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세상 모든 엠패스를 위하여

임수현 시인
임수현 시인

사람들 가운데는 공감 능력이 지나치게 뛰어나 상대의 감정을 오롯이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초민감자를 '엠패스'라고 하는데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필요 이상 이입해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엠패스는 자가 진단은 그렇다고 답한 문항이 11~15개라면 초민감자 성향이 강하다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니 해보시길)

대표적으로 초민감자의 성향은 '말싸움이나 고함을 들으면 극도로 불안하다', '여러 명보다 일대일이나 소수 인원과 교류하는 게 편하다', '차라리 혼자 있는 게 편하다', '유독 깜짝깜짝 잘 놀라는 편이다', '화학물질에 민감해 원단 질이 안 좋은 옷은 입기 힘들다', '자연 속에서 재충전하길 원한다' 등이 있다. 자발적 외톨이형 인간이 여기에 속할 것 같다.

이 부류에 나도 어느 정도 해당이 된다. 문 여닫는 소리에도 밤에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싸우는 소리를 들으면 일단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작은 고통도 견디기 힘들어 어떻게든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한다. 내 편에서 먼저 화해를 요청하는 경우가 그렇다. 타이레놀은 상비약이며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보다 마음 맞는 한두 명과 이야기하는 게 편하다.

타인의 기분을 헤아리느라 불면증은 종종 나의 몫이다. 이런 나의 성향은 심리적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에게도 안 한다거나, 어떤 상황에서 일어날 변수를 늘 생각한다.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하는 편이며,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려고 애쓴다. 옷을 살 때도 가장 먼저 보는 건 옷의 질감이다. 까슬한 옷감이거나 뻣뻣한 옷감은 일단 거르고, 상표는 목덜미에 거슬리지 않게 가위로 자른다. 마음의 완충재를 둘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성향의 사람은 예술가들이 많다고 하니 내 입장에서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나 같은 초민감자들은 균형이 깨지는 걸 원치 않는다. 심리적 방어막이 약한 이유이기도 하고 기저에 깔린 유년의 트라우마가 작동했으리라 짐작만 하고 있다.

이런 엠패스는 우울증, 신경쇠약, 불면증을 겪는다고 한다. 아마도 카프카나 헤밍웨이, 버지니아울프도 초민감자였을 거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초민감성으로 세상을 돋보기처럼 들여다보느라 고통 속에서 살았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작품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 삶에 불을 밝힌다.

결은 다르지만 나 역시 초민감성 인자가 있는 사람으로 신체와 마음이 초광속 케이블로 연결돼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다. 촉수가 곤두선 무척추동물처럼 흐느적흐느적 살아가지만 민감하다는 것은 자세히 느낀다는 거다.

세상 모든 엠패스들이여! 당신은 지금 타인의 고통이 내 고통으로 전이돼 함께 아파하고 있는 것. 그러니 너무 뒤척이지 말자. 누군가는 나의 고통에 함께 아파해줄 엠패스가 있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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