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산'이 진짜로 여긴겨?" '동백꽃…' 촬영지 포항 구룡포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까멜리아, 포항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의 문화마실
포항 12경 중 하나, 1991년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이후 또 드라마 무대로
과메기 본산, 올해는 덕장마다 과메기와 오징어 함께 말라가던 진풍경 볼 수 없어
포항 12경인 오어사와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에 남아있는 가을, 겨울 바람 불기 전 서둘러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가 된 동백의 술집 까멜리아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가 된 동백의 술집 까멜리아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게장 골목도 없는겨?"... "사투리 바로 하소. 여기는 포항 구룡포시더"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구룡포를 띄웠다. 바다의 구룡포를 하늘에 띄웠다 해도 좋을 만큼 소셜미디어는 구룡포 사진으로 도배가 됐다. 쓰나미로도 덮인 적이 없던 구룡포가 인파에 덮였다.

왜냐 하니, "기다 싶으면 가는 거다", "여행은 내 식대로 하는 거다", "기승전'여행'이다", "언제 여행해야 될지 모르면 맨날 여행하면 된다", "이곳에 가면 내가 뭐라도 된 것 같다"는 주옥같은 드라마 대사들이 구룡포 여행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배경은 충청도 어딘가에 있는 '옹산'이다. 드라마에서는 충청도 사투리에 게장을 아무리 팔아도 드라마 홍보 포스터를 본 순간 대구경북민들은 알았다. 여기가 구룡포라는 걸. 실제로는 게를 쪄주고 꾸덕꾸덕 과메기를 말려 팔며 "하나 잡숫고 가시더"라는 말을 건네는 곳이란 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홍보 포스터에 나온 용식(강하늘 분)과 동백(공효진 분)의 모습처럼 구룡포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구룡포공원에서 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홍보 포스터에 나온 용식(강하늘 분)과 동백(공효진 분)의 모습처럼 구룡포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구룡포공원에서 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포항 까멜리아

"가면 어디가 어딘지 다 안다"는 말을 와보고서야 안다. 멀리서도 알 수 있다. 웅성웅성 사진을 찍으려 기다리는 줄이 늘어선 건물이 '까멜리아'다.

"사람 많은 날은 저~ 밲에 우체국까지 줄을 서."

입을 떡 벌리고 진풍경을 보고 있자 동네 사람들이 한 마디 거든다. 까멜리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겠다며 늘어선 줄이 구룡포우체국까지 50m 정도 된다는 의미였다.

22일이었다. 평일이었고 드라마 종영 직후라 옹산 게장거리를 표현한 간판과 장치들은 거의 철거돼 있었다. 오직 까멜리아만 남아있는 이유를 짐작했다. 까멜리아 간판은 한동안 붙어있어야 할 듯했다.

오죽하면 포털사이트에서 '포항 까멜리아'로 연관 검색어가 나온다. 실제로는 일본인가옥거리에 있는 '문화마실'이라는 곳이다.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인 포항 구룡포엔 까멜리아라는 상호의 술집 혹은 밥집이 없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가 된 동백의 술집 까멜리아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까멜리아는 드라마 속 공간일 뿐 실제로는 문화예술공간인 '문화마실'이라는 곳이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가 된 동백의 술집 까멜리아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까멜리아는 드라마 속 공간일 뿐 실제로는 문화예술공간인 '문화마실'이라는 곳이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드라마 촬영지 관광의 수순이다. 문화마실 안으로 들어가 본다. 한발 짝 들이고는 간판을 다시 본다. 드라마 속 까멜리아 내부가 아니다. 좁다. 포항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공간이자, 시민휴식공간이라고 돼 있다. 마음껏 사진 찍어도 좋다고 적어뒀다. 까멜리아 넓은 홀에서 두루치기와 간식거리라도 먹겠노라 벼르던 이들이 아쉬운 소리를 낸다. 드라마와 현실이 분리되는 순간이다.

여성들의 심금을 울린 돌직구 명대사가 많았다지만 방문객을 살펴보니 중년여성이 많이 봤다는 통계가 나온다. 모성을 강조한 주제와 연결해 생각해본다.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장면 촬영지로 낙점된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장면 촬영지로 낙점된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구룡포공원으로 오르는 계단에도 인파는 넘실거린다. 드라마 포스터가 촬영된 포토존이기도 하지만 원래부터 구룡포항, 바다,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다들 이곳에서 사진 한 컷씩 찍곤 했다. 드라마 덕분에 '빼박 인증샷' 장소가 됐다. 구룡포공원 계단의 재발견이다.

일제 강점기 신사 터가 있던 자리 구룡포공원까지 놓인 70여 계단 양 옆으로 포스터에 나온 주인공과 비슷한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사진 촬영 품앗이가 자연스럽다. 뒷사람이 앞사람 커플을 찍어준다. 줄을 서서 찍다보니 생긴 미풍양속급 불문율이다. 우주의 히트작이라던 셀카봉의 존재감이 없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인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곳곳에 관광객들이 몰려 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극중 배경이 된 게장 가게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인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곳곳에 관광객들이 몰려 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극중 배경이 된 게장 가게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

구룡포는 이름처럼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있는 곳이다. 포항 영일만이 지척으로 군사적, 경제적으로 좋은 입지였다. 갈퀴로 쓸어 담으면 될 정도로 고기도 잘 잡히는 곳이었다. 날이 맑은 날에는 영덕 축산항까지 맨눈으로 보였으니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탐내던 곳이다.

1920~30년대 일본 카가와현 주민들이 이주해 형성된 곳이라 한다. 450m의 골목에 당시 지어진 목조건물이 줄지어 있다. 포항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인 거주지역이던 이곳 28채의 건물을 보수해 일본인 가옥거리로 정비했다. 일제 착취 흔적을 기억할 수 있는 교육장이자 관광지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된서리를 맞는다. 7월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한동안 찾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탓이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가 된 동백의 술집 까멜리아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요 무대가 된 동백의 술집 까멜리아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곳이 드라마로 존재를 알린 건 1991년부터였다. 1991년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촬영지였다. 평균 시청률이 44%를 넘었다는 대세 드라마였다. 그러나 그때는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었다. 폭발적인 영향력을 시청률만큼 보여줄 수 없었다. 드라마 세트장을 관광지화한 것도 2000년대 들어서의 경향이다.

해돋이 때 상생의 손을 보러 왔다 들르는 곳, 구룡포 과메기 먹으러 왔다가 잠깐 보러오는 이색적인 곳 정도에 그쳤었다. 그러던 곳을 9월부터 방영된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살렸다 해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두 달간 보여준 화끈한 두 자릿수 시청률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전국구 관광지가 됐다. 1년 전 안동을 들쑤셔놓은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기운과 닮았다.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안내에 나선다던 동네 노파는 목에 좋다는 각진 사탕을 녹여먹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하도 마이 찾아와가 하루 종일 설명할라카이 목이 아파 죽겠다."

 

올해 저조한 꽁치 수확량 탓에 과메기의 본산인 구룡포 덕장들이 개장 휴업 상태다. 해풍에 과메기가 건조되고 있다. 자연 상태로 말리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올해 저조한 꽁치 수확량 탓에 과메기의 본산인 구룡포 덕장들이 개장 휴업 상태다. 해풍에 과메기가 건조되고 있다. 자연 상태로 말리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구룡포 과메기

구룡포는 과메기의 본산이다. 해풍에 얼고 녹기를 반복한 과메기는 11월에서 12월이 제철이다. 과메기를 해풍에 내다 말린다는 삼정리로 향했다. 비어있는 덕장이 더러 보인다. 그나마 운 좋게 덕장에서 마주친 꽁치도 크기가 예년에 못 미친다. 꽁치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데다 잡힌 꽁치 크기도 작아진 탓이었다.

오징어마저 흉어기다. 동해 북한 해역에 들어간 중국 어선들이 오징어가 가는 길을 따라 다니며 잡아 죄다 중국산이 됐다. 운 좋게 우리 해역에서 잡혀 국산이 된 오징어는 미처 피데기가 되기 전 고가의 활오징어로 팔린다. 과메기와 사이좋게 덕장에서 말라가던 풍경이 올해는 없다.

과메기의 명성이 높은 삼정리에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이곳으로도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과메기의 명성이 높은 삼정리에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 이곳으로도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과메기 말리는 풍경을 찾으러 나선 길에 작은 섬이 눈에 띈다. 물고기떼를 발견한 갈매기떼가 몰려있듯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어이쿠, 이를 어쩐다. 가까이서 보니 이곳 역시 드라마에 등장한 곳이다. 어찌 알았는지 죄다 사진을 찍고 있다. 과메기 덕장이던 마을마저 포토존이 된 것이다.

구룡포에 당분간 '동백꽃 필 무렵' 마케팅이 이어질 것이라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0년도 넘은 MBC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여운을 아직 내세우고 있는 영덕 강구항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드라마의 후광은 과연 몇 년일까.

 

포항 12경 중 하나인 오어사로 늦은 가을 풍경 잡이에 나선 이들이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포항 12경 중 하나인 오어사로 늦은 가을 풍경 잡이에 나선 이들이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오어사와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구룡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어사라는 사찰이 있다. 포항 12경 중 하나다. 시간이 겨울로 달려가고 있지만 오어사에 가을이 남아있다. 위압감이 없는 절이다. 대웅전도 소박하다. 평지에 있는데다 오어지라는 큰 저수지를 끼고 있어 평화로운 오어사다. 근래 들어 수량이 대폭 줄었다. 예년의 풍부한 수량과 어울린 오어사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아쉽다.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오어사 대웅전의 소담한 모습과 처마 끝에 달린 물고기 모양 풍경이 어울린다. 원효와 혜공이 서로의 물고기라며 다퉜다는 데서 나온 '오어사(吾魚寺)'라는 이름이 겹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 오어사 대웅전의 소담한 모습과 처마 끝에 달린 물고기 모양 풍경이 어울린다. 원효와 혜공이 서로의 물고기라며 다퉜다는 데서 나온 '오어사(吾魚寺)'라는 이름이 겹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오어사는 물을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 원효와 혜공이 법력 대결을 벌인 게 사찰 이름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 죽은 물고기를 살리는 법력 대결이었다. 살아 튀어 오른 물고기를 서로 자신이 살린 것이라 주장했다 한다. '내 물고기'라는 뜻의 오어사(吾魚寺)라 이름 붙었다고 한다.

세월 이기는 인간 없듯 겨울철 푸르름을 뽐내는 자연도 없다.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남긴 오어지 주변 숲길이 왜소해 보인다. 남은 가을을 쫓아 온 이들이 오어사 둘레길을 걷는다.

늦가을의 단풍으로 물든 색도 이제 서서히 빠져 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이 오어사에서 행락객을 맞는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늦가을의 단풍으로 물든 색도 이제 서서히 빠져 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이 오어사에서 행락객을 맞는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출렁다리가 시작점이다. 메타세쿼이아 숲까지 걷는다. 1.3km 정도는 기본 옵션인 듯하다. 오르막내리막이 갈마드는 산책로가 어렵진 않다. 남생이바위에서 한숨 돌리고 거북이걸음으로 가던 길을 마저 간다. 하늘을 찢을 듯 솟아있는 메타세쿼이아 숲을 기대했지만 한아름에 품고도 넉넉히 남는 둘레다. 아직 어린 숲이다. 간이 삼림욕장으로 비빌 만하다. 모두들 목적지를 여기로 삼은 듯 "다 왔네." 한다. 거북이걸음으로도 20분 거리다.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에 나들이 나온 부녀가 일월대와 바다가 함께 보이는 포토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에 나들이 나온 부녀가 일월대와 바다가 함께 보이는 포토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구룡포의 대표 관광지로는 꼽히는 해안둘레길도 아직 시간이 있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길이 일품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족족 작품 사진으로 보답한다. 겨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도전하기 어려운 코스다.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가 해안둘레길 시작점으로 좋다. 삼국유사의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배경으로 조성한 공원은 전시관인 '귀비고'와, 신라마을, 일월대, 연오랑뜰, 쌍거북바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는 '노재팬' 시국에 일본이 들으면 펄쩍 뛸 이야기다. 신라 8대 아달라왕 4년(157년)에 동해 바닷가에 살고 있던 연오와 세오 부부가 일본으로 가면서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일본 현지인들이 연오를 왕으로 모시면서 신라로 돌아가지 못하자 세오가 비단을 짜 신라로 보냈고 이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신라가 다시 빛을 회복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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