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힘드시죠? 인생이 고통스러울 때 가장 효과 좋은 진통제는 영화입니다."
김중기 영화평론가(문화공간 '필름통' 대표)는 9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내 인생의 영화'를 주제로 강연하며 영화가 가진 힘을 역설했다.
인간은 힘든 일을 겪을 때 예술로 마음을 달래려 하는데, 영화는 다양한 예술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위안을 주는 장르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인생을 희망보다 절망으로 바라보는 현재, 영화의 힘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 김 평론가의 생각이다.
김 평론가는 강연에서 영화의 서사와 개인의 서사를 연결하며 영화를 설명했다. 두 요소가 결합하며 영화의 해석과 의미가 재탄생되고 다채로워짐을 말하기 위해서였다.
김 평론가가 꼽은 '최고의 사랑 이야기'는 1965년 개봉한 데이빗 린 감독의 '닥터 지바고'였다. 20세기 초 러시아 사회의 불안을 기록한 영화 닥터 지바고는 차가운 시베리아 벌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중학생 때 대구 만경관에 닥터 지바고를 보러 갔다. 당시 극장 천장 일부분이 뚫려 찬바람이 들어왔는데 내가 정말 시베리아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그렇게 영화에 푹 빠졌다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머니와 큰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계셨다. 가족의 사랑을 느끼며 잠든 그날 저녁의 따뜻한 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음악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한국 영화 최고작 중 하나로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들며 영화 전반에 흐르는 가객 김광석의 음악에 귀 기울여볼 것을 권했다.
그는 "김광석의 노래 '거리에서'가 영화 속에서 죽음을 앞둔 젊은이(한석규 분)의 모습과 조화를 이룬다"며 "죽음 앞에서도 애써 웃는 주인공의 모습과 김광석이라는 사람의 인생이 겹치며 이 영화의 감동은 배가 된다"고 했다.
한편 김 평론가는 최근 광주에서 열린 한 영화 프로그램에서 봉준호 감독에 관해 얘기한 경험을 들며 '대구의 예술성'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김 평론가는 "당시 8시간 가까이 다른 평론가들과 봉준호 감독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묘하게 봉 감독이 대구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김광석도 대구 출신이 아니냐"며 "대구라는 땅이 가진 힘이 있다"고 했다.
이어 "힘든 시기지만 좋은 영화를 보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한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