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전군의 두발 간부화', 군 인권 타령 어디까지?

머리카락 길이에도 인권 작용하나…서서히 망가지는 군대 만드는 문재인 정부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인근에서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와 각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두발 규정 관련 '가이드라인'이 담긴 지침을 조만간 전군에 하달할 예정이다. 이번 조처의 핵심은 간부와 병사 간 두발 규정에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이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인근에서 군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와 각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두발 규정 관련 '가이드라인'이 담긴 지침을 조만간 전군에 하달할 예정이다. 이번 조처의 핵심은 간부와 병사 간 두발 규정에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이다. 연합뉴스

군부대에 아직도 '이발병'이 있다고 한다. 이발병은 머리카락을 깎아주는 병사를 부르는 말로, 부대 운영 편의를 위해 만든 보직이다. 30여 년 전 기자가 복무할 땐 '깎사'로 불렀는데 제대군인들은 누구나 선·후임이나 동기가 맡았던 이들과의 추억을 한두 가지 지니고 있을 것이다. 휴일을 맞아 양지바른 곳이나 나무 아래 그늘에서 줄지어 이발하던 모습은 빡빡한 군 생활에도 정겨움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발병은 조만간 없어질지도 모른다. 국방부가 병사도 간부처럼 머리를 기르도록 허용하는 두발 규정 관련 '가이드라인'이 담긴 지침을 이르면 11월 전 군에 하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각 군은 자체적으로 개선안을 마련했다. 국방부 지침이 하달되면 각 군은 관련 규정을 개정해 곧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병사들은 간부들처럼 민간에서 좀 더 폼나게 이발을 하려고 할 것이고, 월급에 이발비 1만원도 포함돼 있으니 이발병은 자연스럽게 없어질 전망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간부와 병사 간 두발 규정에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동등하게 정해진 범위 내에서 두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병사들도 원하면 간부처럼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육·해·공군별로 머리 길이 제한 등에서 일부 차이가 있는데 간부는 머리를 좀 기른 '표준형'과 상대적으로 짧은 '스포츠형'에서 선택할 수 있다. 병사에게는 스포츠형만 허용하고 있다.

해병대의 두발 규정은 특이하다. 해병대는 간부에게 앞머리 5㎝·상단 2㎝ 이내의 '상륙형', 병사에게 앞머리 3㎝·귀 상단 5㎝ 이내의 '상륙돌격형'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해병대는 개선안 마련에 부정적으로, 현행 규정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병역 면제자 등 군대 안 간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군인권센터의 입김이 또 통했다는 얘기가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군인 두발 관련 진정을 냈다. 이에 인권위는 '사회적 신분에 따른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이므로 각 군 규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진정 내용을 국방부에 전달하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달 중순 활동이 끝난 민·관·군 합동위원회는 "간부와 병사 간 상이한 두발 규정은 신분에 따른 차별이라는 인식이 증대된다"며 두발 규정 단일화를 권고했다. 단 두발 유형은 훈련·작전 수행상 필요성, 부대별 상이한 임무특성 등을 고려해 군별로 검토해 시행하라고 했다.

지난 3월 알려진 이 소식이 구체화하자 제대군인 등 국민 다수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인권을 확대해 적용하면서 군의 존재 의미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가안보가 무뎌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제대군인은 머리카락 길이를 인권으로 적용한다면 우리 군의 다음 인권 강화 조치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고 했다. 그는 "단순하게 보면 병사와 간부의 두발 규정을 통일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군 기강은 사소한 조치들이 반복하면서 와르르 무너진다"고 했다. 예전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두발 자율화 조치 정도로 여긴다면 다음에는 교복 자율화 같은 군복 자율화를 도입하나.

국방부는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면서 바뀐 군 내무반 풍경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일과가 끝나기 무섭게 병사들은 휴대전화를 들고 꼼짝하지 않는다고 한다. 군대에서 축구나 족구를 하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휴일이나 시간이 나도 축구공을 만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를 통한 자연스러운 체력 강화와 팀워크 증진은 이제 군인의 관심 사항이 아니다. 중대장이 병사 부모의 휴대전화를 받아 생일, 잔병치레 등을 챙기고 있다고 하니 군대가 유치원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가 나올만하다.

계급에 따라 두발 규정을 달리 적용하는 게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군의 기본을 모르는 소리다. 우리나라가 채택한 남성 의무복무제는 불합리성을 기반으로 유지된다. 6·25전쟁을 치른 남북은 아직 종전선언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의 군비 다툼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모병제를 기반으로 한 간부와 의무복무제인 병사의 차이를 없애는 조치는 군을 망치는 일이다. 인권을 앞세워 병사와 간부의 차별을 없애려 들면 상명하복 등 군의 기본적인 규율과 군기마저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군대가 전시나 비상시에 정상 작동할까. 병사들이 군대 가는 건 머리카락을 자르고 일정 기간 국가 부름에 응하는 의무다. 인권과 권익 침해 없는 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군인권센터라는 곳에서 우리 군의 단점만을 부각하는 느낌이 강한데, 국방부는 젊은 층의 표심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셈법에 언제까지 놀아날 작정인가. '똥별'로 불리는 정치군인들이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군 기강을 무너뜨리는 조치들을 인권으로 포장해 시행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제대군인 다수는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부상, 구타 등으로 인한 군 생활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잘못된 군 문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군대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 군 복무로 얻는 장점도 많다. 훈련과 조직 생활을 통해 인내와 책임감을 배울 수 있고 전국 팔도의 또래를 한곳에서 만나 볼 수도 있다. 청춘의 황금기에 국가에 봉사한 점은 가장 소중한 가치다. 이를 시간 낭비로 여긴다면 대한민국에서 살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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