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망조(亡兆)가 든 것 같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망조(亡兆)가 든 것 같다." 사업 일선에서 은퇴하신 분의 말씀이다.

나라의 흥망은 시대정신과 함께 온다. 영웅적 지도자도, 역사에 남을 무능한 지도자도 혼자서 나라를 흥하게 하거나 망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 인물과 국민의 시대정신이 하나가 되어 흥망으로 이어진다. 특정한 '인물'로 대표되지만, 실상은 모든 구성원의 성취 또는 실패인 것이다. 군주정, 귀족정, 공산 정권이 아니라 민주공화정에서라면 국민의 역할과 책임은 더 커진다.

'박정희'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는 우리 사회의 도전 정신, 열린 마음, '우리도 잘살아보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표출된 시대였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박정희' 개인이 아니라 '박정희 시대, 우리 국민들'이었다. 물론 박정희 대통령의 빛나는 리더십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아무리 애를 썼더라도, 국민들의 시대정신이 거기에 동참하지 않았더라면 그처럼 성과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김영삼과 김대중으로 대표되는 '민주화'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와 지지율 1위를 다투는 양대 거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우리 자신을 보면 한국이 어디쯤 서 있는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본소득'으로 대표되는 돈 퍼주기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서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공정과 정의'다. 기본소득과 공정은 꼭 필요하지만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여도 되는 것일까? "아직도 배고픈 사람들이 많고, 도둑놈들이 천지를 활보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 안전망의 한 부분이어야지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최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수립, 산업화, 민주화 다음 단계의 비전을 두 후보 중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도약'할 비전이 없다면, 현재 수준의 보폭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가?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1.24, 2016년 1.17, 2017년 1.05, 2018년 0.98, 2019년 0.92, 2020년 0.84에 이어 계속 추락하고 있다. 2020년 유엔 출산율 조사에서 조사 대상 19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2년 연속 꼴찌였다. 그렇게 출산율이 낮다는 일본(1.4명)보다도 낮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문제연구소는 '최우선 소멸 국가 1호'로 한국을 꼽았다. 문 정부 들어 경제성장률은 OECD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OECD는 2030~2060년 한국잠재성장률이 0.8%로 꼴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며칠 전, 국민연금 재정수지가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로 가면 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짐이 좋지 않다면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양당 대통령 후보들도, 국민들도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현 정부 초기,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위기 타개책으로 보험료율 12~15% 인상안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요율을 높이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퇴짜 놓았다. 지금까지도 국민연금 개혁은 뒷전이다. 다음 세대야 어찌 되든지 지금 좋은 게 좋다는 것이다. 돈 막 퍼 주겠다는 대통령 후보들도 문 대통령과 하나 다를 바 없다. 이게 '망조'가 아니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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