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훈아 형!

김영필 철학박사
김영필 철학박사

형이 "세상이 왜 이래"라 절규하면서 묻고 있는 테스 형도 세상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는 거리에서 만나는 청년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은 가짜고, 진짜는 눈에는 안 보인다고 가르치고 다니다가,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마음으로 보라고 가르쳤던 테스 형은 시쳇말로 전형적인 꼰대였습니다.

기원전 423년, 학교에 아들을 맡긴 아버지가 아들 교육을 잘못시켰다는 이유로 학교에 불을 지릅니다. 불난 학교에서 살려고 허둥허둥 뛰쳐나온 선생이 바로 소크라테스 형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학교 교육을 망친 자로 풍자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리스토파네스는 '구름'이라는 작품에서 테스 형을 아이를 잘못 가르친 선생으로 비꼽니다.

자기보다 스무 살 연하인 당대의 아이돌 '알키비아데스'보다 자신이 더 미남이라고 상식에 반하는 궤변을 늘어놓아 세상을 어지럽게 한 테스 형입니다. 도대체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뭔가요. 그는 '아름다운 것'과 '아름다움'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네 앞에 있는 아름다운 그녀 이외 또 다른 그녀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고 다닙니다. 테스 형의 제자 플라톤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이는 이 아름다움을 '이데아'(idea)라고 말합니다. 플라톤은 스승을 닮아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가도 '사랑'이라는 이데아는 영원히 남는다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테스 형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제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무시한 겁니까, 아니면 아예 몰랐던 겁니까. 그는 거짓말이 나쁜 줄 알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지요. 그러나 인간은 담배가 나쁜 줄 알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자제력을 기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지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제력이 없는 존재이니까요.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제력을 기르는 좋은 습관이 중요하다고 테스 형에게 조언합니다.

형! 테스 형은 인간은 이성이란 옷만 걸치면 욕망을 쉽게 압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거야말로 욕망에 대한 무지입니다. 델포이 신전 현관에 붙어 있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경구는 테스 형이 새겨들어야 할 말일지도 모르지요.

테스 형 역시 '세상이 왜 이래'라 절규하며 스스로 독배의 잔을 마시고 죽었습니다. 물론 그는 죽음을 육체로부터 영혼이 해방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쯤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죽음 앞에서 두렵습니다. 죽음에 대한 불안이 고조된 코로나 상황에서 더 절실한 것은 테스 형의 메마른 메시지가 아니라 형의 맑은 감성의 노래입니다. 형이야말로 '세상이 다 그래!'라 우리를 위로해주는 영혼의 닥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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