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우려로 화장하라더니…질병청 "시신서 감염사례 없다"

정부가 장례비용 지원 조건으로 '선 화장, 후 장례' 못박은 상황서 실효성 논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왼쪽)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왼쪽)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망할 경우 정부가 원칙으로 내세워 온 '선 화장, 후 장례' 원칙이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야당에서 제기됐다. 질병관리청이 "시신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가 없다"고 밝히면서다.

19일 질병관리청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시신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전파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질병청은 이 근거 자료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장례지침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장례지침, 통계 검색엔진에 현재 기준으로 검색한 결과를 제시했다. 질병청이 공식적으로 이같이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정부는 '메르스 백서'에 기반해 만든 '코로나19 사망자 장례 관리지침'에 따라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해 선 화장, 후 장례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시신에서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는 코로나19 사망자 장례비용 1천만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선 화장 후 장례를 치른 경우'를 못박아 사실상 이 원칙을 강제해왔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코로나19에 확진되면 면회도 어렵고 임종도 지킬 수 없는데, 화장장에 들어가기 전 애도할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질병청은 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시신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인정했다. "숙주의 사망과 동시에 바이러스가 소멸하지는 않으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숙주가 없으면 생존이 어렵다"며 "(일부 사례에서)사망 후 시신의 체액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되었으나, 대부분 감염력이 있는 생존 바이러스가 아닌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시신을 접촉하지 않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감염 전파경로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질병청은 "코로나19는 호흡기 비말을 직접 흡입하거나 비말에 접촉하는 경우 감염이 가능하다"며 "시신을 접촉하지 않는 경우 접촉과 비말에 의한 감염 전파경로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질병청은 "WHO는 시신의 흉곽을 압박하거나 심하게 흔드는 등 호흡기 비말 배출을 유도하는 행위는 비말을 통한 감염이 가능하므로 시신을 다룰 때 개인보호구를 착용하고 주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 같은 권고에 대해 "시신과 직접 접촉을 해야하는 장례지도사가 아닌 유족의 장례 여부와는 관계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선 화장 후 장례 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13일 "정부가 코로나 사망자의 존엄과 유족의 애도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정부가 비과학적인 선화장 후장례 지침을 유지하는 것은 애도할 권리조차 박탈해 유가족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며, "하루빨리 장례 지침을 바꿔 유족들의 황망함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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