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익 앞에… 누가 배신할지 알수 없는 세상

교도소서 만나 의기투합 두 깡패

서로 의심 하거나 신뢰 뒤죽박죽

과거와 현재 오가며 이야기 구성

설경구와 임시완 투톱 브로맨스 누아르 영화이다. 전작인 로맨틱 코미디 '나의 PS 파트너'(2012)에서 개성 있는 색깔을 펼쳐보인 변성한 감독의 신작으로, 이번 영화는 정통 누아르를 변주하는 참신한 시도를 기대케 한다. 이 영화는 새로운 장르 문법을 고대하는 팬들의 기다림에 호응하듯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 스릴러,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와 같은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들을 엄선한다. 지난해에는 '곡성'과 '부산행'이 초대받았고, 두 작품 모두 작년 극장가에서 흥행성과 작품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영화는 교도소에서 만난 두 사람이 바깥세상으로 나와 의기투합하는 가운데 서로 간 배신과 믿음이 여러 차례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이다. 젊은 감각의 만화적인 구성으로 속도감을 채운 데에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전개 덕분에, 관객은 몰입감과 긴장감이 가득 찬 가운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범죄 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는 교도소에서 무서울 것 없는 패기의 신참 현수(임시완)와 만나게 된다. 서로에게 점차 끌리는 두 사람은 끈끈한 의리를 다진 채, 함께 출소한다. 현수는 마약 밀거래를 하는 재호의 조직에서 함께 일하게 되며, 조직의 최고 권력을 차지하려고 의기투합하던 중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서로 의심하게 된다.

관객은 과연 누가 누구를 배신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감정적 동일화를 일으키는 대상을 바꿔가면서 복잡하게 변화해가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한다. 경찰과 마약조직범의 목숨을 건 대결이 서로 속고 속이는 가운데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교도소와 항구에서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다양한 카메라 앵글의 활용으로 실감 나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출소 후 1일, 3년 전 교도소 안, 출소 후 100일, 3년 반 전 교도소 안 방식으로 전개되는 현재와 과거의 복잡한 교차는 관객이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일 여지를 주지 않는다. 우리는 두뇌를 계속해서 가동시켜가며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하고, 두 주인공 및 그들을 둘러싼 경찰과 갱스터의 치열한 두뇌 게임에 쉴 틈 없이 동참하게 된다. 재미 면에서 탁월할 뿐만 아니라 상당히 지적인 영화다.

그러나 다소 과한 듯한 반전과 복선, 암시의 향연은 영화를 어느 정도 가볍게 보이게 하고, 사건들의 개연성과 필연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선과 악이 계속해서 자리를 바꾸어 가며, 경찰과 갱스터 조직은 거울 쌍처럼 동등하게 비인간적이고 비열하다. 영화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운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를 대표하는 재현물로 보인다.

설경구와 임시완이 서로 의심하거나 신뢰를 보내는 뒤죽박죽의 과정은 한 편의 멜로드라마처럼 끈적이며 애처롭다. 성적인 긴장감으로 팽배한 장면들, 그리고 이 가운데 터질 듯한 감수성의 충돌로 영화는 한껏 매력적이다. 아마도 투톱 브로맨스 서사물 중 가장 이상한 끌림을 가진 영화인 것 같다.

핏줄, 인연, 소속, 추억 따위는 자신의 이익 앞에 개나 줘버리는 캐릭터들의 비정함이 비장하지 않고 어쩌면 쿨하게 표현되어 더욱 이 세상이 비정하게 느껴진다. 정말로 나쁜 놈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실제 세상보다 영화가 더 과장되기 마련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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