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대통령 자질 '도덕성' 후순위 왜 ?

2000년대 들어 도덕성 기준 낮아져…돈 지배하는 경쟁 사회, 팍팍한 삶 반영하는 지표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최재형 전 감사원장 영입 행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최재형 전 감사원장 영입 행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어떤 자질(자격)과 덕목을 갖춘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국민은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갈등에 빠진다. 과연 적절한 대통령 후보는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희망을 안고 여러 대통령을 뽑았지만, 재임 기간 치적과 임기 후 처지를 보면 많은 국민의 지지 속에 존경받은 대통령은 없는 것 같다. 내년 대선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최종 후보로 확정했고, 국민의힘은 예비후보를 4강으로 압축한 상태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후보가 최근 부쩍 도덕성을 강조하며 상대 후보들을 저격하고 있는데 국민에게 얼마나 먹혀들지 흥미롭다. 홍 후보는 지난 17일 국민의힘 대전시당에서 열린 jp희망캠프 대전 및 세종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컷오프 탈락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캠프 영입 사실을 밝히며 당내 경쟁자인 윤석열 예비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홍 후보는 최 전 감사원장 합류에 대해 "클린 캠프, 깨끗함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당에서는 깨끗한 후보가 대선에 나가야 도덕성 시비에서 자유롭고 국민에게도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재명 후보에 대해 "대장동 비리 등 온갖 스캔들의 주범이다. 남은 5개월 동안 무사할지조차 걱정되는 품성을 가진 사람이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홍 후보는 지난 15일 서울 MBC 사옥에서 열린 윤 후보와의 '1대 1 맞수토론'에서도 윤 후보와 가족 관련 의혹을 나열하면서 도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이 후보와 함께 가장 도덕성이 없는 후보인데, 어떻게 이 후보를 이길 수 있겠느냐"고 윤 후보를 꼬집었다. 이에 윤 후보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도 고소·고발이 수십 건이었다"며 의혹 제기와 도덕성은 무관하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맞섰다.

이재명 후보는 오래전부터 도덕성 문제로 비난받아왔지만, 이를 뚫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야당과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가족 간의 갈등이나 연예인의 사생활 폭로 등으로 그의 도덕성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그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장동 사태 연루 의혹을 떨쳐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경선 승복에도 캠프 관계자들은 최근까지 이 지사의 도덕성 결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 정운현 전 공보단장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은 맞는 말이다. 듣도 보도 못한 형수 쌍욕도 이재명은 하고, 적어도 내 주변에는 한 사람도 없는 전과 4범에 논문 표절도 이재명은 한다"며 "진실로 그는 못 하는 게 없다. 거짓말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기꺼이 팔아먹을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대통령 덕목 가운데 도덕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도덕성은 대통령 자격으로 가장 우선적인 순위가 되어야 함에도 대통령 덕목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가운영능력이나 리더십, 비전 제시와 실천력 등 항목에 밀리고 있다. 도덕성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도덕성에서 나쁜 점수를 받고도 대통령이 된 인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 지사를 성남시장 재임 당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벌인 혐의로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이 지사를 성남시장 재임 당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벌인 혐의로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국내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2000년대 들어 대통령의 자질 중 도덕성 문제는 과거보다 영향력이 높지 않다.

지난 5일 경향신문·케이스탯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자질로, 가장 많은 26.2%가 정책 및 공약이라고 답했다. 이어 능력 및 경력(23.9%), 국민통합 및 소통 능력(21.8%), 도덕성(19.6%) 등 순이었다. 도덕성보다는 정책·공약과 능력·경력 등 '실무능력'을 차기 대선 후보가 갖춰야 할 핵심 자질로 본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20·30·40대는 정책·공약, 50대는 능력·경력, 60대는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각각 꼽았다.

지난 6월 파이낸셜뉴스·현대경제연구원의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을 묻는 설문조사(국회·정당·기업·연구소·금융기관 등에 소속된 전문가 113명 대상)에서는 국가운영능력(24.4%)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미래 비전(21.2%)과 사회통합능력(19.8%)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공정성(14.3%), 소통능력(12.4%), 개혁성(4.6%), 도덕성(3.2%) 등 대통령의 성향과 인품 관련 요소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에 그쳤다. 차기 대선주자에게 국가운영능력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게 나온 건 현 정부에 대한 아쉬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해 만족도와 신뢰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1년 6월 아주경제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18대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216명 중 131명(60.7%)이 국민 화합과 통합을 선택했다. 이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 마련(18.5%), 도덕성(8.15%), 남북관계 개선(2.22%) 순이었다. 경제정책이나 도덕성보다는 분열된 국민 여론을 하나로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을 중요시한 것이다.

2007년 1월 서울신문·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국가경영 능력(33.3%), 강력한 리더십(31.6%), 국가통합 능력(18.3%) 등이 우선 꼽혔다. 도덕성(8.1%), 개혁성(5.7%)은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을 받았다. 같은 해 1월 사단법인 '오피니언리더스클럽(OLC)'의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한 설문조사(회원 131명 대상)에서도 대부분 응답자가 미래 비전 제시와 실천력(70.2%), 리더십(27.5%)을 꼽았다. 개혁성은 2.3%였으며 도덕·청렴성이라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2002년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천730여 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응답자의 39.5%가 리더십을 꼽았으며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와 실천력(29.6%), 청렴성과 도덕성(12.6%), 개혁성(9%) 등의 순이었다.

반면 2000년대 이전인 1997년 7월 모 대기업이 직원 100명 대상으로 시행한 대통령 덕목 조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으로 도덕성과 리더십이 각각 34%를 차지했다. 이어 경제 감각(21%), 추진력(10%), 개혁 정신(1%) 순이었다. 1997년 5월 서울변호사회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에서는 정직성이 44.2%로 가장 높은 응답을 받았다.

대통령 자질의 중요성을 놓고 도덕성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 것은 경제적인 성공을 중요시하는 등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도덕성이 밥 먹여 주나'라는 사회 풍토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정직하고 도덕적인 사람은 출세 못 한다는 것을 당연시하는 실정이다.

가까이 있는 직장과 가정에서조차 이런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주위에서 도덕적인 사람이 성공한 경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정에서도 형제, 자매들에게 양보하는 건 미덕으로 칭송받는 실정이다. 아부와 권모술수가 판쳐도 승자가 되고 돈을 많이 벌면 성공한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회 현실에서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도덕성은 점점 가치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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