 지난 겨울 내저 마을에서 수확한 매생이는 790t에 이르며, 마을 전체 수입은 26억여원에 달한다. 과거 김에 달라붙어 자라는 매생이를 귀찮아했던 22개 어가들은 이제 김을 버리고 매생이만 키우고 있다. 그만큼 매생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이후 내저만이 아니라 인근 신리·옹암마을까지 매생이 양식에 나서 모두 62어가가 280ha의 양식장에 연간 약 1020t을 생산하고 있다. 2010년 생산 면적은 78ha에 불과했다. 매생이는 어가의 소득 증대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매생이로만 어가당 평균 46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최대 1억원 가까이 소득을 올리는 어가도 있다. 겨울철 큰 효자가 아닐 수 없다.

매년 10월께 대나무로 짠 발에 매생이 포자를 받아 양식을 하는데, 갯벌에서 25∼30㎝ 클 때까지 키운 뒤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한다. 사진은 매생이 발을 정리하고 있는 장흥 어민들.
매년 10월께 대나무로 짠 발에 매생이 포자를 받아 양식을 하는데, 갯벌에서 25∼30㎝ 클 때까지 키운 뒤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한다. 사진은 매생이 발을 정리하고 있는 장흥 어민들.

내저·신리·옹암 마을의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크고 작은 섬이 먼바다를 막아선 덕분이다. 이 평온하고 얕은 바다에서 매생이를 키운다. 10월께 대나무로 짠 발에 포자를 받아 두어 달 바다 들고나는 갯벌에서 25∼30㎝ 클 때까지 키운 뒤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한다. 3월이 지나면 색이 누레지고 맛이 떨어진다.

매생이가 처음부터 식재료로 알려진 것은 아니다. 과거 매생이는 김의 품질을 떨어지게 한다는 이유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하지만 매생이의 효능과 맛이 알려지고 나서는, 오히려 매생이발에 김이 붙지 않도록 관리한다. 매생이 입장에서는 인생역전이다.

어촌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이 시기에는 생찰매생이와 굴을 혼합한 상품이 특히 인기이다. 그 외 냉동 매생이, 건 매생이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생매생이 1재기(400g 내외) 한덩어리 기준 상품에 따라 3000원~5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어촌계 또는 인터넷으로 직거래 구매가 가능하다.

장흥 내저마을 양식장 전경. 내저마을은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매생이양식에 나선 원조 매생이 마을이다.
장흥 내저마을 양식장 전경. 내저마을은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매생이양식에 나선 원조 매생이 마을이다.

◆미운 사위 매생이국 준다

매생이는 달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국이나 떡국, 죽, 전등으로 만들어 먹는데 조리방법 또한 매우 간단하다. 물에 생굴을 넣고 팔팔 끓이다가 매생이를 넣어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면 끝이다. 매생이는 물 속에서 열에 쉽게 녹는 특징이 있는데 완성된 국에서는 열기가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 그만큼 입자가 열기도 뚫지 못할 만큼 촘촘하다. 어르신들이 "미운 사위 매생이국을 준다"는 속담을 자주 하게 된 이유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매생이국을 목에 넘기면 부드럽고 싱그러운 바다향이 입안에서 확 돋는다. 특히, 매생이는 '생생한 이끼'라는 순수한 우리말로 철분, 칼슘, 요오드 등 각종 무기염류와 비타민A,C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어린이 성장 발육촉진 및 골다공증 예방에 효염이 있으며,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진정시키는 효과 또한 뛰어나 애주가들에게 인기이다.

콜레스테롤 함양저하 고혈압을 내리는 성분이 있어 변비에도 효과가 있으며 고단백식품으로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간장기능을 높여 우울증, 육체피로 해소에도 큰 도움을 준다

장흥 아낙이 깨끗하게 처리된 매생이를 400g씩 포장하고 있다.
장흥 아낙이 깨끗하게 처리된 매생이를 400g씩 포장하고 있다.

매생이국의 최고의 궁합은 굴이다. 장흥군에는 자연산 굴 일명 '석화'와 매생이를 먹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다. 정남진 토요시장에 방문하면 많은 식당에서 매생이 요리를 밑반찬으로 내오거나 탕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정남진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굴 구이와 매생이 떡국을 판매하는 식당도 찾아 볼 수 있다.

요즘은 냉동기술이 좋아져 사계절 매생이를 맛볼 수 있지만, 제철의 매생이의 맛과 향에는 미치지 못한다. 겨울철 막바지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2월, 정남진 장흥의 멋진 풍경 속에서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매생이탕 한 그릇 맛보시길 추천한다.

매생이 찰떡 궁합인 매생이 떡국.
매생이 찰떡 궁합인 매생이 떡국.

◆이번 설에는 매생이 떡국
떡국을 먹지 않고는 설다운 설을 보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떡국은 설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설이면 으레 먹는 음식이기에 늘 해먹던대로 만들곤 하지만, 수십 년을 한결 같은 맛으로 먹자니 어쩐지 심심하다. 이때 매생이 하나만 추가해도 그간 먹어온 떡국과는 확연히 다른 이색적인 떡국을 맛볼 수 있다.

겨울이 제철인 매생이는 떡국에 개운한 맛을 더해 느끼한 명절 음식 가운데 산뜻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더욱 건강하다. 매생이가 들어가 한층 더 뜨끈한 국물은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속까지 풀어주는 기분이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일반 떡국을 끓일 때와 마찬가지로 육수를 우려낸 뒤 떡과 함께 매생이를 넣으면 되는데, 매생이는 멸치육수나 사골육수 둘다 궁합이 좋기 때문에 개운한 맛을 좋아하면 멸치육수를, 깊은 맛을 원하면 사골육수를 쓰면 된다.

다만 조리 전 매생이를 물에 잘 헹궈 잡미를 없애야 하는데 이 또한 방법은 간단하다. 보울에 매생이를 담고 흐르는 물에 흔들어가며 씻어준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헹궈준 후 체에 받쳐 물기를 빼고 손으로 한번 더 꾹 짜서 남은 물기를 제거하면 끝이다. 탱글한 식감과 고소한 풍미의 굴까지 넣으면 겨울철 이만한 보양식도 없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광주일보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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