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할 때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독서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었고 이후 정치성과 사회성 뺀 미술에 관심을 두고 오직 절대적 미감(美感)을 추구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산업용 레진 모르타르에 아크릴 물감과 경화제를 혼합해 만든 작가 고유의 '인더스트리 물감'을 활용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최상흠(55) 작가.
널따란 전시장 한 벽면을 가득 채운 문패크기의 직사각형 조형물(?) 1천105개가 배치된 그의 설치작업 '무제'는 언뜻 봐도 무어라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 전통적인 회화와는 거리가 멀어 흔히 말하는 '손맛'도 없고 그렇다고 평면작업이라고 하기에는 그 두께가 매우 두텁다.
평론가 유병학은 이런 최 작가의 작업을 '인더스트리 페인팅'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작가는 가로 12cm 세로 9cm 높이 2.5cm의 틀을 만들고 직접 만든 인더스트리 물감을 차곡차곡 7번에서 8번 정도 부어 하나의 레고 같은 조각덩어리를 만든다. 이때 아크릴 물감의 농도는 매번 다르게 혼합함으로써 모든 조각이 아주 미세한 색감의 차이를 드러내게 한다.
최상흠은 이렇게 만든 조각덩어리를 평면에 펼쳐놓거나 바닥에 쌓아올림으로써 그의 설치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언어가 우리 사회의 약속인 것처럼 색도 모두 기호가 있고 특유의 색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색은 또한 같은 색이라도 우리의 시각에 따라 각각 다르게 보여 지는 성질이 있다. 나는 인더스트리 페인팅을 통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색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본다는 것은 나 스스로 그 사건에 참여하는 일이 된다. 나의 작업은 어떤 상징성이나 이미지의 표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작업 그 자체가 나의 미술인 셈이다."
최상흠의 작품은 작가 스스로 만든 것이라기보다 물감이 스스로 그린 혹은 만든 작품이다. 이런 까닭에 그의 작품은 '무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또 각각의 조각이 보여주는 색도 여러 색이 중첩되어 있어 정확히 무슨 색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쌓인 색들이 서로 침범해 알 수 없는 하나의 색의 아우라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을갤러리에서 21일(토)까지 여섯 번째 '최상흠 개인전'을 열고 있어 그의 '인더스트리 페인팅'을 볼 수 있다. 문의 053)474-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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