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현대인의 15% 경험하는 우울증

'마음의 감기' 대수롭잖게 여기다 치료시기 놓칠라

출처-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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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마음에도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항우울 효과가 있는 세로토닌 분비는 줄어드는 반면, 정신을 차분하게 하는 멜라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는 증가하면서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사실 세계에서 판매되는 약 순위에서 우울증 치료제가 10위 안에 들 정도로 '우울증'은 매우 흔한 병이다. 현대인 100명 가운데 15명가량은 일생에 한 번쯤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흔히 '마음의 감가'라고 부르듯 우울증을 초기에 잘 대처하면 감기처럼 치료하기 쉽다. 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우울증 환자의 15% 가량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통계가 있다.

◆나약하거나 의지부족 아니다!

우울증은 상실과 좌절을 경험한 사람이 겪는 '심리적 후유증'이다. 매사에 흥미가 없어지고, 무기력해지며, 사는 낙이 없어지면서 삶의 의미를 상실한다. 이로 인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일부에서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정범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우울증을 질병으로 보지 않고 개인이 나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생긴다고 오해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울증은 생물학적으로 볼 때 정서와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 이상이 발병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실직이나 이혼, 사별 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중요한 원인이다.

물론 사람이 살다 보면 사업이나 입시에서의 실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신체적인 질병, 경제적 어려움이나 실직 상태 등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 때 그 기간이 2주를 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그다지 지장이 없다면 누구나 흔히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인 우울감으로 본다.

김 교수는 "그러나 심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고 가정이나 직장, 학교에서 생활하는데 상당한 지장을 받는다면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신체적 악영향도 상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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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핵심증상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우울한 기분과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은 이러한 증상보다는 소화불량, 두통, 과호흡, 흉부의 압박감 혹은 불편감, 피로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신체증상을 먼저 호소하면서 정신과보다는 내과나 신경과 등을 찾아가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는 '신경성'이란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신체적 질환에서도 우울증이 흔히 동반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이 있으면 심근경색증, 뇌졸중, 당뇨병이 걸릴 위험이 1.5~2배 높으며, 우울증과 연관된 전반적인 사망률이 약 1.7배 높다고 한다.

우울증이 기존에 있는 신체 질환을 현저히 악화시키기도 한다. 우울증이 동반될 경우 당뇨병에서는 2.3배, 울혈성 심장병에서는 8배 사망률을 높이고, 관상동맥질환 환자는 2년 후 사망률이 2.6배 높다고 한다.

또 신체질환에 우울증이 동반되면 평균의료비용이 158%, 평균진료과목수가 115%, 평균병원방문횟수가 125%, 평균진료일수가 129%로 증가돼 환자의 고통 및 사회경제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부모의 우울증은 자녀들의 정서적 상태에 나쁜 영향을 줘 우울한 어머니의 자녀들은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겪을 위험이 3배나 더 높고, 자녀들의 문제가 치료 받지 않고 방치될 위험이 4배 더 높으며, 어머니와 자녀 간의 관계가 좋지 않을 위험이 10배나 높았다.

무엇보다도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에서 가장 심각한 경우가 자살 시도다. 자살자의 80%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던 환자이며, 우울증 환자의 15%가 자살할 정도로 우울증과 자살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회복 가능

다행히 각종 치료법과 약물이 발전하면서 우울증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기능을 회복하고 이로 인한 지출도 줄일 수 있다.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경우 치료법은 약물치료, 정신치료, 집단치료, 인지행동치료, 광선치료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김 교수는 "우울증의 정도에 차이가 있고, 개인차가 많기 때문에 개별화된 치료를 해야 한다"면서 "다만 시간과 효율 면에서 약물치료를 따라올 만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약물치료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치료 가능하고, 재발하더라도 치료율이 높다는 것도 희망적이다. 김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재발이 잦고, 재발을 거듭할수록 일상생활에 파급되는 장애가 점점 더 깊어지기 때문에 치료를 꼭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면서 "우울증 치료는 재발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첫 발병 또는 첫 재발 이후 예방적 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재발 가능성이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에 우울증 발병 초기의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는 "우울증이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너무 빨리 평소의 일이나 의무, 책임을 맡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면서 "우울 증상이 없어지더라도 정상 상태를 보존시키기 위해 약물 유지기간이 필요한데, 보통 1번의 우울증에 6개월, 2~3번의 우울증에는 2년 이상을 권유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변인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환자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여,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재발이 잦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섣불리 공감을 표하거나,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된다'는 식으로 대수롭게 여기는 것, 게으르다고 비난하는 태도 등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보살피는 태도가 중요하다.

도움말 김정범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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