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내 이름은 꾸제트

커다란 눈동자 보면…어른이 더 감동받을 수도

사고로 엄마와 헤어져 보육원에 둥지

가족 갈등의 아픔'첫사랑 환희 겪어

아이들 눈높이로 심리 미세하게 표현

컴퓨터 그래픽 없이 일일이 수작업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부모가 버렸거나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보육원에서 살게 된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어른들에게도 아이들만의 아픔을 이해함과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품격 높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얼마 전 끝난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고, 골든글러브에서도 후보에 올라, 수상작인 '주토피아'를 비롯하여 '모아나' 등 쟁쟁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했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의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수상하지 못했어도 작품성에 충분히 기대를 걸게 한다.

디즈니나 워너브러더스 애니메이션, 혹은 재패니메이션과 다른 그림체와 감각이 신선하다. '내 이름은 꾸제트'가 선보이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정지한 물체를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조금씩 움직이며 정사진으로 찍어, 사진들을 쭉 이어붙이면 마치 물체가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동적으로 보인다. '어린 왕자' '레고 배트맨 무비' '쿠보와 전설의 악기' 등의 애니메이션들이 스톱모션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컴퓨터그래픽이 들어가지 않는 데가 없는 영화 제작 현실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감상에 빠져들게 한다.

꾸제트를 비롯하여, 마음이 잔뜩 쓰이는 안타까운 어린 캐릭터들 각자의 이야기는 서정적인 그림체 때문에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우연한 사고로 엄마와 헤어지고 퐁텐 보육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게 된 꾸제트는 비밀스러운 사연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처음에는 못되고 퉁명스럽게 굴며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항상 함께 있어주는 친구들 덕분에 꾸제트는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꾸제트는 보육원에 새로 온 여자아이 까미유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아이들도 제각기 사연을 가진 개성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어른들도 모두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다.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 사랑으로 감싸는 어른이 있게 마련이고, 영화는 혈연 가족이 아니라 애정으로 맺어지는 대안적인 가족에 초점을 맞춘다.

가족 갈등으로 인한 아픔과 첫사랑의 환희를 겪으며 아이는 자란다. 그러는 가운데 나쁜 어른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 가족을 개척해 나가는 독립 주체로 성장한다. 얼굴의 많은 부분을 채우는 커다란 눈동자의 흔들리는 움직임은 캐릭터의 심리를 미세하게 담았다. 다크서클로 피로한 그들의 얼굴은 경쟁과 시기심으로 점철된 이 잔혹한 세상이 아이들을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 섬세하게 표현한다.

7년간의 기획과 3년의 제작 기간, 촬영 기간 만 1년 6개월이 걸린 '내 이름은 꾸제트'는 진정한 수공예 아날로그 예술품이다. 이러한 노고는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고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그랑프리와 관객상 등 2개 부문 수상으로 보상받았다. 66분의 러닝타임도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무리가 없다.

이 작품은 '400번의 구타'(1959)나 '포켓머니'(1976) 같이 아이를 어른의 시선에서 보길 거부하고 아이들의 감각과 눈높이에서 만든 프랑수와 트뤼포의 정신을 이어받는다. 아이들이 동시 속 세상처럼 선하고 사랑스럽고 순진하다는 어른들의 착각을 투영하지 않아서 더욱 실감이 난다. 아이들은 때론 음흉하고 거칠고 삭막하기도 하다.

또래 아이들의 현실을 표현하려고 감독은 무수한 오디션을 통해 아이들을 선발하고 이들의 행동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하는 목소리 연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어른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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