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이라도 찾아준다면 놓지 않겠습니다" 45년 복사인생 정점환 1급청사진사 대표

6일 대구 중구 이천로 1급청사진사에서 만난 정점환 대표가 건물 청사진을 인쇄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6일 대구 중구 이천로 1급청사진사에서 만난 정점환 대표가 건물 청사진을 인쇄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귀중한 정보를 남기고 수많은 사람과 공유도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기쁩니다."

6일 대구 중구 이천로 1급청사진사에서 만난 정점환(60) 대표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만 수천 곳의 청사진(설계도)을 복사하다 보니, 길을 다니다 보면 반가운 건물이나 도로들이 있다. 이 맛에 이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정 대표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1977년 1월 어머니의 추천으로 인쇄 업체에서 일하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복사기 앞에 앉은 그는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중요한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자긍심을 느꼈다.

정 대표는 어린 나이부터 일했지만, 학업도 포기하지 않았다. 1978년 영남공업고에 진학해 야간 수업을 들으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안타깝게도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려 했지만 할 수 없게 됐다. 당시 다니던 인쇄 업체 대표가 일주일간의 방송통신대 출석 기간 공백을 허락해주지 않아 포기했지만, 대학 진학의 꿈은 여전하다.

그는 청사진 복사 작업을 통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대구신천대로, 대구교육청, 팔공CC, 경북대병원, 동구청, 지산·범물 시영아파트 건설 등 지역 사회의 큰 변화가 있는 곳에는 항상 그의 청사진이 함께 했다. 정 대표는 "큰 도로나 건물의 청사진은 워낙 부수가 많은 데다 도면도 크다 보니 제대로 인쇄가 됐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면서 "길게는 일주일씩 밤새우면서 작업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잠은 못 자도 날짜는 꼭 지켜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며 "직접 복사 작업을 마친 건물이나 도로가 완공된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복사는 옛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활자 인쇄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고스란히 담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과 자료를 공유하고 어우러져 일하기 위해 선행해야하는 기초 작업으로 혼자가 아닌 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큰 의미도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6일 대구 중구 이천동 1급청사진사에서 만난 정점환 대표가 청사진이 인쇄된 용지를 제본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6일 대구 중구 이천동 1급청사진사에서 만난 정점환 대표가 청사진이 인쇄된 용지를 제본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정 대표는 인쇄시장이 직면한 안타까운 현실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기기가 널리 사용되고 청사진 크기가 축소되다 보니 업체를 찾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면서 "짜장면 한 그릇에 50원 하던 시절에 복사 한 장이 50원이었지만, 지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떠났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그는 37년 전부터 사업장을 차리고 한 자리에서 일하다보니 단골은 늘어낮지만 새로운 기술에 따른 변화로 수익은 예전만 못하다. 그는 "아주 가끔 오는 손님도 있지만 그분들을 위해 하루라도 더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며 "한 명의 손님이라도 찾아준다면 언제까지라도 일할 것"이라고 했다.

성내1동 새마을협의회장인 정 대표는 어려운 가정형편이나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또 2018년 11월 새마을중앙회장으로부터 감사장, 2017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안정 받아 대구시장 감사패를 받는 등 10여 개의 상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 어디든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정 대표는 "못 먹고 살아 시작한 복사와 제본 일이 삶의 가치를 일깨워줬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줬다"라며 "이처럼 얻은 행복을 주변의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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