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인포데믹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얼마 전 TV광고를 보다가 여성가수가 멋지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누구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놀랍게도 실제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상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이 지금도 그 광고를 보고 있지만 가상인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신화와 종교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올 때 그 밑바닥에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이성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진화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연대와 소통이었다. 인터넷과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은 연대와 소통을 강화시켰고, 현재는 개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누구와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이런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근 코로나 19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코로나19변이 바이러스가 증가한다,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다, 면역력이 약해진다, 불임이 된다, 코로나 진단봉이 발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진단검사를 거부해야 한다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이처럼 전염병 대유행 시기 디지털 환경에서 거짓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포함한 너무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는 것을 '인포데믹'이라고 한다. 인포데믹은 사람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무분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혼란을 일으키고 위험한 행동을 하게하는 원인이 된다. 또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을 이끌어 내고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예방접종 등과 같은 방역조치의 가치를 훼손하고 방해하기도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가짜정보를 너무 쉽게 믿는다는데 있다. 왜 사람들은 거짓정보에 쉽게 현혹되는 것일까? 과학자, 심리학자, 언론인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은 쉽게 속아 넘어가는 동물'이란 통설로 이를 설명하려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노력해본 사람들은 인간이 쉽게 남의 말을 듣거나 믿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사람들이 아무리 잘 선동한다 하더라도 듣는 사람들을 믿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그들이 잘 설득했다기보다는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정보를 원했기 때문에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과 부합하면 가짜뉴스라도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아무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하더라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편향' 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인간의 인식능력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많은 양의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그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사고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사고를 멈추고 많은 양의 정보를 다수가 믿는 사실로 생각해 쉽게 가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가 가짜 정보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가짜정보의 대부분이 사람이 아닌 스스로 메시지를 생산할 수 있는 '소셜 봇'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쓰여지고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소셜 봇'은 스스로 생각해 가짜 정보를 대량 생산하고, 인간은'소셜 봇'이 생산한 정보를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섬뜩한 상황에 놓여있다.

'코지토 에르고 숨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소셜 봇'에 의한 가짜정보가 범람하는 인포데믹에 맞서 진실된 정보를 찾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합리적, 통찰적,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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