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공룡 콘텐츠의 메카 경남 고성

고성공룡세계엑스포로 명함 내민 지 13년
상족암군립공원은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
수국시즌 절정, 만화방초에 쏠리는 여심
기가 막혀 땀샘 터져, 고성의 소울푸드 비빔우동

소셜미디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상족암 포토존에서 연인이 사진을 찍고 있다. 포말이 부서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실루엣이 작품처럼 보인다. 이들의 뒤편으로 사량도가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소셜미디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상족암 포토존에서 연인이 사진을 찍고 있다. 포말이 부서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실루엣이 작품처럼 보인다. 이들의 뒤편으로 사량도가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때론 멋쟁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부담스럽다. 아무리 잘 꾸며도 자칫 후순위로 밀린다. 무리에 섞여 '그들'로 분류되기도 한다. 개성이 묻히는 건 피할 수 없다. 아이돌그룹의 센터 역할이라면 모를까.

경남 고성은 국내여행의 고전이라는 '남해안 투어' 중심에 있다. 한국관광의 올스타급인 통영, 남해, 거제까지 이웃 동네도 화려하다. 고성만 봐도 나무랄 데 없는 구성이다. 근래에는 국내 공룡 콘텐츠의 메카로 인식된다. '대한민국 공룡수도'라는 별칭이 쓰인다.

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명함으로 내민 지 10년이 넘었다. 유아기 어린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공룡이다. 고성은 공룡을 소재로 상족암, 그리고 승리의 땅 당항포까지 엮는다. 6월에는 보너스가 있다. 수국의 정원, 만화방초까지 여심을 낚는다.

 

◆상족암군립공원

고성의 남서쪽 바다에 접한 상족암은 지구과학, 지리 교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해안선 바위가 깎이고 떨어져 작품처럼 돼버렸다. 파도, 조류, 바람 등이 오랜 기간 번갈아 조각칼 역할을 맡았다. 전문용어로 해식작용이다. 상족암(床足岩)은 밥상다리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천연기념물이라 굳이 말해야 할까. 시루떡 쌓아두듯 겹겹이 놓인 퇴적암 지층과 멀리 보이는 주상절리는 최고의 현장 교육장이다.

1982년에는 학술조사로 2천개가 넘는 공룡 발자국까지 발견됐다.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자 고성군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곳과 가까운 곳에 공룡박물관을 만들었다. 후술하게 될 공룡세계엑스포도 그 연장선이다.

밥상다리를 닮은 상족암은 지구과학, 지리 교사뿐 아니라 연인들이 앞다퉈 찾는 곳이 됐다. 작품처럼 돼버린 상족암은 파도, 조류, 바람의 솜씨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밥상다리를 닮은 상족암은 지구과학, 지리 교사뿐 아니라 연인들이 앞다퉈 찾는 곳이 됐다. 작품처럼 돼버린 상족암은 파도, 조류, 바람의 솜씨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상족암은 입장료가 없는 군립공원이다. 처음 이곳에 오는 이들은 입장료가 있는 고성공룡박물관을 경유하는 게 편하다.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는 브라키오사우루스 조형물이 있어 길 찾기에 수월하다. 입장료와 주차료로 잠시 고민할지 모르나 공룡박물관, 공룡 발자국, 상족암까지 볼 수 있다. 공룡박물관 제 2매표소에서 상족암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굳이 공룡박물관이 싫다면 '백악기공룡테마파크'라는 큰 간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전마을로 가는 길이다. '마을주민 이외 절대 차량 진입금지'라고 돼 있으나 관광객은 예외다. 이쪽으로 접근하는 게 걷기 편하다. 촛농이 녹아내린 촛대라면 수긍할 만한, 전국 촛대바위 중 가장 촛대를 닮지 않은 촛대바위를 거쳐 상족암까지 800m 데크길이다. 거리로 따지면 덕명보건진료소를 지나 유람선 매표소가 있는 곳에서 접근하는 게 최단거리다. 그러나 이곳은 산길을 각오해야 한다.

상족암에 다다랐을 때 깜짝 놀라게 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상족암에서 바투 보이는 사량도, 그리고 또 하나는 포토존이다.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되는 공간이다.

천연기념물인 상족암은 시루떡이 겹겹이 쌓인 듯 보이는 퇴적암 지층에 해식작용이 더해져 신비한 형상으로 다가온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천연기념물인 상족암은 시루떡이 겹겹이 쌓인 듯 보이는 퇴적암 지층에 해식작용이 더해져 신비한 형상으로 다가온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파도가 만들어낸 상족암의 하부 암굴에서 사람들은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 간조가 가까워 오는 오후 3시 이후 한 쌍, 두 쌍 몰려온다. 죄다 커플이다.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찰나 실루엣을 찍는다. 자동 연사로 찍는다. 껴안고, 안아들고, 뽀뽀한다. 실루엣만 나와선지 과감한 동작을 연발한다.

실루엣 뒤로 지리산이 가까이 보인다. 사량도 지리산이다. 등산마니아들의 비공식적 미션,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의 수위권에 오른 산이다. 노고단 지리산과 구분하려 지리망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곳 주민들은 "수영 잘 하는 사람은 헤엄 쳐서도 간다는 사량도"라 부른다. 바로 눈앞에 보이니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알고 보니 6km 거리다.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한 학동마을 옛 담장의 모습. 납작돌이 켜켜이 쌓여 향토적 색채가 강하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지정한 학동마을 옛 담장의 모습. 납작돌이 켜켜이 쌓여 향토적 색채가 강하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학동마을 옛 담장

상족암 가는 길에 학동마을이라고 있다. 전주 최씨 안렴사공파 집성촌이다. 10년 전 그림로비에 대뜸 등장해 유명세를 치른 '학동마을'과 이름이 같은 곳이다. 독특한 돌담길로 더 유명한 마을이다.

2~3cm 두께의 납작한 돌을 담장으로 쌓았다. 능소화,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데 납작한 돌담과 그림처럼 어울린다. 사생대회장으로도 손색없을 법한 옛 담장은 마을 뒷산에서 채취한 돌을 썼다. 마을을 안고 있는 모양새의 뒷산이다. 수태산 줄기다. 다도해를 바라보며 산행할 수 있어 등산마니아들의 절경 포인트로 익히 알려진 수태산이다.

수태산 줄기에서 캐낸, 떼어낸 납작돌을 켜켜이 쌓아야 하니 웬만큼 쌓아선 높지 않다. 결국 하단에는 납작돌만 쌓고 성인 무릎 높이부터는 황토와 섞은 돌담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신의 한수처럼 보인다. 노란색과 검정색이 어울려 향토적 색채를 배가한다.

건물의 기단, 후원의 돈대도 같은 식으로 쌓았다. 마을이 생긴 지 300년이 넘었는데 이 마을 담장은 이렇게들 쌓았다고 한다. 2005년 문화재청은 전국 14곳의 옛 담장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는데 학동마을 옛 담장은 이듬해 등록문화재가 됐다.

 

고성군 거류면에 있는 '만화방초' 수국꽃길에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고성군 거류면에 있는 '만화방초' 수국꽃길에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만화방초

통영대전고속도로 동고성IC에서 내려 가까운 곳에 '만화방초'라는 곳이 있다. 수국이 천지다. 수국이 몰린 걸 알고 사람들, 주로 여성들이 찾아온다.

수국이 여성들의 무릎을 퍽퍽 꿇리는 꽃인 줄은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 '도가니 나가겠다'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쪼그렸다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사진 한 번 같이 찍겠다며 기꺼이 감수하는 수모다. 하긴 자세를 낮춘 만큼 자신이 높아진다. 꽃을 아는 나이가 있는 걸까. 중년여성들이 대다수다.

수국은 부케로 활용되는 꽃이다. 생화와 구분하기 쉽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한 움큼 손에 담기 좋은 크기다. 생화도 종이에 물감으로 물들인 것처럼 여러 색채를 자아낸다. 깨끗하게 정돈돼 있다기보다 자연적으로 마구 피어나 있는 수국꽃길이다. 숲속의 바다로 번져 있다. 향이 옅은 수국은 편백나무 숲과도 어울려 더욱 청명하다.

고성군 거류면에 있는 '만화방초' 수국꽃길에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푸른 부케 모양의 수국이 탐스럽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고성군 거류면에 있는 '만화방초' 수국꽃길에는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푸른 부케 모양의 수국이 탐스럽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만화방초(萬花芳草)는 온갖 꽃과 향기로운 풀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지치고 힘든 사람이 옛 친구를 만나듯 편안하게 갈 수 있는 농장이 있으면 좋겠다며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고 한다. 그렇다. 사유지다. 입장료 3천원이다.

애완동물 동반이 불가능하다. 훼손 최소화를 이유로 든다. 그런데 출입문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문이 닫혀 있을 때는 사나운 개들이(3마리) 운동하는 날입니다(풀려 있습니다)'라고. 이달 말까지 수국축제를 연다. 올해가 두 번째다. 수국축제는 부산 태종대가 유명하다. 태종대 규모에는 못 미친다. 산 중턱 뭉실뭉실 피어있는 수국에 반하기는 충분하다.

 

고성세계공룡엑스포에 있는 공룡마당. 큰 동작은 아니지만 가볍게 움직이는 공룡들을 아이들이 신기한 듯 돌아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고성세계공룡엑스포에 있는 공룡마당. 큰 동작은 아니지만 가볍게 움직이는 공룡들을 아이들이 신기한 듯 돌아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당항포관광지

고성에서 단연코 가장 넓은 관광지다. 웬만한 종합대학에 견줄 만한 면적이다. 내부에서 열차를 타고 이동하시라 권할 만큼 넓다.

원래는 이순신 장군의 당항포해전 승전을 기념하러 1987년 개장한 곳이었다. 당항포해전의 역사적 장소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임진왜란 개전 초기인 1592년, 그리고 전쟁이 한창이던 1594년 두 차례 왜군의 함선 57척을 깨부수고 이겼다. 당항포해전관, 자연사박물관, 자연예술원, 가족휴양시설 등이 있다.

그러다 20년 뒤인 2006년 공룡을 주제로 세계엑스포를 열게 되고 행사장을 당항포관광지 바로 옆에 조성한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시시한 공룡 조형물이 입만 벌리고 있는 광경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지만 이곳에선 아이들이 입을 벌리고 실제처럼 움직이는 공룡을 쳐다본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공룡엑스포 행사장이다. 공룡동산, 공룡나라식물원, 공룡캐릭터관 등 공룡을 소재로 만들 수 있을 만한 건 다 만들어뒀다.

당연히 두 곳은 연결된다. 기존 당항포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바다의 문', 공룡세계엑스포를 중심으로 한 '공룡의 문'이 출입구다. 입장료는 공히 7천원이다. 열차 이용료 1천원은 별도다.

 

고성 출신 4050의 '소울푸드'라는 비빔우동. 매운 맛을 찾는 마니아들의 발길을 끄는 별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고성 출신 4050의 '소울푸드'라는 비빔우동. 매운 맛을 찾는 마니아들의 발길을 끄는 별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별미의 시간, 비빔우동

고민을 거듭했다. 소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나치게 허름했다. 위생을 생각했을 때 소개하는 게 옳은가, 오직 특이한 맛으로만 접근할 것이냐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것이다.

비빔우동이다. 고성 출향인들의 소울푸드라 불린다. 상호만 봐선 외상 거래 절대 불가다. 대 5천원, 소 4천500원이다. 가격은 500원 차이지만 양은냄비 크기 차는 확연하다. 쑥갓, 오뎅, 양배추, 단무지, 그리고 붉은 소스가 덮여있다. 비비기 시작하자 소스에 가려 안 보였던 면발이 보인다. 우동면발이 아니다. 원형이 아니라 편형에 가깝다. 칼국수 면발도 아니고 우동 면발도 아니다.

면발이 따뜻하다. 툭툭 잘 끊긴다.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맵다. 매운 맛의 순서도를 충실히 밟는다. ①땀샘 폭발 → ②분노 → ③현기증 → ④현실자각까지.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강제 현실자각 타임(줄임말로 '현타')은 매운 맛을 찾아다니는 궁극의 이유일지 모른다. 다소 별개의 이유로 출향인들, 특히 고성 출신 임신부들이 비빔우동을 외쳐대는데 입덧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플라스틱 컵에 김가루와 후추를 뿌린 국물이 같이 나온다. 육수라고 했다. 매울 때 떠먹든, 마시든 하라는 건데 뜨거워서 그렇지 제법 어울린다. 대구의 명물이 된 떡볶이의 단짝 쿨피스가 간절했다.

명실상부 세계의 포털사이트라는 구글이 못 잡아낸 식당이다. 구글 리뷰가 있을 리 없다. 오직 블로그와 카페에서만 상호가 발견된다. 경남은행 고성지점 뒤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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