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강의 LIKE A MOVIE] 클레어의 카메라

솔직 담백, 홍상수의 자기고백

*해시태그: #또다시 #김민희 #홍상수 #불륜

*명대사: "순수하긴 하지만 정직하지 못하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것"

"내가 당신을 찍고 난 후에는, 당신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

*줄거리: 만희는 칸 영화제 출장 중에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일자리에서 쫓겨난다. 클레어라는 여자는 선생인데 거기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다닌다. 그러다 만희를 만나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게 된다. 클레어는 마치 여러 가능성의 만희를 미리 혹은 돌아가서 볼 수 있는 사람인 듯하고, 그건 칸 해변의 신비한 굴을 통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홍상수 영화를 좋아한다. 다작에 항상 비슷비슷한 톤이라 스토리가 뒤엉키기도 하지만 개봉 때마다 주말 연속극 챙겨보는 마음으로 꼭 관람한다. 이번 신작 '클레어의 카메라'도 자기복제인 듯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완수는 옷차림이며 턱수염이나 헤어스타일까지 실제 홍상수를 빼닮았다. 심지어 영화 속 배급사의 현지 사무실엔 홍상수가 연출한 영화의 포스터까지 붙어 있어 이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직접적으로 홍상수의 자기고백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솔직하게 살아야 영화도 솔직하다"라는 신념처럼 대상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관찰함으로써 진화하고 있다.

'클레어의 카메라' 역시 홍상수표 공식을 성실하게 따른 영화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소소한 우연과 남녀관계를 중심으로 대사가 술과 어우러져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물론 욕망에 충실한 남자와 그 남자들이 탐하는 여자 그리고 냉소적이고 직설적인 말을 던지는 인물도 등장한다. 영화배급사 직원 만희(김민희)는 프랑스 칸영화제 출장 중 '순수하긴 하지만 정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만희가 배급사 대표 남양혜(장미희)의 오랜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인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와 하룻밤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칸 영화제에 동행했던 완수는 음악교사이자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인물샷 찍기를 즐기는 클레어(이자벨 위페르)를 우연히 만난다.

클레어는 이 세 사람의 중심에서 인연을 맺으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들을 비추는 인물이다. 클레어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그들은 함께 시간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보낸다. 결국 그들은 칸에서의 꿈처럼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고 하룻밤 꿈처럼 네 사람을 잇던 우연의 피날레는 잔잔하게 끝난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짧은 러닝 타임 내내 영화는 몽환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해변 도시 칸의 이국적인 풍경은 회화처럼 아름답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서사까지 더해 영화는 꿈을 꾼 듯한 정취를 선사한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은 밤에 쓴 연애편지를 자고 나서 읽어보면 부끄럽듯 영화적 서사이기보다는 꿈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단편적인 사건들이 우연으로 모아지며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타고난 관찰자이자 이야기꾼인 홍상수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 한 편을 완성하고 아침에 쓴 시나리오로 오후에 촬영할 수 있는 감독이다. 또한 촬영장에서 대사나 상황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등 현장성과 우연성에서 창작을 도모하는 감독이다. 이번에는 우연과 감독인 본인의 입장을 표현하기에 탁월한 매개체인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활용했다. 클레어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관조적인 캐릭터다. 그녀는 그저 사진을 찍을 뿐이다.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려는 듯 옆에서도 뒤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왜 찍느냐는 만희의 질문에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것"이라 답한다. 그리고 완수에게는 "내가 당신을 찍고 난 후에는, 당신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홍상수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낸 듯하다. 홍상수 감독의 화법은 능수능란하게 자전적 현실과 허구를 오간다.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완수의 모습이나 "넌 너무 예뻐"라는 대사에서 카메라 뒤에서 김민희를 바라보고 있을 홍상수 감독의 모습이 떠오른다. 연애 초기 단계에 촬영해서 그런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유쾌하고 들뜬 에너지도 느껴진다. 김민희와 네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던 기간에 칸 현지에서 촬영되었다. 김민희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칸에 머무르던 때였다. 극 중 만희와 클레어, 소완수, 남양혜가 이야기를 나누는 카페와 중식당 모두 현지에서 섭외되었다. 2016년 그러니까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불륜을 인정하기 직전에 촬영된 영화인 것이다. 영화에는 유난히 '정직'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이 작품은 그들 사랑에 대한 변명일 수는 있어도 항변이 될 수는 없다. 그들의 사랑은 순수한 것이었겠지만 두 사람은 정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이 바라보는 진실은 '그저 천천히 관찰하는 것' 너머에 있는 것 같다. 그의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일까? 카메라 앞에서 세 남녀를 둘러싼 진실과 관념은 뒤엉킨다.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해석의 여지는 다양해진다. 홍상수가 영화를 찍는 이유도 클레어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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