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결혼식…장소·시간·형식 틀 깨는 커플들

딱딱하고 무거운 주례를 없애는 대신 댄스·음악을 곁들인 공연 형식으로 결혼식을 한다거나 아예 예식 전체를 뮤지컬로 구성해 진행하는 나만의 특별한 결혼식이 늘고 있다. 고구마웨딩 제공
딱딱하고 무거운 주례를 없애는 대신 댄스·음악을 곁들인 공연 형식으로 결혼식을 한다거나 아예 예식 전체를 뮤지컬로 구성해 진행하는 나만의 특별한 결혼식이 늘고 있다. 고구마웨딩 제공

예비부부의 개성과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특별한 결혼식이 늘고 있다. 신랑 신부 입장, 주례사, 축가와 사진 촬영 등으로 끝내는 결혼식과 축의금을 주고받는 것이 주가 돼 버린 기존 결혼식 풍경 대신 이색 공간이나 형식으로 과정을 즐기며 지인들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분위기로 결혼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것. 딱딱하고 무거운 주례를 없애는 대신 댄스·음악을 곁들인 공연 형식으로 결혼식을 한다거나 아예 예식 전체를 뮤지컬로 구성해 진행하는 커플도 있다. 지난 5일 결혼한 이경현(36)·김정미(35) 커플은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신랑·신부와 그 가족 간의 결합이니만큼 나 나름의 진솔하고 알차게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격식은 싫다… 즐기는 결혼식으로

#1= 이달 26일에 결혼하는 김정수(33)·정미영(33)씨 예비부부는 특별한 예식을 하기로 했다. 주례가 아닌 신부 아버지가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고,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과 지금까지 키워준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낭독하기로 했다. 또 양가 부모님이 결혼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한마디씩 하고 친구가 축시를 읊기로 했다. 또 친구들이 이들 결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미리 영상에 담아 결혼식 날 상영하기로 했다. 축하 역시 노래 잘하는 친구가 불러주기로 했다. 신랑 김 씨는 "친구들이나 지인들 결혼식에 많이 다녀봤는데, 항상 똑같은 예식에 똑 같은 주례사를 듣는게 너무 싫었다. 뭔가 평생 추억이 남을 만한 결혼식을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2 = 올 5월에 결혼한 이석호(36)·박미경(35) 씨 부부는 예식 장소를 전통혼례를 올리는 향교에서 했다. 고위 공직자와 의사 집안인 양가 부모 인맥을 고려하면 호텔이나 대형 예식장이 나았겠지만 이 씨 부부는 얼마 안 되는 하객과 함께 차분하고 조용한 전통혼례를 올렸다. 화려한 서양식 꽃장식 대신 전통 초로 장식하고 음향도 전통 음향을 사용했다. 이 씨는 "아내도 저와 같이 외국 유학생활을 오래해서 새 출발은 전통 한국식으로 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3 = 지난달 29일에 결혼식을 올린 최용수(33)와 유인경(33) 씨 부부는 예식을 앞두고 작은 말다툼을 했다. 둘이 평등한 가정을 꾸리자는 의미에서 예식장에 동시 입장하려고 했으나 신부 측 아버지가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상의 끝에 신부 아버지와 신랑 아버지가 각자 자녀를 데리고 입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결혼식 날, 하객들은 처음보는 모습에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최 씨는 "우리가 계획했던 동시 입장은 아니더라도 부모님과 함께 가정의 첫걸음을 동등하게 치렀다는 점에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신부 부모에게도 폐백을 올렸다. 시집과 친정 사이 관계도 평등해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처럼 관습적으로 내려오던 틀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좇는 젊은 예비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주례 없이 결혼식을 올리고 예식장에 신랑 신부가 동시 입장하는 것은 다반사다. 그야말로 결혼식을 올리는 당사자들이 취향과 개성에 따라 장소, 시간, 형식이 모두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고구마웨딩 박경애 대표는 "예전에 비해 '좀 더 특별히', '좀 더 다르게'를 추구하는 커플들이 느는 추세이지만 대구경북은 보수적이라 아직은 20% 수준으로 그다지 많지 않다"면서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젊은이의 이 같은 결혼식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나는 결혼식을 위해 신부 친구들이 춤으로 하객들의 흥을 돋우고 있다. 고구마웨딩 제공
신나는 결혼식을 위해 신부 친구들이 춤으로 하객들의 흥을 돋우고 있다. 고구마웨딩 제공

◆장소·시간 파괴

최근 결혼식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바로 장소다. 웨딩홀은 예식과 관련된 것이 미리 준비돼 있어 편리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예식시간이 최대 1시간 정도로 제한적이고 홀의 갯수에 따라 혼잡스럽다. 이런 점에서 펜션이나 가든, 전원주택, 레스토랑 등을 빌려 예식을 진행하는 커플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하우스 웨딩'으로 이들 장소의 경우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종일 빌릴 수 있어 원하는대로 예식시간과 피로연 등을 가질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예식형태는 펜션웨딩이다. 말 그대로 펜션을 빌려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다. 하루나 이틀을 빌려 예식과 식사, 피로연 등을 진행한다. 시간과 예식 프로그램 모두 밀도있게 진행되는 만큼 하객은 가족과 친척, 가까운 지인들뿐이다.

박경애 대표는 "대구경북의 경우 펜션과 전원주택이 많은 팔공산이나 가창 등지에서 주로 하는데 1박 2일 동안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시간도 토요일이나 일요일 대신 평일 특히 금요일 저녁 시간을 이용해 결혼식을 하는 커플도 있다"고 말했다.

한 체육인이 결혼식장에서 육체미 공연을 펼친 뒤 신랑신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구마웨딩 제공
한 체육인이 결혼식장에서 육체미 공연을 펼친 뒤 신랑신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구마웨딩 제공

◆형식 파괴

교통이나 하객 등의 문제로 인해 장소는 어쩔 수 없더라도 식순을 바꾸거나 이벤트를 더하는 결혼식도 많아졌다. 주례 대신 부모님이 성혼선언문을 읽고, 신랑신부가 하객 앞에서 첫 만남부터 연애과정을 소개하며 결혼생활에 대한 의지 등을 다지기도 한다. 지난달 결혼한 이재혁(33) 씨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이 씨는 "어머니들은 촛불을 밝히고 신부 아버지는 신부와 입장하는데, 신랑 아버지는 아무 역할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면서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마음과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의미를 담아 계획했다"고 말했다. 부케도 여자가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진 지 오래다. 지난해 결혼한 이주희(32) 씨는 "나를 잘 따르는 남자 후배가 결혼식을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부케를 던졌다"고 했다.

퓨전웨딩을 하는 커플도 있다. 퓨전웨딩은 서양식과 전통 혼례 등을 자유롭게 혼합해 진행하는 것. 신랑은 턱시도를 입고 신부는 한복드레스를 입는다거나 반대로 신랑은 한복을, 신부는 웨딩드레스를 입기도 한다. 또 전통 혼례를 진행한 뒤 피로연은 서양 스타일로 꾸미기도 한다. 박경애 대표는 "이 같은 예식스타일은 최근 다문화부부가 많아지면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만의 결혼식 주의사항

이런 특별한 결혼식은 비용이 적게 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웨딩업체 관계자들은 "꼭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기존 결혼식은 장소가 결혼만을 위해 꾸며져 있는 곳이고 그에 맞춰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이른바 '패키지' 형태로 가격적인 장점이 크다. 이에 비해 특별한 결혼식은 모든 것이 '신랑신부·고객 맞춤형'으로 진행되다보니 비용이 저렴하지 않다. 이에 대해 고구마웨딩 류지혜 실장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느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이색 결혼식 역시 식사와 장소 대여료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인이나 친척 등을 통해 장소를 무료로 빌릴 수 있거나 식사를 집이나 아는 식당에서 준비한다면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과제는 부모님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주인공이지만 가족의 행사이고 부모님의 손님이 많아 부모님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 류지혜 실장은 "이런 경우 양가 부모와 의논 과정에서 날짜, 장소, 컨셉트, 이벤트 등이 애초계획보다 많이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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