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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파트값 3주째 하락, 본격 구조조정…변수는 '대선'

1년 6개월 만에 가격 변동 ↓…미분양 많은 동구·중구 하락 커
올 분양단지 12곳 2순위 미달…'역대급 입주 과잉' 침체 원인
월 평균 거래량 1904건 그쳐…내후년까지 물량 정점 관망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매일신문DB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 매일신문DB

내년부터 대구 아파트 시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달을 기점으로 이미 대구 아파트시장은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파트값은 1년 6개월만에 상승 랠리를 마감하고, 하락 전환했다. 지난 수 년 간 호황기를 누렸던 아파트 분양 시장은 올 하반기 이후 공급 과잉 우려에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를 맞았다. 여기에 정부 부동산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규제 강화냐, 완화냐 정부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 대구 아파트 시장 구조조정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승 랠리 마감…3주 연속 하락세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2일 발표한 '11월 5주차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29일 기준)에 따르면 11월 5주차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3%를 기록했다. 앞서 11월 3주차 대구 아파트값이 1년6개월만에 마이너스 상승률로 돌아선 뒤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구·군별로는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동구(-0.06%), 중구(-0.05%)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신규 입주 및 미분양 물량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동구는 신기·신서동 구축 아파트 위주로, 중구는 대신·남산동 위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매매수급 측면에서는 지난 6월부터 이미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풍향이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매매수급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1주차 대구의 매매수급동향지수는 전주보다 2.7포인트 하락한 99.3으로 떨어진 이후 다시는 100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건수를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 수록 공급이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11월5주차 대구의 아파트매매수급지수는 89.4로 2주 연속 80대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100.1이었고 대구 다음으로 수급지수가 낮은 세종(93.4)과도 차이가 컸다.

◆입주 폭탄 우려에 대규모 청약 미달

대구 아파트 분양 시장도 구조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매일신문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11월 말 기준 올해 대구 아파트 분양 단지 41곳 가운데 12곳에서 2순위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 지난해 100% 1순위 조기 완판 분위기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올 초 동구 일부 지역(5곳)에 집중됐던 청약 미달 단지가 하반기 이후 수성구(2곳), 중구(5곳) 등에 전방위로 확산했다. 일부 단지는 선착순 계약까지 받고 있지만 물량을 털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착순 계약은 모든 청약 수단을 동원했는데도 미달로 남은 물량을 팔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대구 청약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수 년 간 역대급 분양 물량에 따른 '입주 과잉' 영향으로 보인다. 아파트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적정 입주량은 연간 1만1천953가구 수준이지만, 2020년 1만3천660가구→2021년 1만6천284가구(추정)→2022년 1만9천604가구(추정)로 적정 수요를 훨씬 초과한다.

특히 2023년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추정)은 3만2천623가구로,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33년 만에 처음으로 3만 가구를 돌파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 대구 아파트 미분양은 1천933가구로 아직 위험한 수치는 아니지만,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와 입주 폭탄이 맞물릴 경우 한순간에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래절벽 심화…변수는 '대선'

아파트값 상승 랠리 마감과 공급 과잉 현상이 맞물리면서 '거래절벽' 현상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11월, 12월 대구 아파트 매매량은 각각 6천403건, 6천359건으로, 최근 수년 새 가장 매매가 활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달성군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직후 올해 1월에는 2천99건으로 떨어졌다. 올해 9월까지 대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7천140건으로, 월평균 거래량은 1천904건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거래량의 44.4%다.

공입중개업계는 매수자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시세보다 훨씬 가격이 낮게 나오는 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대구뿐만 아니라 국가 단위로도 공급량에서 가격이 자유로웠던 적은 없다. 입주물량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는 내년과 내후년이므로 이때까지 시장을 지켜보는 것도 수요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접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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