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그림읽기] 남학호 작 '석심(생명)2137'

116.8x91cm Acrylic on Canvas

남학호 작 '석심(생명)2137' 116.8x91cm Acrylic on Canvas

'사람 마음이란 게 늘 나약하고 위태롭기 그지없는데(人心惟危), 올바른 마음가짐은 지극히 약하고 여리니(道心惟微), 오로지 잘 살피고 오로지 일관되게 하여(惟精惟一), 그 중도를 진실로 잡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允執厥中).'

순임금이 요임금에게 전했다는 이 '십육자심전'(十六字心傳)은 유가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문구로 주희가 쓴 '중용장구서'에 나온다.

그렇다. 처음 이 열여섯 글자를 읽었을 때 무릎을 '탁'하고 쳤다. 그 어떤 서양심리학보다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했을 뿐 아니라, 99%의 이기적 자아에 휘둘리는 삶 가운데서 고작 1%가 될까 말까하는 이타적 자아의 취약한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중략)/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중략)'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도 바람 잘 날 없고 고달픈 환경 속에서 언제나 이리저리 치받치는 사람의 마음을 꽃에 비유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시의 주어인 '꽃' 대신 '사람', '인생' 또는 '나' 등을 대입해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십육자심전'이 연약하고 자칫 사악해질 수 있는 사람의 심리를 크게 경계했다면, 도종환의 시는 약하고 여린 꽃을 내세워 현재의 팍팍한 인생살이에 부는 험한 바람을 겸허히 수용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위로를 주고 있다.

10여 년 동안 동해안 영덕해변 조약돌을 화폭에 담고 있는 남학호의 '석심(생명)'시리즈를 보노라면 무엇보다 먼저 온갖 풍파를 이겨낸 돌의 인내가 떠오른다. 화면 위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돌들을 괴롭혀 온 파도에도 아랑곳없이 동글동글 모여 억년의 침묵을 지키고 있는 조약돌…. '석심'(石心)이 어찌 '돌의 마음'이랴. 돌을 보고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조약돌에 투영한 것뿐이다. 남학호는 한국화의 기본 필법과 채색법으로 그린 돌을 통해 함축된 시공간과의 상호관계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냄으로써 감상자의 마음을 헤집고 시각적인 정감마저 불러일으킨다.

그 까닭은 대상의 단순 재현이 아닌 작가 자신의 심정적 풍경에 무게를 싣고 있어서이다.

무생물인 돌에 정감을 불어넣는 남학호 '석심'시리즈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오브제는 '나비'다. 현실을 떠나 화폭으로 날아든 나비는 침묵으로 일관해온 돌의 환골탈태이다. 돌과 나비는 둘이 아닌 하나다. 오랜 인내의 시간을 견딘 돌은 나비를 통해 활기를 얻었다. 그리고 돌 위에서 비상(飛翔)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나비가 상징하는 의미는 '꿈을 이뤄주는 희망의 전령'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남학호의 '석심'시리즈는 흔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심'(人心)과 이타적이며 확고한 신념과 행동을 전제한 '도심'(道心)을 오가는 우리네 마음을 꽉 붙잡아주는 '샤머니즘적인 주술'이자 '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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