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윤석열 입당은 정권교체 보증수표가 아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윤석열 예비후보(본인의 희망)가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입당은 기정사실이었지만 시기는 설왕설래가 계속되던 시점이었다. 캠프에서 '8월 2일 입당'이라는 언론 보도를 부인한 직후여서 '전격적'보다 '기습 입당'이란 말이 더 어울려 보인다. 지도부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서둘러야 할 사정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지지율 하락인지, 독한 검증인지, 고독한 결단인지 몰라도 입당 과정이 개운치는 않다. '정권교체'가 지상 과제일 뿐 다른 건 중요치 않다는 인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야권은 현 정부의 결과 지상주의를 비판해 왔고, 윤 후보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 친구의 당선을 위한 청와대 비서진 동원,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위한 경제성 조작 등에 칼을 댄 윤 후보 아닌가. 지지율 배경이 아무리 든든해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설명과 순리적 과정을 거칠 때 다수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입당에 관한 개인의 결단이나 선택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니다. 야권 경선 과정에서 첫째로 확인해야 할 리더십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검사와 검찰총장의 리더십은 고독한 결단이 주를 이뤄도 문제 될 게 없다. 정치는 다르다. 종합예술이라는 말처럼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율해 낼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윤 후보 입당으로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무려 12명이 됐다. 합류가 예정된 장성민 전 의원에 이어, 안철수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가 함께할 가능성도 있다. 풍부한 인적 자원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경쟁은 치열하고 싸움은 격렬해질 게 분명하다. 계파, 경선 룰 등을 둘러싼 정치공학적 논쟁이 가열되며 1위 후보에게 견제구가 집중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모든 주자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태클을 거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포용적이고 의연한 리더십을 발휘하는지에 따라 대통령감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야권 경선에서 리더십 검증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보수 정당의 정체성에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지를 판별하는 작업이다. 민주당에서 전개된 이른바 적자 논쟁도 당의 정체성에 맞는 후보가 누구인지로 바꿨다면 긍정적인 토론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은 그들이 삶의 주인이고 간섭과 지나친 통제를 받지 않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나는 믿는다" "누군가 부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난해졌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국민이 인간 본연의 야망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 정치인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국민은 커야 하며 정부는 작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영국 보수당 당수였던 마이클 하워드가 2003년 공표한 '보수주의자의 신조' 중 일부이다.

재난지원금 등 명목으로 정부가 국민의 머리 위에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대는 시대다. 삶의 모든 영역을 규제하는 정부의 간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민은 자율성을 잃고 점점 더 국가에 의존하는 수동적 존재로 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포퓰리즘에 영합한다면 보수 정당 소속 후보로 가치가 없다. 정당의 확장성에 기여할 후보가 누군지도 중요하다. 여당의 지역주의 다툼도 후보의 확장성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면 건전한 논쟁을 벌일 수 있었다. 지역적 확장성도 물론 중요하다. 우리 정치와 선거에서 지역 문제는 노골적으로 거론하지 못할 뿐 아직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지역적 요소와 함께 이념적, 계층적 확장성까지 토론이 이어진다면 후보 선택에 있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윤 후보의 입당은 본인의 말처럼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야권에 긍정적이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 가장 큰 흥행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의 입당이 승리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리더십, 정체성, 확장성 등에 대한 국민의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만 누구든 야권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입당'으로 한숨 돌릴 때가 아니다. 이준석 대표를 포함한 야권 구성원 모두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인식의 고삐를 조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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