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베트남 정치 시스템과 코로나 방역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지난 5년여간 해마다 베트남의 설에 하노이를 방문해 왔다. 1년 동안 현지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과정(김우중사관학교) 참가 청년들과 명절을 보내고 3, 4일간 강의를 진행하는 목적이다. 필자가 실무를 총괄하고 있기에 연례 출장길이 되었다. 설 전후 약 1주 동안 베트남의 시스템과 학교 제공 강의가 휴강되고, 연수원도 최소한의 기능만 움직이니 불가피하게 방문해 일주일간의 일정을 진행한다.

일정 중 전반부인 3박 4일은 베트남 북부 해발 1,500m에 있는 라오까이(Lao Cai)성의 사파(Sa Pa)라는 곳을 방문하게 된다. 고산족이 살고 있어 관광지화된 덕분에 연수생들의 휴식과 문화 체험과 병행하여 3,147m의 인도차이나반도 최고봉인 판시팡(Fansipan)산을 케이블카로 올라가 보며 남다른 추억도 만든다.

2년 전인 2020년 1월쯤 한국으로 돌아올 당시, 코로나19가 시작돼 지난해 행사 때는 가지 못했다. 올해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여 출장을 준비하다가 포기했다. 베트남의 방역 정책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방역 정책 적용 기준 차이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정한 지침에 의하면 입국하여 3일간 격리 후 일상적인 생활이 된다. 그런데, 연수원이 있는 하노이시에서 출발하여 라오까이성으로 들어갈 때와 다시 하노이로 돌아오는 길의 경계를 통과할 때 방역 기준 적용이 다를 가능성이 커서 출장 일정을 가늠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베트남 국가 차원의 방침이 5개 중앙직할시와 58개 성이 제각기 다를 수 있고, 경계를 넘나들 때는 각각의 기준에 의한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른 조치가 달라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업가들의 요청으로 외교 채널을 통해 제한적인 출입국을 허가받고 특별기를 통해 사업을 챙기는 일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정작 현지에서 시와 성을 넘나들며 오가는 중에 매일 달라지는 확진자 동향에 따라 지방정부가 수시로 강화 또는 완화된 격리 지침을 적용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런 식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현지에서 활동하며 출입국이 잦거나 지방으로 이동할 일이 많으면 예상치 못한 상황을 접하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런 일들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비자 발급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 취업비자 발급을 위한 노동허가서를 시성(市省)급의 노동국에서 검토하는 과정에 중앙정부가 법령에서 정한 자구를 지방정부가 다르게 해석하여 일어나는 일이다. 비자 신청의 사전 단계인 외국인 채용 계획의 승인도 시성급 인민위원장의 권한이다. 지역에 따라 해석에 온도차가 나기에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다른 지역에 사업장이 있으면 그 당혹감이 커진다.

이런 현상은 베트남의 분권화된 통치 체제의 결과물이다. 그 나름대로 국가가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잘잘못이나 선진화 정도를 따질 이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정서상으로는 익숙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방역 관리나 외국인 출입 관리, 비자 발급 등 국가 차원으로 일원화된 시스템에 익숙해 베트남에서 체감하는 불편함을 그 나라의 후진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베트남을 경험한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말하는 기현상도 보인다.

특히 사업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짓고 투자하는 경우는 이런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상당히 많은 업무가 지방정부의 허가 사항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GYBM 과정도 1년 연수 후 취업하는 회사가 제각기 다른 지역에 있어 회사 주도로 비자를 발급받을 때 업무 처리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매년 100여 명이라는 적잖은 인원의 서류를 챙기는 일은 보통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을 준비할 때는 반드시 그 나라의 정치 문화 시스템,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권화된 시스템에 대한 학습이나 조언을 듣고 진행해야 한다.

사족을 단다면, 동남아 국가를 다녀오면 우리의 현재 모습이나 유럽·북미 지역 국가와 비교하며 그 나라를 비하하고 폄훼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단기간의 압축된 경제발전 과정에서 일원화된 국가 리더십 체제를 경험한 우리 한국 기준으로 그들의 체제나 문화에 대해 쉽게 말하는 것은 조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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