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에 얽힌 이야기] ⑩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무영 작곡가 사랑의 열병 달콤 살벌한 선율이 되다

베를리오즈
베를리오즈

예술가에게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그의 예술을 찬란히 꽃피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창작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환상교향곡'을 작곡한 베를리오즈(1803~1869년)는 그 사랑의 쓴잔을 마시고 화려하게 부활한 음악가이다.

1827년 베를리오즈는 연극 '햄릿'에서 오필리아로 분한 해리엣 스미드슨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스미드슨은 당시 인기 절정의 여배우였다. 반면 베를리오즈는 앞날이 불투명한 무명 음악가였다. 베를리오즈는 불타는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하지만 스미드슨은 가난한 작곡가의 사랑을 받아줄 리 만무했다. 깊은 좌절에 빠진 그는 파리 근교를 배회하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기이한 환상으로 가득한 꿈을 꾸게 된다. 그 꿈을 음악으로 풀어낸 것이 바로 '환상교향곡'이다.

'어느 예술가의 초상'이란 부제가 붙은 5개의 악장에는 각각 '꿈, 열정', '무도회', '전원의 풍경', '단두대로의 행진', '마녀들의 밤 축제' 등 표제가 붙어 있다. 병적인 감수성을 지닌 젊은 열혈 음악가가 짝사랑의 절망 때문에 아편을 먹고, 혼수상태에서 단두대를 넘나들며 환각의 세계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여인 스미드슨을 상징하는 선율을 각 악장마다 배치했다. 또 전 곡의 극적 느낌을 통일시키면서 병적인 절망과 환각의 환상을 극대화했다. 죽음과 환각을 넘나들며 사랑의 파국을 재단한 그의 '환각의 선율'은 쓰디쓴 감미로움으로 중독되게 한다. 마치 금지된 쾌감을 살짝 맛보는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처럼 말이다.

이 곡을 통해 베를리오즈는 사랑의 고통을 승화시키면서 서서히 되살아날 수 있었다. 무명의 작곡가였던 그를 단숨에 최고의 주목을 받는 존재로 부각시켰다.

베를리오즈는 우여곡절 끝에 스미드슨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해 결혼한다. 그러나 빠르게 불타오른 베를리오즈의 사랑은 빠르게 식어갔고, 결혼생활은 파탄을 맞는다. 스미드슨이 베를리오즈보다 먼저 세상을 뜬다. 결국 불운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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