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면 어머니 손 잡을까요"…요양원 눈물의 면회

어버이날 두 번째 비대면 면회
한 요양원, 1차 백신 맞았지만 대부분 부작용 없어
또 다른 요양원에선 1차 접종 후 2차는 맞지 않겠다고 하는 어르신도, 이러면 대면 면회 어려울 듯

지난 8일 대구 동구의 한 요양원에서 양모 씨가 자신의 어머니와 비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양 씨와 어머니는 유리막과 마스크 때문인지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보였다. 변선진 기자 지난 8일 대구 동구의 한 요양원에서 양모 씨가 자신의 어머니와 비대면 면회를 하고 있다. 양 씨와 어머니는 유리막과 마스크 때문인지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보였다. 변선진 기자

"부모님 손을 잡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요."

대구 동구의 A요양원은 코로나19가 없던 시절 어버이날에는 자식들이 정원에서 부모님과 함께 오순도순 얘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요양시설의 어버이날 비대면 면회가 2년째를 맞으면서 풍경은 안타깝기만 하다.

◆2년째 어버이날 비대면 면회

8일 어버이날 이 요양원을 방문한 보호자는 10팀 남짓이었다. 사전예약제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실시되는 비대면 면회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어려웠고, 눈빛과 손짓으로만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아들 양모(59) 씨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어머니(96)를 만났다. 양 씨는 마스크를 쓴 채 마이크에 입을 대고 큰 소리로 "엄마 잘 지냈어? 어버이날 축하합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고령의 어머니는 마스크 탓에 입모양도 보이지 않고, 귀가 어둡고 인지능력이 떨어져 눈만 껌뻑였다.

이에 양 씨는 종이에 크게 글씨를 쓴 뒤 유리벽에 대고 보여줬지만, 어머니는 주름진 눈으로 종이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자식이 보러와줬다는 사실에 기쁜 듯 연방 웃었다. 짧은 면회가 끝날 무렵 다른 팀들이 대기했고, 양 씨는 "또 올게"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대구 동구의 한 요양원은 코로나가 없던 시절의 어버이날에는 이 정원에서 부모님과 함께 오순도순 얘기도 나누면서 음악 공원도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다. 변선진 기자 대구 동구의 한 요양원은 코로나가 없던 시절의 어버이날에는 이 정원에서 부모님과 함께 오순도순 얘기도 나누면서 음악 공원도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다. 변선진 기자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요양시설의 대면 면회가 금지된 가운데 올해 어버이날에도 가족 간의 안타까운 만남이 이어졌다. 부모와 자식은 유리벽이나 모니터 화면 등을 통해서만 서로를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짧은 시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2년 전 부모를 요양원에 보낸 박모(56) 씨는 코로나 핑계로 부모님을 방치하는 것만 같아 마음이 괴롭다. 그는 "코로나 방역수칙 탓에 방문 빈도가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어서, 부모님이 내심 섭섭해 한다고 요양원 직원을 통해 들었다"며 "코로나가 끝나면 집에서 모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면 접촉 손꼽아 기다려

오는 6월쯤에는 대면 만남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정부가 요양시설의 입소자와 가족이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치면, 대면 면회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A요양원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노인들 1차 접종률이 63% 정도다. 2차 접종 기간은 1차 접종 12주 후인 6월 초쯤이다.

요양원 관계자는 "1차 접종 당시 직원들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해 새벽까지 근무를 섰었는데, 경미한 열 반응 이외 큰 부작용은 없었다"며 "큰 특이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2차 접종도 대부분 맞을 것 같다. 대면 접촉할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부모님이 1차 접종을 했다는 이모(60) 씨는 "2차 접종이 끝나는 6월엔 드디어 어머니 손을 한 번 잡게 될 것 같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반면 대면 면회가 여전히 어렵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구 남구 한 요양원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선언한 보호자들이 있다"고 했다. 1차 백신은 맞았는데도, 최근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이다.

심모(59) 씨는 "부모님이 1차 백신은 맞았지만 최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개인이 입증해야 한다는 보도를 보고, 2차 백신 맞기가 꺼려진다"며 "부모님이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버이날에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자식들을 위해 요양시설에선 직원을 통한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영상편지를 통한 안부인사 등 행사도 이뤄졌다. 수성구의 한 요양시설은 지난 7일 가족들의 영상 편지를 입소자에게 보여주고, 기념 음식도 나눠 먹었다. 또 방역수칙을 지킨 채 강당에서 음악공연을 관람했다. 동구의 또 다른 요양시설은 부모님이 생활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온라인 모임에 공유하며 그리운 마음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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