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배가 포항~울릉을 다닌다고? 이게 꿈이야 생시야"

울릉크루즈 대형 카페리선 뉴씨다오펄호 승객 태우고 첫 출항

16일 포항시 북구 영일만항에서 울릉군 사동항으로 첫 운항을 시작한 울릉크루즈(주) 뉴씨다오펄호에 귀성객과 관광객들이 승선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6일 포항시 북구 영일만항에서 울릉군 사동항으로 첫 운항을 시작한 울릉크루즈(주) 뉴씨다오펄호에 귀성객과 관광객들이 승선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와, 진짜 크다. 이 배가 오늘부터 포항과 울릉을 오간다니 꿈이야, 생시야."

16일 오전 11시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항 국제여객선부두에는 2만t급 대형 카페리선 '뉴씨다오펄호'가 첫 출항을 앞두고 엔진음을 내뿜고 있었다.

선사인 울릉크루즈㈜가 탑승객 편의를 위해 준비한 셔틀버스가 매표소에서 선착장에 도착하자 짐을 이고 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왔다.

포항~울릉간 대형 카페리선 취항 소식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달려온 관광객, 첫 출항에 대한 기대감으로 표를 산 울릉 주민, 추석 명절 배를 타고 고향 울릉도로 가려고 연차까지 쓰고 온 귀성객 등 각양각색이었다.

가족 3명과 이 배에 오른 귀성객 이모(44) 씨는 "이전에는 배가 작으니까 파도가 있거나 하면 애들하고 아내가 많이 고생했다"며 "그런데 엄청 크고 편의시설도 갖춘 배가 다니게 돼 너무 기대된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관광객 문모(48) 씨는 "가끔씩 일 때문에 울릉도에 들어가는데 풍랑 때문에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고 해서 너무 좋다"며 "휴가기간이랑 맞아서 일부러 한번 타보려고 왔다. 이 배가 계속 잘 운영되길 바란다"고 했다.

3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오가며 내려준 사람과 자신의 차량을 몰고 온 이들까지 이날 배에 탄 탑승객은 167명. 이들 주변으로 26명의 선원들은 탑승객들이 불편한 일이 없는지 살피느라 분주히 다녔다.

원래 이날 탑승객 400명이 타려고 했지만, 제14호 태풍 '찬투'가 남해를 거쳐 동해로 올 수 있다는 소식에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잇따랐다.

애초 배가 출발하는 시각도 오후 11시에서 태풍 탓에 낮 12시로 일찍 앞당겨지면서 일정이 꼬인 이들 역시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예상했던 대로 화물 적재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배에 대한 여객운송 면허는 이날 오전 10시쯤 발급됐지만, 면허 운영관리규정에 화물 적재 관련 부분이 명시되지 않아 선사 측은 결국 차량을 싣지 못했다.

이 때문에 차를 몰고 왔던 관광객이나 캠핑족들은 차를 선착장 주차장에 두고 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직원들은 울릉도에서 렌터카를 지원해주거나, 차후 화물 문제가 해결될 경우 차량을 배에 올려 가져다주는 조건 등을 제시하며 이들을 달래는데 진땀을 뺐다.

귀성객이자 캠핑족인 양모(37) 씨는 "차에 캠핑 장비를 가득 싣고 왔는데, 가져가지 못한다니 마음이 좋지 않다. 어쩔 수 없이 백패킹 장비로 최소화해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다.

뉴씨다오펄호는 최대 1천200여 명을 태울 수 있다. 승용차는 172대, 중·대형 화물차는 40~50대까지 싣는 것이 가능하다. 배가 크기 때문에 포항 영일만항에서 울릉 사동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6시간 30분으로 길다.

하지만 호텔급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울릉 현지 먹을거리도 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평상시 배 출항 시각은 오후 11시다. 울릉도에서 포항으로 출항하는 시각은 낮 12시 30분으로, 오후 7시쯤 영일만항에 도착한다.

이 배가 면허를 받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1월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해당 항로에 대해 '대형 카페리 여객선 공모사업'을 시작한 이후 울릉크루즈 등 2개 선사가 참여해 우열을 다퉜다. 그러다 1개 선사가 자격 미달로 탈락했고, 이 선사가 포항해수청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법정 소송을 벌여 수개월이 낭비됐다.

지난 7월 울릉크루즈가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 2개월 여 만에 배를 운항할 수 있는 면허를 받았다.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만항에서 울릉군 사동항으로 첫 운항을 시작하는 울릉쿠르즈(주) 뉴시다오펄호를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만항에서 울릉군 사동항으로 첫 운항을 시작하는 울릉쿠르즈(주) 뉴시다오펄호를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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