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오늘의 삶, 어떻게 살 것인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프레드릭'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모든 사람은 누구나 딱 한 번의 삶을 허락받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자신의 삶이 의미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이 땅에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역사로, 문학으로, 예술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한계인 죽음을 인식할 때, 삶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우선순위를 정하게 됩니다.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이 죽음' 표지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이 죽음' 표지

◆타인의 죽음을 통해 얻는 인생의 통찰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톨스토이의 중단편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소개합니다.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성공한 인생'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집안의 자랑거리로 공부도 곧잘 했고, 성격도 원만하여 누구나 좋아하는 예의 바른 사람이었습니다. 법률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한 후 판사가 된 그는 능력을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합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마흔 다섯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이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면서 끔찍했다'고 표현합니다. 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두고 가족과 주변인이 보인 반응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법원 동료들은 이반 일리치의 자리가 비게 되었으니 자신의 승진과 연결짓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장례식장에 참석해서도 그날 저녁에 예정된 카드 놀이에 마음이 가 있습니다. 이반의 아내도 남편의 죽음 앞에서 상복을 입고 있지만 남겨질 유산에 더 세심한 신경을 씁니다. 결혼 생활은 서로의 고통에 무관심했기에 불행과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당사자인 이반 일리치는 알 수 없는 병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짚어봅니다. 그가 평생을 바쳐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좋은 집, 깨끗하고 멋진 옷, 사회적 명예나 품위는 죽어가는 그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죽음 앞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허영과 가식, 타인의 시선만 의식했던 인생이기에 죽음 앞에 선 그의 삶이 너무나 초라하고 서글픕니다. 다른 한편으론 특별히 잘못 산 것도 없고, 남들처럼 살아온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끝나야 하는지 알지 못해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요? 비단 이반 일리치의 삶만 그러할까요? 지금 우리가 쫓고 있는 목표, 누리는 기쁨과 행복은 과연 죽음 앞에서도 의미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합니다. 문학 작품 속 타인의 죽음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통찰을 주는 순간입니다.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표지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 표지

◆타인의 기준에 타협하지 않는 삶

'프레드릭'은 얇은 그림책입니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마치 '개미와 베짱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다른 들쥐들은 밤낮없이 양식을 모으지만 프레드릭은 그렇지 않습니다. 베짱이처럼 노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다른 일에 열중합니다. 남들 눈에는 전혀 일로 보이지 않는 일이지요! 겨울에 부족할 햇살을 모으고, 색깔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읍니다.

드디어 겨울이 되어 들쥐들은 모아 놓은 열매와 곡식을 조금씩 꺼내먹습니다. 그러다 모아둔 양식이 다 떨어지게 되자 프레드릭을 찾아갑니다. 프레드릭은 눈을 감고 따스한 햇살을 상상하도록 하고, 잿빛 세상에서 알록달록 빛깔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들쥐들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프레드릭은 겨울에 닥친 어려움 그 자체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연의 이치와 아름다움을 시적 언어로 표현합니다.

프레드릭이 다른 들쥐의 시선을 의식해서 남들이 하는 대로 양식을 모으기만 했다면, 이들의 겨울은 어떠했을까요? 양식은 언젠가 그 끝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차디찬 겨울을 녹이는 것, 잿빛 하늘을 희망으로 채우는 건 타인의 기준에 타협하지 않은 프레드릭의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다양성은 소중하기에 인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이 너무 획일적이지는 않은가요? 오늘날을 가리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시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타인의 인정과 타인이 만들어 놓은 기준을 쫓기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한 우선순위와 가치를 자녀들과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 6월 26일 0시 기준 )

  • 대구 283
  • 경북 316
  • 전국 6,246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