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걸면 걸리는 모호한 중대재해법 수정 보완 불가피하다

이달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됨에 따라 건설업계를 비롯한 기업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엄벌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인 사업장 또는 건설업의 경우 공사 금액이 50억 원 이상인 곳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된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원인으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정의된다. 하지만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는 모호하다. 중증 환자가 아니라 통원 치료만으로도 회복 가능한 질환자가 3명 이상 나와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업주나 대표자의 의무인 '관리상의 조치'는 지나치게 확대 해석될 여지가 크다. "사고 발생 원인에 관한 기준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법이 애매한 탓에 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은 정부 부처에서도 책임자인 장관의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바람막이 조직'을 신설하는 마당이다. 고용노동부는 직원 3명의 전담 조직을 구성했고, 국세청, 국토교통부, 관세청도 대응 조직을 꾸리고 있다. 정부 부처가 이 정도인데 재해 노출 가능성이 높은 민간 분야는 더할 수밖에 없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경영자를 대신해 처벌을 받을, 형식상 권한만 가진 '대표'를 선임한다는 말도 나온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강화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업들이 무한책임을 피하려고 '형식상 대표'를 둘 수밖에 없고, 재해 위험이 낮은 정부 부처까지 수장 보호용 조직을 만들 정도라면 보완이 필요하다. 게다가 '형식상 대표'를 둘 수 있는 대기업엔 실효성이 떨어지고, 중소기업엔 '걸면 걸리는 법'이라면 문제가 크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기업의 경영 활력을 해치지 않도록 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법은 지속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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