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계 정세 흐름 읽는 세 가지 열쇠 ‘권력’, ‘지리’, ‘정체성’

지리로 보는 세계정세/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정상천 옮김/산지니 펴냄

저자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권력', '지리', '정체성' 등 세 가지를 제시한다.
저자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로 '권력', '지리', '정체성' 등 세 가지를 제시한다.

이 책은 급변하는 현대의 세계정세 흐름을 현실주의와 지정학적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을 현실주의자라고 정의하며 기존의 세계정치 분위기를 이끌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자유주의는 이상주의와 연결돼 있지만 2010년대 이래로 세계경제의 침체를 탈피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고, 대중은 그들의 이상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 이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들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이 요즘의 세계정세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면서 현실주의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키워드로 '권력'과 '지리', '정체성'을 제시한다.

첫 번째, 권력이다. 왜 국가들은 권력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쏟는가. 권력은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고, 강자의 존재에서 오는 불안정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안위를 보전할 목적으로 권력을 추구할 동기를 부여한다. 강자가 되는 데 실패한 국가들은 그들의 안전을 위해 힘의 균형에 의지한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발전시켜 국력을 기르거나 주변 국가와 동맹을 맺는다. 예를 들어 북한은 강대국들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집요하게 핵무기를 개발한다. 이것은 언뜻 선악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주의자들은 이를 단호히 부정한다.

두 번째는 지리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모든 국가는 육지나 수역을 포함하는 영토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벽이 없는 세상에서도 지리학은 무시할 수 없다. 평지가 있고 고지대로 보호되지 않는 국가는 고지대에 위치한 국가보다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것과 같은 지리적 한계를 파악해야 세계가 더욱 뚜렷이 보인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체성이다. 국가가 개인으로 구성되는 이상, 인간의 정체성은 국가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포퓰리즘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요즘, 국가들은 정체성 혼돈에 직면함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정체성을 인정받기 원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여전한 앙숙이고 영국은 EU에서 탈퇴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칠 때, 홍콩은 피를 흘리고 있다. 앞으로의 세계정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국과 그 속의 개인이 정의하는 정체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은 세계정세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면서도 각 장이 대개 한 나라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내용을 골라 보면 된다. 사진 자료나 지도 또한 풍부하게 활용해 이해도 잘 되고 읽기도 쉽다. 384쪽, 2만2천원.

책 '지리로 보는 세계정세'
책 '지리로 보는 세계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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