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태양을 먹고사는 사람들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종교영성학과 교수

신학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어느날, 나는 2학년들에게 "우리는 태양을 먹고사는 존재들이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 신학생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는 존재들입니다. 그런데 태양을 먹고 산다니 참으로 기이합니다"고 하면서 보충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나는 내심 '이 학생이 질문하는 걸 보니 수업을 잘 듣고 있고 지적 호기심과 알고자 하는 의욕이 있군'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그것은 내가 기대한 반응이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예수님은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다. 그러니 우리도 자신을 비우고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늘 이런 말을 들으며 자라온 그들이었다. 일생동안 사람들을 사랑하는 삶을 살고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직의 길에 들어서서 막 배우기 시작한 초년생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에게 하느님이 아닌 태양을 언급한 그날, 그들의 의문점을 풀기위한 강의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우리는 하느님과 부모님,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필요했던 모든 물질적 에너지의 근원은 바로 태양이 지구로 보내준 에너지라는 것이다. 우리가 만들지 않은 태양이 저기 저렇게 있는 것은 당연히 하느님의 큰 사랑에 의한 것이다. 태양계와 우리 은하, 그리고 우주 전체를 알아갈수록 우리는 이들의 존재와 엄밀한 운행법칙의 경이로움에 대해 감탄하게 되고 신비감을 느끼게 된다.

태양은 핵융합을 통해 외부로 방사하는 에너지는 매초 당 수소 4억~6억 톤이 발화하는 양이다. 그 중 약 22억 분의 1이 지구에 도달한다. 지구에 도달하는 햇빛은 ㎡당 연간 약 5백만 kcal 정도 된다. 이 중 약 1백만~2백만 kcal 정도가 지상에 도달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후변화와 생명작용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식물은 자신의 생명 유지와 번식에 사용하고 남은 태양에너지를 뿌리, 줄기, 열매, 잎들에 저장을 한다. 광합성 능력이 없는 동물 중에서 초식동물들은 이들을 먹어 자신의 생명유지와 번식에 사용하고 남는 것은 몸에 비축한다. 육식동물들은 초식동물을 잡아먹어 태양에너지를 확보하고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이어간다. 우리 사람은 곰과 같이 잡식동물에 해당돼 식물도, 동물도 먹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필요한 온갖 일을 하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팩트로 세계로 남녀노소, 인종, 나라, 종교를 초월하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마디로 '태양을 먹고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나의 생명과 삶은 138억 년 우주 역사와 46억 년 지구 역사, 그리고 38억 년 생명체 역사와 8백만 년 인류의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지만, 우주와 지구 그리고 수많은 생명체가 있어서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양을 헤아려보면 실로 엄청난 양일 것이다. 지구촌의 식물과 동물들이 그 음식들의 식재료가 된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잃어 나의 음식이 된 덕분에 내가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고 말하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의 삶을 이웃과 더불어 매순간 살뜰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를 살게 하는 태양과 지구 생명체들에게 보답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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