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의 골프 에티켓]<43>'우중' 라운드의 기억

"비바람 뚫고 18홀 강행군…평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도용복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도용복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올해 장마는 39년 만에 가장 늦었다고 한다. 8월초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골프 약속이 쉽지 않은 계절이다. 특히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요즘 여름 날씨는 더더욱 어느 장단에 춤을 쳐야할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비가 오는 날이라도 강수량에 따라 '취소'와 '선택'으로 나눠진다. 애매한 빗줄기에는 네 명의 마음이 합치가 안 될 수 있다. 모처럼 다른 스케줄을 미루고 어렵게 시간내어 왔으니 웬만하면 플레이를 원하는 동반자가 있고, 보슬비가 내려도 취소를 원하는 동반자가 있다. 모두의 의견은 당연히 존중돼야 하지만, '고'와 '스톱'을 어떻게 정할지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땐 골프도 팀 스포츠처럼 여겨진다.

작년 여름, 비바람이 치는 가운데 18홀을 마친 적이 있다. 동반자들이 모두 70대였으니 노익장을 과시한 것이다. 물론 당시 캐디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나 멈출 수가 없었다.

시작은 더위를 가시게 하는 기분 좋은 적당한 비였다. 점점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 또한 심상치 않았다. '멈추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가자고 해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지고 있었지만, 동반자의 의중도 중요하다. 눈치작전이 시작된다. '취소'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사람이 '독박'을 쓰거나 괜히 동반자들 기분만 언짢게 할 수 있다. 혹은 가려운 곳을 시원하고 빠르게 긁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으니 눈치작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전반 9홀이 마무리될 쯤 그나마 앞서 가던 두 팀이 보이지 않는다. 골프장 전체에 우리만 덩그러니 남은 것이다. 모두가 적지 않은 나이였기에 괜히 여름감기라도 들면 큰일이다. 그 중 제일 나이가 어린(그래도 70세 이상 된) 동반자가 조심스럽게 이쯤하자는 사인을 보내며 형님들을 위해 '총대'를 메지만 그럴 생각들이 전혀 없어 보였다. 필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그 만큼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모든 게 기우였다. 후반 9홀을 우리는 즐겁게 이어갔다. 그 때 함께 했던 동반자들과 만날 때면 즐거운 추억으로 항상 웃게 된다. 각자의 핸드폰에 그때 찍은 사진과 영상이 남아있다. 울며 겨자 먹었던 캐디에게는 충분히 감사 인사를 했다. 어쩌면 그런 우중 골프는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마음이 모두에게 있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골퍼에게 날씨와 관련된 에피소드 한두 개는 있을 것이다. 우천 시는 플레이할 때마다 더욱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장갑이 비에 젖으며 미끄러워 단단히 잡고 있어도 손바닥에서 빠져 나갈 수 있다. 공을 치고 팔로스로우 때 정면 방향으로 채를 놓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여분의 골프장갑을 가지고 바꿔 가면서 사용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할 것이다.

라운드가 모두 마치고 나서도 중요하다. 비에 젖은 골프장비들을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 충분히 말려줘야 녹 발생을 예방하고 그립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비 맞은 장비를 무심결에 그냥 방치하고 다음번 라운드 때 열어보면 곰팡이가 앉은 아이언 커버와 녹이 발생한 아이언,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악취로 자신의 안이함을 반성하는 순간이 온다.

가끔 경기를 마치고 담당 캐디가 각각의 그립에 종이를 말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서비스는 모든 골퍼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 멋진 서비스를 받았다해도 집으로 돌아간 즉시 '쓸고, 닦고, 조이고'는 우천 골프에서 필수이다.

비 오는 날에 꼭 골프를 쳐야 하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당연히 골프를 칠 필요는 없다. 제대로 된 경기가 될 수 없다. 그립은 미끄럽고 페어웨이와 그린위에 물웅덩이가 생긴다. 돈과 시간을 사용하여 그런 사서 고생이 웬 말이냐 싶다. 그런데, 아주 가끔 그런 엉뚱함이 추억이 된다. 네 명의 마음만 맞으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무모함이다.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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