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세기 대한민국에 부활한 고대 궁예의 ‘관심법’(觀心法)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이틀 연속 '관심법(觀心法) 공세'를 펼쳤다. 박 후보는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곡동 토지 의혹'과 관련, "토론을 해 보니 어느 부분에서 거짓말을 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표정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오 후보의) 표정을 보고 '이분이 갔었구나' 확신이 오는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박 후보가 궁예의 관심법을 발휘했다"고 쏘아붙였다.

서울 '내곡동 토지' 논란과 관련해 오세훈 후보가 거짓말했다면 박영선 후보는 그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표정을 보니 거짓말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는 식의 공세는 김은혜 의원 지적처럼 고대 궁예의 '관심법'이나 다를 바 없다. '관심법'은 상대편의 몸가짐이나 표정을 보고 속마음을 읽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미륵을 자처한 궁예는 자신에게 신통력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관심법'을 동원해 정치적 반대파를 공격했다. "딱 보니 너는 역적이다." "기침을 하다니, 네 속에 마구니가 들었구나." "그러므로 너를 처형한다."는 식이었다.

비단 선거전에서뿐만 아니다. 근자에 자신들의 확증편향(確證偏向)과 세(勢)를 업고 막무가내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들의 느낌이나 확신 외에 아무런 증거나 근거 없이 상대에게 '유죄 낙인'을 찍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극렬 정치 지지 집단의 좌표 찍기성 공격이다.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나 주장, 기사가 나오면 판사와 정치인, 언론인 앞으로 우르르 몰려가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다.

싫은 것과 나쁜 것은 엄연히 별개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싫은 것'이 곧 '나쁜 것'이다. 중세 마녀사냥 같은 이 야만적인 행태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예사로 벌어진다. 어렵게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 사회가 '관심법'이 날뛰던 '궁예의 왕국'으로 회귀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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