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첫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의 회고를 듣고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와 인터뷰 약속을 했던 28일 낮에도 국회는 시끄러웠다. 제1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이날 오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것이다.(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변 장관은 29일부터 임기가 시작됐다.)
여당의 독주에 상기된 표정일 것으로 예상했던 주 원내대표의 얼굴빛은 의외로 차분했다. 민주당의 국회 운영 방식이 이제는 제1야당 원내대표의 눈에 '일상적인 풍경'으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그는 직접 우려낸 차를 내놓으며 미소 띤 얼굴로 매일신문 기자 일행을 맞았으나 첫 질문이 시작되자 표정은 이내 진지해졌다. 주 원내대표에게 던진 첫 물음은 그가 매일 비판의 화살을 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것이었다.

- 집권세력은 야당을 철저히 무시한 채 독단적 국정운영을 한다는 평가가 많다. 독단적 국정운영의 주역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대통령은 참모의 의견을 단순히 따르는 조역인가?
▶주역이 확실히 맞다고 본다.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이런 질문이 왜 나오느냐? 시사하는 바가 있다. 문 대통령은 법률가라서 책임질 일을 안 하고 피하니까 혹시 조연이 아닌가 그런 해석이 있다.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자신에게 다가올)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데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다. 또 하나, 이 사람들은 전부 운동권이니까 같은 인식을 갖고 있어서 집단 사고 동일체로 보면 된다. 그러니 문 대통령이 주연인지, 조연인지 묻는 사람이 나온다. 결론을 내리면 문 대통령이 이 모든 것을 지휘하는 것이 맞다. 결정적인 순간 뒤로 숨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주연인지, 조연인지 묻는 말을 만들어낸다.
-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지금 집권세력의 국정 폭주는 예견했던 것인가? 아니면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인가?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 그래서 국민의 배신감도 훨씬 더 심할 것이다. 취임사를 봐라. 거룩한 말도 많고, 협치 얘기도 나오고, 그런데 그 모든 글이 희대의 사기 문장이 됐다. 사법부, 언론 모두를 장악하고 적폐수사 명분으로 다른 편을 토벌수사했다. 국회 의석수가 180석 가까운데 약간의 일방통행을 할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절차 안에서 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야당이 진행하는 필리버스터에 여당이 들어가면 안 되는데 들어와 발언하고, 안건조정위 야당 몫 의석에 당은 다르지만 자기편이라 할 수 있는 의원을 야당이라고 우기면서 집어넣는가 하면 강제로 필리버스터까지 종결시킨다. 이렇게 막 나갈 줄 몰랐다.

- 문 대통령이 이달 들어 2차례나 사과를 했다. 국정기조 변화 가능성은 있나?
▶변창흠 후보자 청문 보고서 통과시키는 것 보고, (택시 기사 폭행 사건으로 말썽이 되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경질하지 않는 것 봐라. 국정기조? 안 바뀐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사과는 진정성이 없는 것인가'라고 묻자)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하는 것이다. 내 자신은 무조건 옳고, 국민과 야당의 비판은 잘못된 거라 생각하니까 바뀌지 않는다. 만약 지금까지 하던 것을 바꾸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변화? 쉽지 않을 것이다.
- 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항상 강조하는데 집권세력이 임명하는 관료들은 위험한 노동현장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청년 노동자를 폄하하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왜 문 대통령의 말과 인사 발표가 엇갈래로 가고 있나?
▶정권 초기는 인사 실패가 많다. 축적된 인사 검증 자료가 없어서 그렇다. 정권 말기로 가면 당연히 인사 실패가 없다. 숱한 검증으로 자료를 축적해놨으니까. 그런데 이런 결과가 빚어지는 것? 코드 인사를 해서 그렇다. 변 후보자가 부동산 실패를 해결할 수 있는가? 변 후보자는 집권세력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 입안을 오랫동안 뒷받침해온 사람이다. 막말한 것도 국무위원으로서 품격 문제가 있다. 지금 법무부 장관과 차관도 봐라. 역대 법무부 장·차관이 같은 코드대로 간 적이 없었다. 문 대통령의 인사 관은 내 편만 심겠다는 것이다. 공직을 대선을 이긴 전리품으로만 생각한다. "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쓰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지킨 사례가 하나라도 있는지 한번 찾아봐라.

-국회의원이 필리버스터를 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이를 듣지 않고 한가로이 책을 읽는 광경이 목격됐고 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문 대통령 접견장소로 들어가다 청와대 경호실로부터 몸수색까지 당했다. 집권세력은 국회를 어떤 기관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역대 대통령 중에 국회의원을 경험 안 한 사람이 거의 없지만 문 대통령은 비유하자면 법당 안에 못 들어가 보고 바깥만 돌아본 사람이다. 원내지도부에서 여야 협상도 경험 못 해 본 사람이다. 그러니 그분 눈에는 국회의 비효율이나 잘못된 점만 과장되게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내 몸수색은 의도적이었다고 본다. (내가 대통령에게) 두 번이나 공개 질의를 했는데 그 자리에 들어가면 또 물어볼 거라 생각하고 나를 못 들어가도록 도발한 것이다. 민주당이 더 문제다. 청와대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으니 문 대통령이 국회를 함부로 대하는 것 아닌가? 여당이 청와대를 비판하면 금태섭 전 의원처럼 쫓아내니 민주당이 이렇게 됐다.
- 대구경북을 비롯한 국민들의 적극적 협조와 의료진의 헌신으로 이룩한 K-방역이 흔들리고 있다. 집권세력이 코로나 방역에서 가장 잘못한 부분은 무엇인가?
▶우선 감염 발생 초기 중국인 입국을 못 막은 것이 컸다. 그런데 이를 애써 부인하고 있다. 중국인을 막은 베트남, 대만을 봐라.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가 현저히 적다. 중국과 교역량이 문제였다고 하는데 대만은 우리보다 중국 교역 비율이 더 크다. 또 정치 방역을 했다. 일관된 원칙 없이 친여당 성향 집회는 풀어두고 반정부 집회는 막았다.
진단키트도 문제였다. 우리나라가 신속진단키트 월 4억개를 생산해 100개 넘는 국가에 수출하는 역량을 갖고 있는데 진단키트를 슈퍼마켓 같은데 확 풀어서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많은 사람이 사서 스스로 진단하고 감염으로 판명되면 자가격리하면 됐는데 이런 방식 시행이 늦었다. 백신 확보 소홀도 빼놓을 수 없다. 접종이 한 달만 늦어도 10조원 손해가 나온다고 한다. 외국은 어느 백신이 빨리 나올지 몰라 여러 종류를 미리 사뒀는데 지금 집권세력은 한발 늦게 확보에 나섰다.

- 집권세력이 공수처를 폭주 기관차처럼 밀어붙이면서 국회가 수년간 홍역을 앓았다. 집권세력이 공수처에 저렇게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검찰 견제를 위해 해야 한다는데 이는 좋은 말일 뿐이고,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정권을 겨냥한 수사, 즉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월성 원전 폐쇄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등 때문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려고 한 것 아닌가?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이런 사건을 공수처가 뺏어올 수 있으니 그런 거 아니겠나? 향후 권력을 향한 수사는 다 무력화하고 덮으려고 하는 것이다. 진인 조은산이 블로그에 잘 쓰셨더라. '이것은 개혁을 참칭한 사법기관의 장악에 불과하고, 대통령과 그의 일가, 그리고 하수인들을 비호하기 위한 거대 여당이 벌이는 거대한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국민의힘은 만약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을 끝내고 현실 정치를 희망하면 받을 것인가?
▶매일신문 설문조사 결과(본지 28일 자 4면 보도·대구경북 국회의원들 대다수는 "윤 총장이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대답)가 내 답변의 대신이라고 생각해달라.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어의 몸이 돼 있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과했다. 주 원내대표는 처음엔 이 사과를 반대했고, 사과 자체도 다른 이슈에 묻혀 큰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슈를 파고드는 김 위원장의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전직 대통령 구속에 사과하겠다고 했을 때 나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판결도 확정되지 않았으니 사과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또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봤다. 그런데 우리 당 출신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이로 인해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면서 폭정을 불러왔으니 이에 대한 사과라고 해서 내부에서 생각이 바뀐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필리버스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등 시기가 애매했다. (4월이 임기인 비대위 종료 시기에 대해 묻자) 비대위는 짧게 가는 것이 정상이다. 김 위원장도 (비대위가) 종료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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