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경북대 퇴보를 보여주는 몇 가지 징후들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이석수 서부지역본부장

입시 시즌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올해부터는 유난히 대학가에 찬바람이 예상된다. 입학 정원보다 신입생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겪게 되는 필연적인 현실이다. 어느 대학이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방에선 더욱 가혹하게 체감된다. 대구경북에선 지역거점국립대학인 경북대마저 신입생 모집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북대가 입시 시장에선 서울 중위권 대학에도 밀린 지 이미 오래다.

국회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2021학년도 경북대 모집 인원 5천18명 중 합격 통보를 받고도 입학하지 않은 인원이 4천362명이다. 정원의 87%가 다른 대학과 복수 합격을 하면 경북대를 포기했고, 대학은 후보 합격자로 충원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합격 포기율'은 2016년 58.1%에서 2018년 71.8%, 2020년 76.2% 등으로 매년 상승 추세를 보인다는 점은 경북대가 처한 서글픈 자화상이다. 그래도 다른 지방 국립대보다는 낫다는 식으로 자위해선 안 된다.

과거 서·연·고와 견주던 경북대 위상을 기억하는 입장에선 자괴감도 있지만, 시대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본질적으로 학생 눈높이에 대학이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졸업하고 대학원을 가거나 좋은 직장에 취업하려면 서울의 끄트머리 대학이라도 지방 국립대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이 지역의 학부모와 입시생들에겐 어느 정도 고착된 인식이다.

대학 경쟁력은 교수의 연구력과 직결된다. 맹장(猛將) 아래 약졸(弱卒)이 없듯이, 잘 가르치는 교수 문하에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결실이 맺힌다. 불과 한 세대 전, 대학 간판만 있어도 통하던 시기에는 강의록 하나로 평생 우려먹을 수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시루에 누워서 자라는 콩나물 같은 교수가 있겠지만 말이다. 결국 해당 대학의 교수 역량 총합이 대학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최근 열린 국립대학 국정감사에서도 경북대가 경쟁력에서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징후들이 드러났다. 소속 교수들의 각종 비위를 적발했지만 징계 시효를 넘겨 자체 종결된 사안이 최근 5년간 19명에 달했다. 전국 11개 국립대 중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부당한 저자 표시·표절 등 연구 윤리 위반에 성 비위, 사기까지 중징계 대상에 해당하는 사유가 많았다. 하지만 경북대는 고의든 아니든 이들에 대한 징계 시효를 넘겨 주의·경고 등 형식적 처분에 그쳤다는 것이다.

경북대의 내부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간호대학 A교수에 대한 연구 부정 의혹이 2년을 끌며 재조사와 재심의를 거쳐 지난 7월 최종 결과가 나왔다. 앞서 경북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자체 조사에서 A교수에 대해 연구 부정이 아니라고 판정했지만, 교육부에선 이를 재조사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조사위원회는 경북대의 결론을 뒤집어버렸다. A교수 논문 17편이 연구 부정으로 판정이 났다. 경북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조사위의 결론을 받아들여 '통상적인 용인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는 연구 부정 행위가 있다'고 최종 판정했다. 이들 논문으로 한국연구재단 5개 과제에 지원해 받은 연구비만 6억 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로 큰 망신을 당한 경북대는 허술한 자체 조사에 대해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최종 판정 발표 넉 달이 되도록 A교수에 대한 징계나 수사 의뢰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A교수는 다시 재조사 최종 판정에 불복해 교육부에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자칫 징계 시효를 놓칠 수 있다. 이 사안 진행을 계속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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