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전화순 씨 스승 박정규(전 율길초) 선생님

"시골 학교 오셔서 봄엔 꽃 이야기로, 여름엔 함께 물고기 잡으며 꿈과 희망 심어 주셨죠"

2012년 5월 박정규(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선생님과 전화순(뒷줄 왼쪽에서 세번째) 씨, 동창들이 한 동창생이 운영중인 경기도 한 포도밭농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화순 씨 제공. 2012년 5월 박정규(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선생님과 전화순(뒷줄 왼쪽에서 세번째) 씨, 동창들이 한 동창생이 운영중인 경기도 한 포도밭농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화순 씨 제공.

 

 

박정규 선생님의 젊은 시절 모습. 전화순 씨 제공. 박정규 선생님의 젊은 시절 모습. 전화순 씨 제공.

선생님. 온 세상이 예쁜 오월이 왔습니다. 오월이면 바빠서 잊고 지냈던 많은 추억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우리를 첫 제자로 시골의 작은 학교에 풋풋한 모습으로 오셨던 선생님. 5학년 담임으로 오셔서 6학년까지 온갖 정성 다해서 가르치셨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셨던 선생님. 학교 공부가 끝나면 매일 노래를 가르쳐 주셨고 중학교 들어가기전에는 다른 학생들보다 뒤쳐지지 말라고 영어도 가르쳐 주셨지요.

그리고 선생님도 기억나시나요? 학교 뒷산에서 여학생들이 쓰레기를 모아 태우다 불이 날뻔해서 우리도 놀랐고 선생님도 놀랐던 아찔했던 순간들. 그 벌로 종아리를 맞은 적도 있었지요. 종아리가 얼마나 아팠는지 학교 졸업하면 선생님 성명도 기억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졸업하자마자 제일 많이 생각나는 선생님으로 선생님께 감사했다고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 다닐 때 일기를 숙제로 내준 적이 있는데 일기를 잘 써서 일기 상도 받고 반공글짓기를 해서 '반공글짓기 상'을 받은 적도 있었지요. 그때 선생님께서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해주셨고 그때부터 내 꿈은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며 꿈을 키웠지요. 그때 한마디의 칭찬은 못 쓰는 글이지만 지금까지 취미로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낮에는 저희를 가르치셨고 밤에는 마을 회관에서 중학교에 가지 못한 마을 청년들에게 다른 두 분 선생님들과 영어 국어 수학을 가르쳤던 선생님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통행 금지가 있던 시절 야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군인들에게 걸려 간첩으로 오해받아 조사받았던 일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나네요. 선생님의 이런 열정은 작은 마을의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었고 스스로 공부 할 수 있는 밑그림이 되었지요.

선생님! 하늘에서 다 보고 계시지요? 오월이면 스승의 날을 맞아 늘 우리와 함께 계셨었는데 지금은 바르게 살라는 교훈과 추억으로나마 스승님을기립니다. 봄이면 얼었던 땅에서 태어나는 꽃들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여름이면 냇가에서 함께 물고기 잡아 수제비도 끓여 먹고 펑펑 눈이 내리는 날은 운동장에서 눈사람 만들고 친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셨던 선생님이 계셨기에 우리는 모두 잘 자라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영원히 우리 옆에 있을 것 같았던 선생님이 별세하신 지 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선생님은 저희 가슴 속에 늘 살아있습니다.

작년에는 친구들끼리 밴드 모임에서 글도 쓰고 상도 주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선생님 계셨으면 참 좋다 훌륭하다 칭찬하셨겠지요. 영원히 우리 편이셨○던 선생님.

선생님! 소풍처럼 왔다가는 인생에 나만 위해 살다 가면 너무 허무한 것 같아 남은 세월은 봉사도 하고 싶어 요즘 사회복지사 2급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라 교수님 말씀 녹음도 해서 반복해서 듣고 교안 파일도 중요한 건 밑줄긋고 중요표시를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공부를 마치면 사회복지 일도 하고 생을 마감하는 분들에게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성경책도 읽어주고 또 다른 하늘나라 이야기도 해주며 외롭지 않게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될 것입니다.

선생님 하늘에서 훌륭한 생각이라고 잘 생각했다고 칭찬하고 계시지요. 많은 세월 선생님의 칭찬과 때론 사랑의 매가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코로나 끝나면 우리 친구들 모두 스승의 날에 선생님께 성묘하러 갈게요. 하늘에서 지켜봐 주세요. 우리 모두 인생에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아름다운 제자들이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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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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