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원더우먼

男다른 女전사 세상을 구하다

할리우드 신데렐라 갤 가돗

몸에 딱맞는 따뜻한 감성 연기

70년대 TV 시리즈 향수 자극

미친 과학자에 맞선 강한 액션

사랑의 카타르시스 전해줘

원더우먼은 슈퍼맨, 배트맨과 함께 DC 코믹스의 빅스리로 묶인다. 최근 DC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더우먼'은 과연 DC 코믹스 영화의 영광을 다시금 이끌어갈 새로운 시리즈가 될 것인지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에 나온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투 탑 슈퍼히어로의 콜라주로 관심이 높았지만, 영화는 다소 싱거웠다. 반면 두 남자 슈퍼히어로에 비해 잠깐 동안 등장한 원더우먼이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남성들로 즐비한 슈퍼히어로계에 여자로 승부수를 띄우는 '원더우먼'의 등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여러 세대의 관심을 끈다. 1970년대 이전 세대들은 미스 USA 출신의 린다 카터가 주인공인 TV 시리즈 '원더우먼'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린다 카터의 원더우먼은 여성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인물이었다. 슈퍼히어로라고는 하지만 성조기가 그려진, 노출이 심한 수영복을 입고 있고,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이 강조되었다. 그녀의 최첨단 무기인 밧줄과 쇠사슬은 남자 악당을 묘한 포즈로 묶어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게다가 여신인 이 여성의 현실에서의 위장 직업은 비서였다. 남성 판타지의 대상으로만 묶여 있다는 이유로 원더우먼은 지금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로 점차 잊혀가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지난해 유엔은 '유엔 여성권익 명예대사'에 원더우먼을 위촉했지만, 유엔 직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반론이 확산하자 곧 취소되었다. 심한 노출로 남성 판타지의 대상이 된 인물이 여성권익 대사라니,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원더우먼의 탄생 기원을 살펴보면 꽤 다른 사실들이 드러난다.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 아테나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헤르메스의 속도'를 지녔다고 설정된 슈퍼히어로 원더우먼은 코믹스의 황금기인 1941년에 슈퍼맨과 배트맨 성공의 뒤를 이어 최초로 등장했다. 2차 대전이 한창 전개되던 시기에 심리학자인 윌리엄 몰턴 마스턴은 남자 슈퍼히어로처럼 주먹으로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풀어가는 영웅을 구상했고, 아내의 조언을 받아들여 여자 영웅을 만들어냈다. 원더우먼은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달리 과학 영역이 아니라 마법과 신화의 세계에서 초능력을 얻은 여신 신화에 기반을 둔 존재이다.

여전사들의 부족인 아마존의 공주 다이애나(갤 가돗)는 어느 날 낙원의 섬 데미스키라에 불시착한 조종사 트레버 대위(크리스 파인)를 따라 인간 세상으로 나간다. 그녀는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전투에 대해 알게 되고, 신들이 주신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1차 세계 대전의 지옥 같은 전장으로 뛰어든다.

따뜻한 감성과 사랑을 가진 원더우먼은 독일군의 침공으로 공포에 떠는 마을에 들어가 아이와 여성들을 구한다. 영화는 더욱 위력적인 독가스를 개발하려는 독일군 리더와 미친 과학자에 맞서 사랑과 평화의 언어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고전적인 메시지를 현대적인 스펙터클로 전한다. 과거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원더우먼이 아니라 분노함으로써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는 강인한 여전사가 되었다.

여전사가 펼치는 액션신의 화려함은 그저 스펙터클이 아니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에 더욱 카타르시스를 준다. 선한 인간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인간의 악한 면이 만드는 어둠을 보고 각성하는 원더우먼은 더욱 사랑의 힘을 믿게 된다. 영화는 매우 낙관적인 세계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원더우먼의 로맨스는 거칠고 폭발적인 영화에 이완 효과를 준다.

여전히 노출이 따르는 수영복을 입고 싸워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탄생 당시 애국적 이미지와 눈요깃거리를 넣어 대중을 사로잡았던 요소로 이루어진 것이 원더우먼이기에 그녀의 여성성을 뽐내는 의상과 소품들을 하나의 캐릭터 특징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원더우먼은 자기주장을 절대로 굽히지 않는 페미니즘적 면모를 가지고 있다. 약한 남자들을 보호할 줄 알며, 지적인 능력도 탁월하다. 1차 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비서라는 직위를 얻을 수밖에 없지만, 그녀는 남자들의 테이블에서 실력 하나로 자신의 자리를 만든다. 많은 점에서 만족스러운 캐릭터와 이야기 진행을 보이는 영화인 데다, 주연을 맡아 할리우드 신데렐라로 등극한 갤 가돗의 몸에 딱 맞는 연기도 보기 좋다.

그러나 갤 가돗이 한때 2천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거주구역 폭격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 영화를 영화로만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인류의 평화와 공존을 사랑으로 이루어내려는 원더우먼의 숭고한 이상을 연기하는 한 여성의 애국주의를 뛰어넘는 인류애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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