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미신

의도가 반드시 의도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그렇다. 독일 국민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는 것이 목적이었던 2차 대전 때의 독일 대도시에 대한 연합군의 전략폭격은 좋은 예다. 독일 국민 30만5천 명이 사망하고 70개 독일 대도시가 파괴됐지만,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전후 영국 폭격조사기관은 "독일 도시에 대한 공격이 민간인의 사기 저하를 겨냥한 것이었다면 이는 명백히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전략폭격연구소의 의견도 이와 같았다.

전략폭격의 효과는 전혀 엉뚱한 데서 나왔다. 독일 공군을 소모전으로 끌어들여 독일 공군력을 소멸시킨 것이다. 미국이 P-51, 선더볼트 등 압도적 성능의 장거리 호위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연합군 폭격기를 요격하는 독일 전투기는 독일 상공에서 사라졌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일 미군은 8천722대의 항공기를 동원했으나 독일은 고작 전투기 250대만 띄울 수 있었다. 연합군 총사령관 아이젠하워가 장병들에게 "제군들이 머리 위에서 전투기를 보게 된다면 그것은 아군기일 것이다"라고 '보증'했던 이유다.

그러나 이는 본래 목적은 성취하지 못했어도 어쨌든 연합국의 승리라는 최종 목표에 기여한 결과를 가져왔으니 그나마 다행인 경우다. 그 반대로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프랑스 대혁명 때 모든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겠다며 '반값 우유'를 명령한 로베스 피에르의 고귀한 뜻이 농민의 젖소 사육 포기와 우윳값 폭등을 불러와 결국 부자만 우유를 먹을 수 있게 된 역설을 낳은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도 똑같은 '선의(善意)의 함정'에 갇혀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은 그 의도만 놓고 봤을 때 참으로 인간적이고 따뜻한 정책이다. 그러나 결과는 의도의 선함을 배반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1분기 중 소득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고 고용 사정은 '참담하다'는 것 말고는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렵게 악화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도록 한 때문이다.

다른 정책도 마찬가지다. 탈원전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지원 정책은 산림 파괴와 환경 훼손을 낳고 있으며, 모든 근로자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소득 감소와 기업이 인력이 부족해도 충원하지 않으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런 부작용이 '미지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예견됐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 정부는 귀를 닫았다. 예상대로 부작용이 나타나자 통계까지 조작해 '선한 의도의 악한 결과'를 가리려 한다.

세상은 복잡하다. 그 메커니즘을 인간이 완벽히 알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인간은 세상을 단순하게 보려 한다. 특정 시점의 특정 현상은 인간의 의지 밖에 있는 복수의 유동적 요인의 상호작용이 빚은 결과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야 세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여기에는 그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다. 그래서 이런 사고방식은 일종의 미신(迷信)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섬너는 "미신의 전체 양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미신은 종교가 아니라 정치와 결합하고 있다"고 했다. '선한 의도'의 아집에 빠진 문 정부를 보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적이다. 이런 현대의 미신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과를 보고 생각을 고치는 것뿐이다. "나는 사실이 바뀌면 생각을 바꿉니다. 그쪽은 어떻게 하나요?" 소득 주도 성장 개념의 단초를 제공한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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