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후끈 달아오른 2030 월드컵 유치전

박태경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박태경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박태경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 우리나라는 2002년 FIFA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붉은 열기가 전국을 뒤덮었다. 많은 국민은 아직도 당시의 설렘과 행복감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올해, 2030년 FIFA 월드컵 대회 유치를 놓고 벌써부터 국가 간의 유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30년에 개최되는 월드컵은 24번째이면서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특히 2022년 대회가 중동의 카타르, 2026년 대회가 북중미의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2030년 대회는 유럽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다가 FIFA가 단일 개최보다는 공동 개최를 선호한다고 밝히면서 유치를 희망하는 국가들이 '최적의 연합군(?)' 형성을 위해 실익 계산에 한창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스페인-포르투갈 그룹과 루마니아-그리스-불가리아-세르비아 그룹이 2030년 대회 공동 유치를 위해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에 있는 벨라루스-우크라이나-폴란드 그룹도 유치 논의를 한 것으로는 알려져 있으나, 현재 대외 정세상의 불안정으로 인해 유치 작업에 가속도가 붙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2030년 대회 유치를 선언한 곳은 2021년 초 영국-아일랜드 그룹이었다. 당시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280만 파운드(원화 약 46억 원)의 관련 예산까지 확보했다. 축구 종가를 자부하는 영국이 오랜 식민 지배로 인해 자국에 역사적 앙금이 남아 있는 아일랜드와 공동으로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유럽 내에서만 2030년 대회 유치전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영국 자체 타당성 조사에서 2030년 대회 유치를 통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결과를 받아든 이후부터는 그에 대한 논의가 최소한 공식 석상에서는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였다.

최근 영국의 문화체육부 장관인 줄리안 나이트가 2030년 대회 유치에 부정적인 견해를 공개적으로 피력하면서 월드컵 유치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영국의 BBC에 따르면 그는 월드컵 유치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프로젝트임에도 경제회복 기여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그 예산을 달성 가능성이 높은 다른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굳이 축구대회를 유치하고자 한다면 2030년 월드컵보다는 그 못지않은 메이저대회인 '유로 2028' 유치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영국-아일랜드의 2030년 월드컵 유치에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UEFA 입장에서는 유럽에서 2030년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가장 유력한 한 그룹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영국-아일랜드보다는 최적의 날씨를 자랑하는 스페인-포르투갈이 유럽 대륙을 대표해서 유치전에 나서기를 희망한다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분명 현 시점에서 영국-아일랜드 그룹의 2030년 월드컵 유치는 성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축구가 삶의 중요한 부분이자 종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축구의 나라' 영국에서는 월드컵 유치를 통해 축구 종가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함과 동시에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월드컵 공동 개최를 계기로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랜 역사적 애증 관계를 해소하고 양국의 공동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공동 개최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유치 당위성과도 일정 부분 유사함을 보인다. 영국-아일랜드의 2030년 월드컵 유치 시도 또한 단지 '희망 고문'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치밀한 전략하에 유치를 위한 가열찬 노력을 전개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령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오랜 시간 공동의 목표를 위해 맞잡은 손은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켜켜이 쌓여온 애증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허무는 데 분명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 월드컵 개최지는 2024년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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