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고립된 TK] '정권 심판' 표심 분출, 정부·여당 홀대 심화될 수도

(상) 당장에 닥친 위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인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일대 전경. 의성군 제공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인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일대 전경. 의성군 제공

대구경북(TK)의 대형 현안 추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총선에서 '정권 심판'의 표심을 분출하면서 정치 지형상 고립된 섬이 되다시피 해서다. 집권여당 소속 당선인을 단 1명도 내지 못해 '대구경북 패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4·15 총선 결과에 따라 고립된 TK에 닥친 위기를 살펴보고, 어떻게 이 매듭을 풀 수 있을지에 대해 매일신문이 세 차례에 걸쳐 조명해본다.

코로나19 극복에 총력전을 펴야 하는 상황에서 총선 뒤 정부와 여당의 홀대가 노골화되면 지역발전은 물 건너간다. 안 그래도 길게는 10년 넘게 답보 상태인 초대형 현안들이 총선 뒤로 줄줄이 밀린 터다. 하나같이 지역 간 갈등과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사안들이다.

사업 추진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의 불씨를 살리는 등 지역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론도 없지는 않다. 똘똘 뭉쳐 정권 심판을 한 만큼 지역 여론을 대놓고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다. 차질 없는 현안 추진을 위해선 지역민이 하나가 되는 게 선결조건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전직 고위관료 출신인 A씨는 "여당 국회의원이 전혀 없다는 건 효과적인 대정부 압박 카드가 없다는 것"이라며 "야권 일색인 만큼 과거와는 다른 인식과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합신공항, 손 놓은 국방부

국방부가 지난 1월 의성 비안·군위 소보를 사실상 통합신공항 이전부지로 결정하고도 3개월 가까이 올스톱 상태다. 최종 이전지 선정·발표를 위해선 선정위원회 개최가 필수다.

하지만 국방부는 묵묵부답이다. 대구시가 조속한 이전부지 선정위 개최를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나 뚜렷한 대답이 없다. 이는 국방부가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향후 이전부지 선정위에서 의성 비안·군위 소보를 이전부지로 선정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도 배치된다.

군위와 의성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끼어들 이유가 없다는 기류가 엿보인다. 두 지역 간 갈등이 마무리된 뒤에야 선정위를 개최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 19 대응이 화급한 대구경북으로선 이전 로드맵 이행에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이 압박해야 할 상황이고 보면 국방부가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다음 달 말 이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해신공항, 정치 개입 우려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적 개입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민간기구에서 검증을 4개월째 진행 중이지만 위원 면면도, 진척 상황도 깜깜이다.

총선 결과가 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김해신공항 문제는 2016년 3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대 총선 부산 유세 중 "부산에서 민주당에 국회의원 5석을 주면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정치적 사안으로 급부상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부산울산경남 당선인이 7명인 상황이고 보면 '정무적 판단'이 끼어들 소지가 커졌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4개 분야 14개 쟁점 가운데 ▷안전 ▷소음 ▷환경과 달리 ▷시설·운영·수요 분야는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재검증에 합의하기까지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등 실세들이 적극 거들고 나선 대목도 걸린다.

◆대구 취수원 이전 차질 없나

정부가 낙동강 유역의 상수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내놓기로 한 대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환경부는 지난 3월 유역별 통합 물관리를 위해 대구·구미 사이에 취수원 이전 갈등을 빚고 있는 낙동강 유역의 수질 개선·물 배분 대안 등 낙동강 통합 물관리 방안을 상반기에 확정하기로 했다. 또 내년 예산과 법정 계획에 반영해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를 11년째 질질 끌어온 데다 이번 총선 결과까지 더해지면서 다른 유역에 비해 관심과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 앞서 환경부는 유역별 통합 물관리 방안을 지난해 말 내놓기로 했다가 연기를 거듭해 불신을 산 바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상반기 중 확정한다는 목표로 진행 중"이라며 "정치적으로 고려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사드배치 4년, 지원은 언제쯤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뒤 보상책 차원의 재정지원 사업은 4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총선에서 지역 내 여당 당선인이 전무한 현실이고 보면 '여권 내 압박 수단'을 매개로 한 해법도 마땅치 않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사드 임시배치 이후 대규모의 국책사업 지원을 약속했고, 성주군은 1조8천3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다. 성주~대구 간 경전철 건설(5천억원)과 성주~대구 간 고속도로 건설(7천850억원) 등 16개 사업이다.

하지만 사드기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 작업이 미뤄지면서 지원사업과 관련한 예산 확보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편성된 지원 규모는 달랑 10억원 정도에 그친다.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빌미로 부처 간 지원을 떠넘기는 양상이 총선 뒤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소한 1년에서 1년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일반환경영향평가 기간을 감안할 때 사드의 최종 배치가 언제 이뤄지고, 후속 조치로 구체적 지원책이 나올지는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대형 공모사업 등 배제론 고개

정부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같은 공모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벌써 고개를 들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질의 기본 입자를 분석하고 관찰하는 초정밀 대형 연구 시설이다. 산업 모든 분야에서 신기술과 신시장을 창출하는데 기반이 되는 것으로 2022년부터 2027년까지 8천억원을 투입한다.

현재 포항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경쟁하고 있지만 평가 기준이 갑작스레 공고되고, 평가지표 선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면서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만㎡ 규모의 예정지를 확보한 포항의 경우 최소 26만㎡의 대지 확보 조건이 제시되면서 다급한 처지에 놓였다.

중앙 부처의 공모 사업은 구상 단계부터 당정 간 정보 공유 등의 사전 교감이 일반화돼 있다는 점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전무하다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교한 전략과 추진력만이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총선 결과 외형적으론 통합당이 모든 의석을 독차지했지만, 지역구로 보면 민주당 후보들도 일정한 득표를 했다"며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가 당락을 떠나 정치력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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