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곡성

156분간 쏟아진 미끼, 절대 현혹되지 마라

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몹시도 곤란한 일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특유의 연이은 미끼와 반전, 그리고 비밀을 말하는 것은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에게 최고의 재미를 빼앗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포영화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선과 악을 둘러싼 의심과 확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그 어떤 것을 말해도 치명적인 스포일러(미리 줄거리나 내용을 알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뛰어난 오컬트 영화(초자연적 현상, 악령이나 악마를 다루는 심령 영화)이며,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관객을 중심으로 수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상호텍스트적인 영화다. 영화는 모호함으로 가득하지만 상징과 비유로 인해 수많은 이야기를 생산해낼 열린 영화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얼개를 추리하는데 머리를 쓰기 싫다 하더라도, 세심하게 공들인 비주얼과 사운드 요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볼거리, 들을 거리가 된다. 끔찍하게 재현된 이미지 때문에 눈을 가리면서도 곁눈으로 보고 싶은, 보기 싫지만 보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장면의 향연이다. 원시적인 제의들인 무당, 까마귀, 연기, 흰 염소, 북소리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인간 광기의 표현인 분노, 고함, 눈물, 식탐이 신경을 자극하며, 피, 구토, 침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영화의 카피 '절대 현혹되지 마라'와 '미끼를 물었다'가 영화를 설명하는 적확한 표현이다. 기독교적인 메타포로 가득하다. 흔히 공포영화에서 악마는 신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사람들을 홀리는데, 이 영화는 오컬트 영화의 장르적 공식에 충실하면서, 샤머니즘이라는 우리의 토속 신앙을 결합하여 장르에 로컬적 색채를 강렬하게 더한다.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지만,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경찰 종구(곽도원)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기 시작한다. 종구는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아프기 시작하자 다급해져 외지인을 찾아 난동을 부리고,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인다.

모든 일이 혼란스러운 종구는 외지인과 일광, 무명 사이에서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마을 외부에서 온 자들인 외지인, 일광, 무명 중 누가 악의 편인지 끝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서사가 전개된다. 2시간 36분의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관객은 함께 두뇌를 가동하며 영화가 숨겨놓은 미끼를 찾아내고, 추리를 하고, 그리고 이전 장면에서 훤히 보여준 증거를 되새기며, 한 판 게임에 참여하듯 영화 속에 빠져들게 된다.

부르주아 가정의 소녀가 악령에 사로잡혀 충격적인 영상을 선사했던 '엑소시스트'(1973), 악마의 아이 이야기인 '오멘'(1976), 대학살이라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가부장의 광기와 연결한 '샤이닝'(1980)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가사의 존재로 인한 공포가 소름 돋게 하며, '살인의 추억' '극락도 살인사건' '추격자'처럼 끝을 향해 질주하는 영화적 쾌감이 풍부하게 살아있다. 그리고 예수 신화를 패러디하는 과감함은 나홍진이라는 감독의 작가적 위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마도 영화는 끊임없이 종교적 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첫 주연을 맡은 묵직한 배우 곽도원은 간이 콩알만 한 소심한 가장이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앞뒤 보지 않고 뛰어드는 몸 연기에 최선을 다하고, 무명 역의 천우희는 역시나 존재 자체가 신비롭다. 박수무당을 연기하는 황정민은 그간 몇 편의 천만 관객 영화로 인해 드리워진 매너리즘을 완벽하게 지우고 강렬한 광기의 연기를 선보인다. 외지인을 연기한 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의 카리스마 넘치는 묵직함은 그를 재평가하게 하며, 무엇보다도 소녀 역의 배우 김환희는 한국판 '린다 블레어'('엑소시스트'의 악령 들린 소녀를 연기한 아역 배우)로 천재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본 이후 여운이 깊게 남았다. 악마와 신, 의심과 믿음, 죽음과 부활이라는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 존재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혼란스러웠다. '우는 소리'라는 뜻의 제목 '곡성'은 전라남도 '곡성군'과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곡성에 가보고 싶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 9월 18일 0시 기준 )

  • 대구 71
  • 경북 24
  • 전국 2,087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