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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학생 구하는 '교육복지사', 정작 고교엔 없다

대구 교육복지사 인력 충원 시급
교육복지사 "위기학생 올바른 길로 인도, 가정에 도움될 때 뿌듯"
정신적 스트레스도 커, 교육복지서 인력 부족해 업무 과중
홀로 결정에 심리적 부담 커, 고등학교 미배치로 업무 연속성 떨어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교육복지사는 위기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담임교사는 학급 학생 모두를 돌봐야 하기에 취약계층 학생의 복지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는 반면, 복지 업무 전문가인 교육복지사는 전담 관리가 가능하다. 교육복지사들은 위기 학생 관리가 어렵지만 보람이 있다고 입을 모으는 한편 인력 충원 등 내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위기 학생 구출 최전선의 교육복지사

13년간 대구에서 교육복지사로 활동한 A씨는 12년 전쯤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출이 잦았던 한 비행청소년을 맡았다. 당시 학생의 아버지가 먼 곳에서 일을 해 학생이 혼자 집에 있을 때가 많아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 이를 지켜봤던 A씨는 집으로 직접 음식을 가져다 주고, 결석할 땐 꾸준히 가정을 방문하며 복학을 도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학생은 결국 자퇴했다. A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학생과 연락을 끊지 않고 꾸준하게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방황하던 학생이 최근엔 가정도 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A씨는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A씨는 "당시 학생이 자퇴했을 때 '내가 이 아이를 돌보는 데 실패했다'는 낙담에 빠졌지만 학생이 방황하고 학교 밖으로 나가더라도 주변에 자신을 진심으로 지지해 주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최근까지도 그 학생과 연락을 하고 지낸다. '복지사 선생님 덕분에 방황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었다'고 들었다. 복지사로 가장 뿌듯했던 일이다"고 했다.

또 다른 교육복지사 B씨는 불안정한 학생의 가정환경을 회복시킨 경험이 있다. 차상위 계층의 한 학생은 돌봄을 받지 못해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고 떼를 쓰는 등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의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는 인근 유치원 원장에게 양육비 일부를 주고 아이를 맡겼다. 육아에 거의 손을 놓았던 것이다.

이에 B씨는 학생 아버지와 정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하면서 학생을 아버지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 양육에 도움을 줬다. 대학생 멘토와 경제적 지원 연계 방법을 찾아 가정 회복에 힘썼다. 그 결과 매일 떼쓰던 학생의 표정은 웃는 모습으로 바뀌고 악취도 없어져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다.

교육복지사 C씨는 "학생에게서 기쁨을 얻는다"고 했다. C씨는 취약계층이었던 한 학생 가정의 가족관계 정리를 위해 법률 자문을 직접 받으러 나녔다. 서류 첨부와 법원 재판 등을 도왔다. 이후 구청을 통해 학생 가정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C씨는 "교육복지사로 학생들의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기에 힘이 들지만 일에 대한 보람과 기쁨이 크다"며 "간혹 한 학생에 집중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아무래도 담임교사는 학급 전체를 돌봐야 하니 힘들다. 이런 역할을 교육복지사가 해내는 것이다"고 했다.

◆여전한 인력 부족, 정신적 스트레스도 커

교육복지사의 위기 학생 관리 업무 이면에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만찮다. 대구의 교육복지사 배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음에도 여전히 교육복지사 인력은 부족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교육복지사는 각 학교에 1명씩 배치된다. 혼자서 학교 내 모든 위기 학생을 도맡아야 한다. 학교 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담임교사와 협의해 사례관리에 나서야 한다. 그렇다 보니 업무 과중은 물론 의사결정에 있어 부담감이 상당하다. 아동학대 의심 가정의 경우 부모의 협박 전화에 시달리거나, 상담 거부 등 아예 가정에 개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도 벌어진다.

대구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육복지사 D씨는 "학생 관리를 위해 교장, 교감 등과 협조를 하지만 혼자라 부담이 크다. '이렇게 일을 처리해도 되는지'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도 많다"며 "교육지원청에 문의하거나 다른 동료에게 비슷한 상황이 있는지 알아보면서 판단을 하지만, 힘들 때 지지해주는 인력이 없다보니 속앓이를 한다"고 말했다.

담임교사와 업무 협조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교사의 경우 학생 관리 등 처리해야 할 기존 업무가 많아 복지 업무에 할애할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교육복지사와의 소통·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담임교사가 복지 업무까지 전담하는 교육복지사 미배치 학교는 위기 학생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미배치 학교의 지원을 돕는 교육복지사가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5명이 있지만 학생 수가 많다 보니 활동에 한계가 있다. 또 학교 측이 지원을 요청하고 절차를 밟아야 해 신속한 업무 처리가 힘든 구조다.

무엇보다 교육복지사들은 학생 지원의 연속성을 위해 특성화고등학교에 교육복지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원이나 야간 자율학습으로 학생이 방치되는 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고등학교에 교육복지사를 배치하지 않았다.

한 교육복지사는 "중학생 때 관리하던 비행 청소년을 겨우 설득해 고등학교에 진학을 시켰는데 거기서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돌봐주는 인력이 없어 자퇴했다"며 "위기 학생은 상급 학교로 진학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닌 만큼 학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고등학교에도 반드시 교육복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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