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민자치법 이대로 좋은가

정상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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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환 변호사

지난 11일 정당법이 개정되었다. 정당 가입 연령을 현재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제 고등학생도 정당 가입이 허용되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공포 즉시 시행된다. 연령을 더 낮춰 13세인 중학생까지 정치적, 사회적 활동을 허용하자는 법안이 있다. 주민자치 기본법안인데, 지난해 1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발의되었다.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풀뿌리 주민자치에 대한 법률적 체계를 마련한다는 게 입법 취지이다.

주민자치를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 또한 주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민생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풀뿌리 주민자치를 가장한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는 조항들이 담겨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첫째, '주민의 자격'이다. 이 법안은 중학생에게도 주민투표권, 조례제정 및 개폐청구권, 감사청구권을 주도록 했다. 중학생의 판단과 사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자칫 현실 정쟁(政爭)의 희생양이 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근심에 깊이 공감한다. 또 해당 행정구역 내에 주소지를 둔 사업체 근무자와 각급 학교 교직원에게도 주민의 자격을 주고 위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강성 노조 등의 집단행동으로 자칫 풀뿌리 주민자치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둘째, '주민자치회'의 권한이다. 주민자치회에서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 그 지역 주민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폰 번호 등 인적 사항을 요청할 수 있고 중앙과 지자체는 이에 응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주민자치회로 제공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주민자치회에 사무국을 두고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을 주민자치회의 추천에 따라 지자체장이 공무원으로 임명토록 하고 있다. 공개채용 시험을 치지 않고 추천으로 공무원이 된다면 그 부작용은 심히 우려된다. 참고로 2019년 12월 현재, 전국에는 3천491개의 읍면동이 있고 추천에 의한 공무원이 1명씩 배치된다고 가정하면 3천491명의 공무원이 새로 임용된다.

셋째,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측면이다. 이 법안은 주민자치회가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기부금이 준조세로 불릴 정도로 강제성이 강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 지역 내 기업체 등은 어쩔 수 없이 기부금을 내야만 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주민자치 전문 인력을 당해 기관에 우선 채용·배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자치 전문 인력이 누구를 말하는지 법안상으로 분명하지 않지만,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의 선거운동원들을 위한 자리 마련용으로 전락될 위험이 있고, 운용하기에 따라서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을 채용함으로써 주민자치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지자체와 주민 간, 또는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 법안은 '주민자치 실현'이라는 바람직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몇몇 조항은 이념적 제휴나 정실에 의한 공무원 임용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직업공무원제의 근간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의 본질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중학생들에게까지 정치·사회활동을 허용하게 되는데,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 학교 등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준비 없이 거대 여당이 졸속으로 법안을 밀어붙일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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