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퍼스널 쇼퍼

디지털시대, 혼령과 접속도 문자메시지로?

쌍둥이 오빠 죽음 경험한 마린

숨겨진 타인의 욕망·정체 만나

크리스틴 스튜어트 연기 변신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2016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영화로, 혼령과 마주하는 여성이 이끄는 신비로운 이야기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할 때 찬사와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온 영화로 이제야 우리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역시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다.

혼령과 대화하는 젊은 여성 영매 캐릭터를, 할리우드에서 동연령대 중 최고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젊은 스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연기한다고 하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은 영화평론가 출신의 감독으로 프랑스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2014년 작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를 연출했는데, 당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할리우드 10대 아이돌이 된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조연으로 캐스팅하여 그녀에게 제대로 연기할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로 세자르영화상과 전미비평가협회 연기상을 수상하며 발연기의 오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 영화를 통해 두 번째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고, 올리비에 아싸야스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단독 주연을 맡겼다. 영화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일인극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모든 장면과 상황을 그녀가 홀로 이끌어나간다.

영화가 가진 주제나 스토리라인은 난해하고 추상적이다. 형이상학적 이야기에 현실의 숨결을 불어넣은 이는 바로 크리스틴 스튜어트이다. 영화를 스토리중심으로 따라가다 보면 미로에 빠지기 십상이겠지만, 가면을 벗고 자신의 진짜 내면과 마주하는 한 여성의 심리적 성장을 중심으로 본다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적 매력의 결정적 요인인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아마 10대의 우상이자 가십을 몰고 다니는 스타라는 가면을 벗고 연기자로서의 정체성을 발견해가는 기쁨을 이 예술영화를 통해 느꼈을 것이다. 한 인간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미국인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는 퍼스널 쇼퍼다. 최근 쌍둥이 오빠의 죽음을 경험한 그녀는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죽게 되면 특정한 신호를 보내겠다는 오빠와의 약속을 기억하는 모린은 오빠의 신호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난 널 알아, 너도 날 알고"라는 발신자 불명 문자메시지를 받고 혼란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초자연적 호러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예술영화에 호러 스릴러라는 장르적 요소를 결합하였다. 마린의 직업이 퍼스널 쇼퍼라는 점, 그녀가 고향을 떠나 타지를 떠돌며 생활한다는 점, 그리고 죽은 혈육과 끊임없이 접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머물지 못한 채 군중 속에서도 외롭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현대인의 대표성을 상징한다.

마린은 허상뿐인 패션계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퍼스널 쇼퍼로 일한다. 남을 대신하여 옷을 골라주는 일이다. 시간이 없고 안목도 없는 유명인을 대신하여, 고용주의 이미지를 만들어주고자 명품 숍을 다니며 쇼핑을 하는 마린은 늘 남을 위해 산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죽은 오빠의 영혼을 느끼는 마린이 정체불명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존재와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신비로운 현상인 영혼과의 접속이 최신식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은 꽤나 역설적이면서 흥미롭다. 물론 그 익명의 발신자가 혼령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존재를 추적하면서 영화는 후반부 반전을 위해 달려간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논리적 전개와 분명한 결말 및 메시지를 기대한다면 그 기대를 충족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묘한 무표정 속에 많은 의미를 담은 마린의 신선한 얼굴과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생각할 거리를 수없이 던진다. 이미지로 존재하는 현대인의 삶,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오인하며 나를 오롯이 알지 못하는 현실, 물질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정체성. 이 많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될 것이다.

허영으로 가득한 패션리더로서의 스타 이미지를 벗고 아직 20대 젊은 나이에 자신의 연기관을 성실하게 구축하고 있는 연기자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찬사를 보낸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강단 있게 오가는 그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게 된다. 이미 우디 앨런, 이안 등 전 세계 거장들이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고 있다. 영화의 호불호의 정체를 직접 확인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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