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TK, 텃밭 숙제] TK 의원 전투·응집력 강화, 2배 이상 몫 해내야

(중)텃밭 숙제…여당-TK 연결고리 끊어지며 정부 추진안 확인할 방법 없어
경제계 "DJ정부 때 불안 엄습"…대구시 "출향 의원 유대 강화"
당, 총선 참패 후폭풍 수습 과정…지역 현안 당론으로 다뤄져야

제15대 대선 김대중 대통령후보가 경북 처음으로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헌화 분양한 뒤 박지만씨(김후보 내외 중간)의 안내를 받고 있다. (1997.12.6 안상호)
제15대 대선 김대중 대통령후보가 경북 처음으로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헌화 분양한 뒤 박지만씨(김후보 내외 중간)의 안내를 받고 있다. (1997.12.6 안상호)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참패는 흔들리지 않고 '보수 바라기'로 의리를 지킨 대구경북(TK)에도 숙제를 남겼다.

총선에서 기록적인 압승을 거둔 여권이 국정주도권을 쥐면서 보수 텃밭에 대한 정권 차원의 배려를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굵직한 국책사업을 유치하거나 국고지원예산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보수당 내 TK 위상이 '잡아놓은 물고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이번에는 확실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통합당의 전체 지역구 의석(84석) 가운데 28%(24석)가 포진하고 있는 텃밭의 자존심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는 요구다.

지역 정치권에선 TK 국회의원들의 전투력과 응집력을 강화하고, 대구시와 경북도가 보다 선제적이고 꼼꼼하게 주요 현안에 대응해야 한다는 당부를 내놓고 있다.

삼성상용차 퇴출 발표 직후 분노한 직원들이 생산된 트럭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DB
삼성상용차 퇴출 발표 직후 분노한 직원들이 생산된 트럭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DB

◆중앙정부와 연결고리 사라져

이번 총선 결과 TK에선 모두 24명의 통합당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수성을)까지 포함하면 통합당은 사실상 지역의 국회의원 의석 전부를 챙겼다. 반면 지역구도 타파의 선봉장으로 여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성갑)과 국회 상임위원장 진출을 노렸던 홍의락 민주당 의원(북을)은 낙선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보수당과의 의리를 지킨 민심은 존중하지만 TK와 중앙 정부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할 '여당 국회의원'이 한 명도 남지 않은 상황은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방 정부의 국책사업 유치나 지역의 주요현안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확인할 채널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당장 대구시와 경북도는 비상이 걸렸다. TK에 지역구를 둔 여당 당적의 '비빌 언덕'이 사라지면서 가뜩이나 힘들던 대(對) 중앙정부 업무가 더욱 힘들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여당 소속 출향 국회의원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의 유기적인 협업도 부탁하고 있다"며 "급할 때 전화해서 궁금증을 해소할 곳이 줄어들어 일은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계에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당장 공공기관에 납품하거나 공기업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아야 하는 향토기업들이 무형의 차별을 받지나 않을지 하는 걱정인 것.

지역의 한 경제계 인사는 "예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TK 경제인들 사이에서 느꼈던 불안감이 요즘 다시 관찰되고 있다"며 "지역 경제인의 사기까지 보듬는 정치인을 기대한다"고 했다.

◆TK 당선인, 보수당 주류로 나서야

이에 지역 정치권에선 이번에 선출된 TK 국회의원 모두가 이전의 두 배 이상의 몫은 해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특히 그동안 TK 의원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유약하고 소극적인 모습이나 각자도생(各自圖生)식 모래알 행보는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는 준엄한 요구이다.

통합당의 한 원로 인사는 "우리 정치판을 주름잡던 TK 정치인들이 언제부턴가 격론의 현장에서 뒤로 물러나 침묵하거나 계파 지시에만 충실한 '월급쟁이 국회의원'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TK 출신 대통령이나 당 대표가 있는 시절도 아니니 이제는 TK 의원들도 당찬 전투력을 보일 때"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무리한 정책추진과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야당 의원으로서의 정치적 역량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영남 국회의원은 동메달 국회의원'이라는 불명예도 털어낼 수 있다. 또한 강력한 대여투쟁 활동실적을 쌓지 않으면 당내 선출직 다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지역의 한 중진의원은 "그동안 지역 출신이 대통령이거나 보수당의 당권을 거머쥔 환경이었기 때문에 TK 의원들이 발톱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지만, 이제는 보수의 텃밭 출신다운 기개를 보여야 한다"며 "앞서 전국 단위 선거에서 3연패를 기록한 통합당을 이번에도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준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당 국회의원 없는 지역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TK 의원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그동안 지역 이슈보다는 개별 의원들이 속한 계파이해 중심으로 의정 활동을 해왔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당장 통합당의 총선 참패 후폭풍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부터 TK 정치권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당장 내달 원 구성 국면에서 TK 의원들이 핵심 상임위원회를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TK 정치의 변화한 모습을 '여의도'에 각인시켜야 차기 당 지도부를 뽑을 전당대회에서도 TK가 보수 본산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지역민의 바람은 TK 현안이 통합당 당론으로 국회에서 다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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