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중대재해법 1호', 지역에서 나오지 않기를

모현철 경제부장

모현철 경제부장
모현철 경제부장

'828명'. 지난해 일터에서 일하다 사고가 나서 숨진 근로자 숫자다. 하루 평균 2.3명가량이 하루 일을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영원히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이 중 417명(50.4%)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새해 벽두부터 전국 건설 현장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광주 아파트 공사장에서 고층부 외벽과 내부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 6명이 실종된 뒤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북 구미와 부산에서도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있었다.

오는 27일부터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마침내 시행된다. 50인 이상 사업장을 우선 적용하며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건설업체는 2024년부터다. 이 법에서 규정하는 중대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로 사망자 1명 이상 내지 6개월 넘게 치료를 요구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발생한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이 넘을 때도 해당한다.

이 법의 시행에 대해 기업들의 반발은 거세다. 경영계는 16개 조항으로 짜인 중대재해법의 시행을 앞두고 '처벌이 과도하다' '법이 모호하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시행하지도 않은 법을 두고 위헌성 시비까지 불거진다. 지금은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안전·보건 인력과 조직을 보강하는 등 내부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안전 경영은 시대적 과제이다. 이 법은 근로자·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산업재해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다. 안전에 대한 규제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년 많은 근로자가 일터에서 생명을 잃는 일이 반복된다. 작년 말에도 한전 하청 근로자가 전봇대 작업 도중 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관련 법령이 만들어지고, 규제가 강화되지만 산업 현장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란 기대 속에 중대재해법이 이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 시행의 진정한 목적은 경영진의 처벌이 아니라 산업재해 예방이다. 경영진이 처벌받는다고 해서 다치거나 숨진 근로자와 가족, 시민들의 마음이 누그러지지는 않는다. 근로자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에서 10위로 올라섰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경제적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이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씻을 시점이다. 산업 현장에서 억울한 죽음을 막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안전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다가 근로자가 숨지는 후진국형 사고가 더 이상 재연되지 않아야 한다. 법이 시행된다고 사고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 모두가 서로 책임을 미루지 말고 안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대구 지역 건설업계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인원을 늘려 안전 관리 업무를 확대하고 협력 업체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올해와 내년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이뤄진다. 올해 40개 단지·2만2천 가구가, 내년에는 48개 단지·3만3천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현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지역에서 '중대재해법 적용 1호'가 탄생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에 앞장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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